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지역구 생각 않고 정시 100% 선발 주장
-수능정시 100% 선발, 서민 날개 빼앗아 부자에게 달아주는 격 

2019학년도 수능일 시험장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등 대입에서 수시전형 선발비율이 크게 늘면서, 지방 수험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대폭 상승했다. 

개교한 지 수십 년이 넘도록 서울대 합격자를 단 한 명도 내지 못했던 지방 일반고들이 수시 확대로 매년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소식이 됐다. 그만큼 수시전형은 열악한 조건을 가진 지방 수험생들에게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방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수시전형을 폐지하고 수능 중심 정시전형으로만 대학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누구보다 지역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자리가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9월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시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이 특별전형과 수시를 폐지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수시 폐지, 수능정시 100% 대입? 지방 울고 강남 웃고 
이 개정안의 골자는 대입제도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수시모집을 폐지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 100%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수능 성적만을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해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 기록과 대학별 고사는 특정학부와 학과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행 법령에서 특별한 경력이나 소질 등을 가진 자를 대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특별전형을 삭제하고, ▲학생 선발 일정에서 수시 모집을 제외하며, ▲정시 및 추가모집만 가능하도록 해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등 학생부 위주의 전형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자유한국당 의원 17명 중에 14명이 지방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의원의 지역구가 지방인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현 대입제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지방 수험생들에게 상위권 대학 진입의 사다리가 돼 주는 것이 바로 수시전형, 그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이기 때문이다. 정시 수능전형은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교육특구 N수생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된 지 오래다. 

발의의원 17명 중 14명 지역구에서 상위권 대학 진학률 떨어질 듯 
이 개정안대로 정시 100% 선발로 대입제도가 바뀔 경우,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의 지역구 수험생의 상위권대학 진학률은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표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개정안 발의 의원 지역구 수험생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 변화를 예상한 것이다.

표를 보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재원 의원을 비롯해 14명의 지역구가 크게 하락한다. 대부분 교육환경이 좋지 않고 학부모의 경제력도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 지역이다. 

반면 학부모 경제력이 높은 교육특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 3명의 예상 그래프를 보면 정시 100% 도입 이후 이들 지역구 수험생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지역구는 서울 서초구을, 서울 송파구갑, 대구 수성구을 등이다. 

■ 정시 100% 선발 시 발의의원 지역구 수험생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 예상 

부자 동네일수록 수능 재수생들 넘쳐난다 
왜 이런 예상표가 나왔는가가 궁금하다면 강남, 양천, 대구 수성, 대전 둔촌, 부산 해운대구 등 전국 부촌에 집중돼 있는 고교의 재수생 비율을 따져보면 답을 쉽게 알 수 있다. 

‘2019년 고등학교 졸업생의 진로 현황’을 분석한 1318대학진학연구소 유성룡 소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18개 고교 가운데 휘문고 중동고 영동고 경기고 등 13개 학교의 올해 졸업자 중 과반수 이상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않고 재수 등(이하 재수)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와 접해 있는 서초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10개 고교 가운데 양재고 서초고 반포고 등 6개교의 올해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재수 등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인 2018년 2월 졸업생의 경우를 봐도 마찬가지다. 강남구는 10개교, 서초구는 7개교의 졸업자 과반수 이상이 재수를 선택했고, 2017년 2월 졸업생의 경우도 강남구는 9개교, 서초구는 5개교 졸업자의 과반수 이상이 재수를 선택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고교 가운데 졸업자의 과반수 이상이 재수를 선택한 고교는 진성고(경기도 광명시, 54.9%), 과천고(경기도 과천시, 53.8%), 해운대고(부산광역시 해운대구, 53.3%), 정발산고(고양시 일산동구, 53.1%), 경신고(대구광역시 수성구, 51.2%), 병점고(경기도 화성시, 51.2%), 계산여고(인천광역시 계양구, 51.0%), 동화고(경기도 남양주시, 50.2%), 무풍고(전라북도 무주군, 50.0%) 등 9개 학교에 불과했다. 

학교별로 절반이 넘는 이들 졸업생들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모두 수능 대비 사교육에 올인한다. 재수에는 필연적으로 돈이 든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학생일수록 수능으로 대학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홀로 인강을 들으며 수능 준비를 한 재수생이 고액의 사교육을 받은 재수생을 이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그렇다면 정시 수능 100% 대입제도 아래서 학원도 많지 않고 학부모 경제력도 낮은 지방지역의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 수시가 있었더라면 지역균형전형, 일반전형, 농어촌 특별전형 등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서울대를 갈 수 있었을 고3 인재가 이제는 강남 대치동의 재수생과 수능 점수로 경쟁해야 한다. 애초에 경쟁이란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수능정시 100% 선발, 서민 날개 빼앗아 부자에게 달아주는 격 
서울 강남과 지방의 부촌에 교육특구가 만들어진 것은 지리적 여건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곳이 부촌이기 때문이다. 돈이 있는 곳에 학원도 몰린다. 이들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은 경제력이 높고 N수를 해서라도 목표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결국은 학부모의 경제력과 교육열이 교육특구를 만든 것이다. 

이처럼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자신의 지역구 이익과 배치되는 법안을 발의하고 나선 의원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대입제도에 대한 의혹을 더욱 확대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김재원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취지를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의혹 제기된 스펙 품앗이와 허위경력 기재, 경력 위·변조 등 특별전형이나 수시모집 과정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악용을 근절하는 목적을 두고 있다고 못 박았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지역구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국가 전체를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칭찬 받을 일이다. 그러나 고교를 다시 수능 대비 학원으로 만들 것이 뻔한 수능 정시 100% 선발 카드를 들고 나온 의원들은 국가의 이익도, 하물며 지역구의 이익도 안중에 없다. 

우리 교육의 미래와 발전을 생각한다면 부디 경제력 차로 인한 교육 소외를 놓치지 않는 국회의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진: 2019학년도 수능일 시험장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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