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발상이 가져온 세기의 발견

세상에는 정말 위대한 과학자들이 많다. 종이, 바퀴, 전구, 전화기, 페니실린, 증기기관, 다이너마이트, 디젤엔진 등 인류에 영향을 준 수많은 발명품들은 모두 이러한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인류사에 필수적인 연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코끼리의 전체 표면적을 계산하는 방법’이라든가, ‘비행기 납치범을 낙하산에 묶어 경찰에게 내려 보내는 방법’이라든가, ‘젊을수록, 복잡한 제품일수록 사용설명서를 잘 읽지 않는다’라는 것을 증명해낸다든가 하는 것들처럼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도 있고, 어쩌다 얻어걸린 연구들도 많다.

희한하고 터무니없어 보이긴 해도 그중에는 종종 그냥 지나쳐버리기 아쉬운 연구도 많다. 고정관념을 가졌거나 일상적인 사고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이나 획기적이고 이색적인 업적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것. 이에 미국 하버드대학교 유머과학잡지사에서는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이뤄낸 이들을 대상으로 ‘이그노벨상’이라는 것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1991년 제정된 이 상은 ‘괴짜노벨상’, ‘엽기노벨상’ 등으로 불려왔으며 노벨상 발표에 앞서 수여된다. 이그노벨은 ‘고상한’을 뜻하는 영단어 ‘노블(nobel)’의 반대말로 ‘품위 없는’을 의미한다.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매거진 7월호 116p에 4p분량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전체 기사 내용이 궁금하다면 '나침반 36.5도 7월호' 정기구독을 신청하세요.

경쟁력 있는 나만의 학생부 만드는 비법이 매달 손안에 들어온다면? 학종 인재로 가는 길잡이 나침반 36.5도와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매달 선명해지는 대입로드를 직접 확인하세요!

▼ <나침반 36.5도> 정기구독 신청

대학 길잡이 '나침반 36.5도' 정기구독 신청 클릭!
대학 길잡이 '나침반 36.5도' 정기구독 신청 클릭!

진짜 노벨상 수상자를 알아본 괴짜노벨상
이 괴짜노벨상은 진짜 노벨상 수상자를 미리 알아본 적이 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Andre Geim) 교수는 2000년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으로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았다.

▲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안드레 가임 교수
[사진 출처=slow-journalism.com]

그런데 그는 10년 뒤인 2010년,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던 ‘그래핀’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노벨상을 받았을 때 보였던 연구 태도가 이그노벨상을 받았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핀’이란?
연필이나 샤프심에 사용되는 흑연(Graphite)은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탄소(C)들이 육각형의 벌집 모양을 이루고 그 육각형들이 모여 만든 2차원의 평면이 층층이 쌓인 구조를 하고 있다. 그래핀(Graphene)은 흑연을 이루는 여러 개의 탄소층 가운데 하나를 일컫는다.

그래핀은 활용도나 전망을 볼 때 현존하는 소재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우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류를 전달할 수 있으며,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실리콘보다 전기를 100배 빠르게 보낼 수 있다. 또한 열전도성이 가장 높다는 다이아몬드보다 열전도성이 2배 이상 높으며, 두께는 0.2㎚로 매우 얇아 투명하면서도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신축성도 좋다.

그래핀은 이러한 우수한 특성 덕분에 ‘초고속 반도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고효율 태양전지’, ‘투명 디스플레이’, ‘입는 컴퓨터’ 등에 적용할 수 있어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과학자들 “그래핀 추출은 불가능해!”
그래핀은 흑연이나 탄소 나노튜브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단일 흑연층을 지칭하기 위해 처음 등장한 말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2차원 결정으로 된 그래핀을 추출하지 못할 것이라 추측했다. 2차원 결정은 표면에너지가 너무 높아 불안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표면을 형성할 때 필요한 표면에너지는 작을수록 표면이 안정하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다양한 온도와 압력 아래에서 여러 가지 용액들을 사용하는 등의 시도를 해 그래핀 층을 분리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최대로 많이 분리해낸 것이 50개 층에 그쳤다.

그런데 이때 2004년, 가임 교수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엉뚱한 방법으로 그래핀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다.

▲ 가임 교수가 노벨 박물관에 기증한 셀로판 테이프와
흑연 덩어리 [사진 출처=timesknowledge.in]

그래핀 얻어낸 기발한 방법의 비밀 ‘셀로판 테이프?’
그 방법은 바로 흑연에 ‘셀로판 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것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과학자들에게 수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줬던 난제를 순식간에 해결해 버린 것이다.

안드레 가임은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연구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진들과 모여서 재미로 간단한 실험이나 연구를 하곤 했다. ‘금요일 저녁 실험’이라는 이름을 걸고 말이다.

여느 때처럼 금요일 저녁에 모인 사람들은 문득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준비물은 셀로판 테이프와 흑연, 흑연에 셀로판 테이프를 붙이고 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나 얇게 나왔는지 확인해 본 결과, 놀랍게도 단일 원자 두께의 그래핀이 분리된 것을 발견한 것이다.

■ 셀로판 테이프로 그래핀 추출하는 원리
흑연에 셀로판 테이프를 붙인다 → 셀로판 테이프의 접착력으로 인한 셀로판 테이프와 흑연 사이의 결합이, 그
래핀 사이의 결합보다 더 강해진다 → 흑연이 묻은 셀로판 테이프에 다른 셀로판 테이프를 반복해 붙였다 뗀다
→ 결합의 힘에서 밀린 그래핀이 결국 스카치 테이프에 붙어 떨어져 나온다 → 특수 용액을 뿌려 셀로판 테이프
를 녹이면 그래핀 추출 끝.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못해
더욱 허무한 것은, 단순히 셀로판 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것으로 추출하는 것 말고는 가장 순수하면서 전도 높은 그래핀을 얻을 방법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작은 발상이 미래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소재를 발견하게 해줄 줄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 <나침반 36.5도> 7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81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