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키즈 유튜브 채널이 불편한 이유

초등학교 6학년인 누리는 어느 날 TV 뉴스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6살의 키즈 유튜버 ‘보람’이가 유튜브 광고 수입만으로 서울 강남의 95억 짜리 빌딩을 샀다지 뭐예요? 평소 유튜브 보기를 즐겨하고 ‘나도 본격적으로 유튜버가 돼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왔던 터라, 누리는 이 소식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어요.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기에 꼬마 아이가 저렇게 큰돈을 벌 수 있지?’ 누리의 마음속에서는 ‘유튜버가 되어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자꾸 커져갔어요. 며칠을 유튜브 생각만 하던 누리는 드디어 결심했어요! 보람이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인기 이유를 알아내 자신도 인기 정상의 유튜버가 되겠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보람튜브를 비롯해 여러 키즈 콘텐츠를 돌려보면서, 누리의 마음은 혼란해지기 시작했어요. 영상 속 아이들은 천사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웠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불편하고 좋지 않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맞아요. 누리가 키즈 콘텐츠를 그저 재미있게만 볼 수 없었던 숨은 이유가 있답니다. 무엇이 누리의 마음을 이처럼 혼란스럽게 했을까요? ‘95억’이라는 놀라운 수익에 가려진 키즈 유튜브 채널의 심각한 문제들을 지금부터 함께 알아봐요.

-이 기사는 <톡톡> 9월호 '커버스토리'에 12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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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재미, 유튜브에 다 있다!
지난해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에 ‘유튜버’가 5위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상위권 직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TV보다 유튜브를 더 자주 보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유튜브 동영상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으며, 인기 유튜버가 고소득 직종으로 급부상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유튜브 돌픙은 초·중학생인 여러분이 가장 잘 체감할 거예요. 누리도 이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활용해 수업을 하는 학교도 많아지고 있어요. 수업 자료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직접 유튜브 채널에 올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미디어 콘텐츠를 창작하며 창의력과 표현능력을 키우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이처럼 유튜브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대중 매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키즈 유튜버, 인기 비결이 따로 있다고?
그런데 최근에 뉴스 하나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바로 ‘95억 청담동 빌딩 신화’를 만든 6살 유튜버 보람이의 이야기입니다. 보람이는 ‘보람튜브 브이로그’ ‘보람튜브 토이리뷰’ ‘보람튜브’ 등 세 개의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어요. 세 채널의 구독자 수는 무려 3,600만 명이 넘습니다. 그만큼 수익도 어마어마해서, 매달 35억 원 이상을 유튜브 광고수입으로 얻고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억대 수입을 올리는 키즈 유튜브 채널은 보람채널 말고도 여럿 있어요. ‘쌍둥이 루지’ 채널은 쌍둥이 자매의 먹방과 여행 영상 등을 올리며 월평균 11억 원 이상의 광고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육아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은이야기’의 수익은 3억 원 가까이 된다고 하고요.

이처럼 유튜브 영상으로 고소득을 얻는 어린이가 대서특필 되다 보니, 누리처럼 ‘나도 유튜브 스타가 돼 볼까?’ 하고 본격적으로 유튜버로 나서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키즈 유튜버가 뜨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키즈 유튜브 방송은 방송을 시청하는 이들도 대부분 어린이들이라, 중간에 광고가 나와도 잘 넘기지 않아요. 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연관 동영상으로 같은 채널의 다른 동영상이 연달아 재생되는 것을 그대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 채널당 이용 시간이 길다는 점도 광고 효과를 높이는 큰 이유가 됩니다.

거기다 키즈 콘텐츠는 말보다 몸짓,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낮아 외국의 어린이 시청자들도 많이 끌어올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 정도면 아동학대 아닌가요?

시청자 경악에 빠트린 ‘대왕문어 먹방’ 방송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진하다고 했습니다. 어린이 유튜버 채널의 인기가 끝도 없이 올라가면서 채널간의 경쟁이 심하게 불붙게 된 것입니다. 비슷한 채널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높은 인기를 계속해서 유지하려면 전보다 더 큰 재미와 자극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러다 보니 키즈 유튜브 콘텐츠가 점점 더 재미와 자극을 좇게 되고, 급기야는 어린이의 정서에 큰 해가 되는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올리게 됩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사건이 뚜아뚜지TV의 ‘대왕문어 먹방’입니다. 6살 쌍둥이 자매 뚜아와 뚜지의 일상을 재미있게 보여줘 인기를 얻은 채널인데요. 지난 6월 쌍둥이 자매가 대왕문어를 통째로 먹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것입니다. 그것도 “몸무게 15kg의 쌍둥이가 10kg의 대왕문어를 먹었어요”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단 채로요.

이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경악에 빠졌습니다. 영구치도 나지 않은 어린이들이 힘든 표정으로 질긴 문어 다리를 먹는 모습에 ‘아동학대’라고 분개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논란이 커지자 뚜아뚜지 아버지는 유튜브 채널에 올렸던 대왕문어 먹방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 글을 올렸어요. “아이들이 문어를 보고 신기해하고 먹고 싶어 해서 영상을 찍게 됐다”며 “영상을 다 찍은 뒤에는 잘라서 먹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뚜아뚜지TV의 콘텐츠 중에는 이것 말고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더 있어요. 뚜아뚜지에게 유튜브에 달린 아이들의 악플을 직접 소래내서 읽게 하고 반응을 촬영해 올리는가 하면, 열 개가 넘는 아이스크림을 한꺼번에 먹게 하기도 했어요.

