-무인도에 표류된 아이들을 비극으로 이끈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 후천적인 경험에 의거해 나타나는지에 대한 고민은 수세기를 걸쳐 이어지고 있다.

이 거대한 담론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문학 작품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로 윌리엄 제럴드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Lord of the Flies)>이다.

<파리 대왕>은 겉보기엔 ‘어린 소년들의 무인도 모험담’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그 속에는 문명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의 이기와 야만적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비극과 파멸의 중심에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 본다.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매거진 4월호 p.50에 8p 분량으로 수록된 내용입니다.
- <나침반 36.5도> 매거진을 읽고 학교생활기록부 독서활동에 기록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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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 함께 작품 읽기
이 작품은 어린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해 인적 없는 열대 섬에 추락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라를 불어 숲에 숨어 있던 아이들을 소집한 랠프와 아이들은 나름대로 민주적인 회의를 하면서 어른이 없는 이 섬에서 아이들끼리 살아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규칙을 만들어 나간다.

1. 소라의 소리

“이건 몇 마일 밖에서도 들릴 거야.”
랠프는 숨을 돌리고 나서 짤막짤막하게 끊어 연거푸 불어댔다. 새끼돼지가 외쳤다.
“저기 한 명 있다!”
모래사장을 따라 약 1백 야드 떨어진 곳에서 한 명의 어린애가 야자수 사이로 나타났다. 여섯살 가량의 소년으로 건강한 금발이었다. 옷은 찢기고 얼굴은 끈끈한 과일즙으로 얼룩져 있었다. 바지는 그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내렸다가 반쯤밖에 올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야자수가 있는 둑으로부터 백사장으로 뛰어내렸다.

…(중략)

앉아 있는 랠프의 모습에는 남들과 다른 조용함이 있었다. 그의 덩치와 외모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모호하지만 강력한 힘을 은연중에 발휘한 것은 그의 소라였다. 소라를 불고 나서 무릎 위에 그 섬세한 것을 균형 있게 올려놓은 채 바위판 위에서 자기들을 기다리며 앉아 있던 랠프야말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존재였다.
“소라를 가진 아이!”
“랠프! 랠프!”
“나팔 같은 것을 가진 애를 대장으로 삼자!”
랠프가 손을 들어 조용할 것을 명령했다.
“좋아. 그러면 잭을 대장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누구냐?”
지겹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성가대원들이 손을 들었다.
“나를 원하는 사람은?”
성가대원 말고 새끼돼지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그러다가 새끼돼지 역시 마지못한 동작으로 손을 들었다. 랠프가 세었다.
“그럼 내가 대장이다.”
다른 모든 소년들은 물론 성가대원들까지도 박수를 쳤다. 잭의 얼굴에 깔린 주근깨는 붉어진 얼굴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박수소리가 울려퍼지는 동안 잭은 벌떡 일어섰다가 마음을 고쳐 먹고 다시 앉았다. 랠프는 무엇인가를 제의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편 구조를 위한 봉화를 돌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랠프는 아이들의 지도자가 되지만, 사냥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는 잭과 자주 충돌하게 된다.

그러던 중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섬에 자신들을 위협하는 ‘짐승’이 있다고 착각하게 되고, 점점 랠프의 권력은 작아져 간다. 아이들 중 진짜 짐승은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자기 자신들이라는 것을 눈치챈 이는 사이먼 뿐이다.

5. 바다로부터 온 짐승

공포와 짐승 이야기가 오고갈 뿐 봉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생각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지만 회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고 있었다. 불쾌한 문제만 새로 생겨났다. 랠프는 근처의 어둠 속에서 소라를 보고 그것을 모리스로부터 빼앗아 들고 있는 힘을 다해서 불어 댔다. 모두들 깜짝 놀라 조용해졌다. 사이먼이 그의 곁에 있다가 소라에 손을 댔다. 사이먼은 무언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아이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겁났다.
“아마.”
그는 주저했다.
“아마 짐승은 있을 거야.”
모두가 사납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랠프는 놀라서 일어났다.
“사이먼, 너마저 그 이야기를 믿니?”
“나는 몰라. 하지만…”
사이먼은 말했다. 심장이 그를 질식시킬 정도로 쿵쾅거렸다. 폭풍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앉아!”
“닥쳐!”
“소라를 뺏어라!”
“제기랄!”
“닥쳐!”
랠프가 고함쳤다.
“그의 말을 들어! 소라를 들고 있는 것은 저애야.”
“내 말은… 짐승은 우리들 자신일 거라는 뜻이야.”

랠프와 잭의 갈등은 점점 커져 결국 랠프는 잭과 갈라서게 되고, 잭은 돼지 사냥에 성공하게 된다. 잭은 첫 사냥에서 잡은 돼지의 머리를 막대에 꽂아 전시하고, 머리 주변에는 파리가 득실거린다. 돼지 사냥에 성공한 아이들은 더욱 광기에 사로잡힌다.

9. 죽음 앞에서

무엇인가가 숲 속에서 기어 나왔다. 그 시꺼먼 것이 말굽 모양으로 둘러선 소년들 속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짐승을 죽여라! 목을 따라! 그놈을 죽여라!”
청백색의 번개가 끊임없이 치고 천둥소리는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사이먼은 산 위에 있는 사람의 시체에 대해 무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짐승을 죽여라! 목을 따라! 피를 흘려라! 그놈을 죽여라!”
막대기가 내리퍼부어지고 새로 원을 그린 소년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 짐승은 원의 한가운데에서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짐승은 고함소리에 지지 않으려고 산에 있는 시체에 대해서 무어라고 자꾸만 큰소리로 떠들어 댔다.

…(중략)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의 무리는 비틀거리면서 흩어지고 도망쳤다. 바다에서 불과 몇 야드 떨어진 곳의 짐승만이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그들은 그것이 얼마나 조그만 짐승인가를 알 수 있었다. 이미 피가 모래를 물들이고 있었다.

…(중략)

계속해서 밀려드는 발광 생물에 둘러싸인 채 별무리의 별빛을 받고 은빛으로 빛나는 사이먼의 시체는 서서히 바다로 밀려나갔다.계속해서 밀려드는 발광 생물에 둘러싸인 채 별무리의 별빛을 받고 은빛으로 빛나는 사이먼의 시체는 서서히 바다로 밀려나갔다.

인간의 본성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한 골딩의 치밀한 고민을 보여주는 <파리 대왕>은 인간에게 잠재된 악한 본성이 어쩌면 그 어떤 동물보다도 열등한 모습이라는 것을 참혹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스스로 사고하는 존재이며 이성과 합리성을 통해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전을 이끌어온 인간이 과연 근본적으로 완벽한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 <나침반> 4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사진 설명: 영화 '파리대왕' [사진 출처=geektyrant.com]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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