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전형 '정시수능' 확대야말로 불공정으로 가는 길
-'수능망국병' 부활을 막아야 하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로 교육 현장이 들끓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비율 상향을 포함한 입시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사실상 문 대통령이 큰 폭의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 개편을 예고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학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학종 문제점 개선에 집중하고 정시 확대 논의는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 현장에 주는 충격이 크다. 

이에 대해 지난해 대입제도 공론화 책임을 맡았던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이 23일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를 거쳐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서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결정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라 보고 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 의장의 설명처럼 대통령의 발언이 지난해 결정돼 추진 중인 ‘2022학년도 정시 수능전형 30% 이상 반영’ 계획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면 향후 대학이 정시 비율을 자율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정시 수능전형을 30% 이상에서 더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성"이라면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수능전형이 불공정함을 역설해온 교사들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시 수능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교육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인 것처럼 말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얘기다. 

정시에 강남 웃고, 수시에 지방 웃는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이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을 살펴보면, 수능 정시전형이 교육특구라고 불리는 고소득 지역 학생들에게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 문 대통령이나 일부 국민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경미 의원이 공개한 ‘최근 3년간 서울대 입학생 현황’ 자료를 보면 정시전형의 경우 서울 강남 출신 합격생의 정시 점유율이 11.9%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역시 같은 교육특구로 묶이는 서울 서초(6%)가 차지했다. 3위는 5.7%를 기록한 경기 용인이었다.

하지만 수시 일반전형은 크게 달랐다. 서울 종로가 8.7%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정시 1위 지역인 서울 강남으로 5.6% 점유율을 보였다. 정시 점유율이 11.9%인 것에 비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치다. 3위는 4.5%를 기록한 경기 수원이었다. 

수시 일반전형에서는 정시에서 서울대 입학생을 두세 번째로 많이 배출한 서울 서초와 경기 용인이 3위권 밖으로 밀린 반면, 서울 종로와 경기 수원이 각각 1, 3위를 기록했다. 수시보다 정시가 강남 서초 등 교육특구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 2017~2019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 

*자료 출처: 박경미 의원실

잘사는 지역일수록 정시 합격생 비율 높다 
이처럼 수시보다 정시에서 강남-서초 학생들의 입학생 비율이 두 배 이상 높게 나오는 것은 지역 간 교육 격차가 정시 수능전형의 당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서울대 입학생 비율과 월평균 학원 교습비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면 그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다.

사교육이 서울대 입학생 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박경미 의원이 서울 25개 자치구의 ‘학생 천 명당 서울대 입학생 비율’과 ‘월평균 학원 교습비’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상관계수는 0.929를 나타냈는데, 상관계수는 –1과 1 사이의 값이 되고,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깊다는 뜻이다. 이 결과는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곳에서 서울대 입학생도 많이 나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시전형 입학생 배출 1위 지역인 서울 강남의 월평균 학원 교습비는 38만 3,511원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동시에 학생 천명당 서울대 입학생 비율은 27.1%로 서초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월평균 학원 교습비는 33만 1,538원으로 강남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동시에 학생 천명당 서울대 입학생 비율은 28.3%로 1위였다.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는 강남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수능 정시전형 합격자가 나오고, 반면에 수시 일반 합격자 비율은 정시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강남-서초 N수생들이 수능 정시전형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마디로 정시 수능전형은 강남-서초 부자 N수생들의 텃밭이다. 강북·지방 출신 일반고 3학년 학생은 강남-서초의 N수생에게 정시에서 전혀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 서울 25개 자치구 학생 천 명 당 ‘서울대 입학생 비율’ 및 ‘월평균 학원 교습비’ 

*2019학년도 출신 고교별 서울대학교 등록자 현황과 2019년도 사설학원 현황
*자료: 서울대학교 국정감사 제출자료, 한국교육개발원 2019학년도 사설학원 현황
*평준화 지역 일반고와 자공고를 대상으로 조사

이와 관련해 한 교육관계자는 “공정성을 말할 때 절차의 공정성과 함께 결과의 공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 정시전형의 경우 절차는 공정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들에게만 유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공정한 대입전형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수능 정시전형은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에서 강남 학생은 내리막길로 달리기를 하고, 지방 학생들은 오르막길로 달리기를 해 기록 순으로 합불을 가리는 전형”이라며 “출발부터 불공정한 이 같은 수능전형을 두고 공정하다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며, 진짜 금수저 전형은 학종이 아닌 수능 정시전형이다”라고 꼬집었다. 

학종으로 서울대생 최초 배출한 고교가 쏟아진다 
그렇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떨까? 먼저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합격생을 1명 이상 배출한 고교 수를 살펴보자. 

서울대는 지역균형전형, 일반전형, 기회균형I전형 등 수시 모든 전형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데, 2019학년도 대입에서는 수시모집 비율이 78.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 결과 수시모집에서 합격생을 1명 이상 배출한 고교 수가 849개교로 전년보다 18개교 증가했다. 2014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최근 3년 동안 합격생이 없었던 일반고 95개교에서 합격생을 배출한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 수가 학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최근 들어 더욱 늘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2016학년도에는 66개교였던 것이 2017학년도 90개교, 2018학년도에는 91개교 대폭 증가했고, 2019학년도에 95개교로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거기에 최근 3년 동안 합격생이 없었던 3개 군 지역에서도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경북 의성군, 전남 구례군, 충남 태안군이 그곳이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이 강북이나 지방 소재 고교들이다. 강남-서초에 비해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학생에게 경제적 지원을 충분히 해줄 수 없는 지역들이다 보니, 정시 수능전형으로는 서울대 합격생 배출을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런 곳에서 서울대 수시 합격자가 배출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입에서 결과적 공정성을 담보해주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수능망국병' 부활을 막아야 하는 이유 
세상에 완벽한 제도란 없다. 그래서 결과적 공정성을 가져다주는 학생부종합전형이라도 절차적 문제에서 불공정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교수 부모를 둔 학생의 이름이 논문 공저자에 거짓 등록되는 사건이나 교사가 자녀 학생부를 불법으로 조작하거나 내신 시험지를 빼돌리는 등 불법과 탈법이 그동안 다수 발생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의 잘못이지 학종이 잘못된 탓은 아니다. 학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하면, 학종을 없애거나 줄일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고쳐 부정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순리다. 

학종은 우리 교육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대입 전형이다. 입시의 공정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고교 교육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해준 전형이기도 하다.

학종은 학교생활이 평가의 바탕이 되는 전형이기에, 이런 영향으로 수능 대비 문제풀이에만 집중했던 수업이 학생 참여 중심 수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또한 창체활동 등을 통한 진로교육과 인성교육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자신의 진로나 재능 적성은 무시한 채 오로지 수능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만을 선택해 공부하는 학생과, 재능 적성에 맞고 진로와 연결된 과목을 심화 탐구하는 학생 중 어떤 학생이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교육을 백년지계라고 하는 것은 백년 앞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의 패러다임을 짜야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수능 중심 입시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교실은 교육의 기능을 잃어버려 '수능망국병'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게 불과 10여 년 전 일이다. 수능 중심 입시가 가져왔던 비극을 금세 잊고 또 다시 그 비극을 재연하려 하는 이들이야말로 교육 백년지계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야 할 때다. 

*사진: 10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출처=청와대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61

http://365com.co.kr/goods/view?no=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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