보람튜브 | 괴롭힘, 출산, 도둑질 상황극까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보람튜브도 아동학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난해 보람튜브는 5살 보람이가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쳐 뽑기를 하는 상황극을 연출해 영상을 올렸어요. 문제 영상은 이뿐이 아니에요. 보람이가 아이를 임신한 설정을 주고 출산하는 연기를 시키는가 하면, 보람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빼앗아 차로 뭉개고 우는 아이를 찍어 올리기도 했어요. 실재 도로에서 보람이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연출한 영상도 있었고요.

이에 국제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영상을 연출해 촬영한 혐의로 보람튜브 운영자인 보람이의 부모를 고발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은 고발장에서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절도 등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해 아이가 상당한 피해를 당했고, 이런 영상으로 광고수입을 챙긴 것은 아동착취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어요.

서울가정법원은 이 사건을 아동학대로 판단하고, 보람이의 부모에게 보호처분을 내려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을 받게 했습니다.

유튜브로 성차별 배우는 아이들
 

여자는 집안일, 남자는 회사일?
키즈 콘텐츠에서 크게 문제되는 것이 또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는 고정관념을 갖게 한다는 점이에요. ‘보람튜브’에서는 보람이가 아이를 돌보거나 청소와 빨래를 하는 상황극을 자주 보여줍니다.

‘서은이야기’와 ‘리원세상’도 마찬가지예요. ‘제이제이튜브’와 ‘캐리TV’는 여자어린이가 요리를 해서 가져올 때까지 남자어린이는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요. 분홍색은 여자, 파랑색은 남자의 색이라는 편견 역시 대부분의 채널에서 빈번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쁜 것이 최고!’라는 외모지상주의를 은연중에 보여주는 방송도 많아요. ‘보람튜브 토이리뷰’에서는 보람이가 예뻐지기 위해 화장을 하고 삼촌에게 가서 확인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보는 어린이는 내 눈에 예쁜 것보다 ‘남자’의 눈에 예뻐 보이는 것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 있어요.
 

“사내녀석이… 뚝 그쳐!”
‘말이야와 친구들’이 올린 좀비 콘텐츠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남자는 강해야 하므로 울어서는 안 된다는 속뜻 을 담고 있어요. 그러나 남녀를 막론하고 누구나 약할 수 있고, 그래서 울 수도 있습니다. 남자는 약해서도 안 되고 울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건 남자아이들에게 폭력이 됩니다.

약한 남자를 우스꽝스럽게 그리며 조롱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은연중에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키즈 콘텐츠가 상당히 많습니다. 폭력을 관대하게 다루는 것도 잘못된 일이에요.

‘EBS 키즈’ 방송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려지고 있어요. ‘말이야와 친구들’에서는 뽀로로 짜장면을 뺏으려는 남자가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여과 없이 나왔고요.

일은 아이가 하고, 돈은 부모가 벌고

힘들게 일해서 번 돈, 아이에게도 소중해요!
어렵게 일해 번 돈이 키즈 유튜버에게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자녀의 재산을 관리하는 권리를 부모에게 주고 있어요. 아이가 번 돈을 부모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다 날려도 어쩔 수가 없다는 뜻이죠.

이 경우 부모의 책임을 물어 재산관리권을 박탈할 수는 있지만 책임을 증명하는 일이 어렵고 과정도 대단히 복잡합니다. 또한 누군가는 반드시 아이의 재산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싸움이 다시 되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식 쿠건법, 어디까지 왔니?
그렇다면 유튜브의 발생지 미국에서는 키즈 유튜버의 재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요? 미국의 키즈 유튜버나 어린이 연예인들은 ‘쿠건법’의 적용을 받아요. 쿠건법은 수익의 15%를 의무적으로 어린이 명의의 신탁계좌에 이체하도록 한 법입니다. 적어도 어린이가 자신이 번 돈의 15%까지는 반드시 가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고소득을 올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식 쿠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어린이도 자신의 노동 대가를 정당하게 받아갈 수 있어야 하니까요. 부모라고 해도 아이의 재산권을 침해해서는 절대 안 돼요.

유튜브 보안관 출동하라!

인기를 얻으면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는 키즈 유튜버. 그러나 이들을 둘러싼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큰돈을 벌어도 콘텐츠 촬영 중에 아동학대를 당하고 힘들게 번 돈을 부모의 잘못으로 날린다면 어떤 아이도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키즈 유튜버들을 지키기 위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코리아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요? 구글은 유튜브 어린이 보호 정책을 여럿 만들어 두긴 했지만, 한국에서 생산된 유튜브 영상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인력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경찰이 유튜브를 관리 감독하도록 돼 있어요. 그러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신고를 받은 영상 중심으로 감시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키즈 유튜브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특별 기구가 멀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때까지는 유튜브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제 영상을 신고해주는 것이 최선의 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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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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