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찬스' 개입 여지 적어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허탈한 교사들
'부모찬스' 개입 여지 적어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허탈한 교사들
  • 권혁선 교사(전주고)
  • 승인 2019.11.05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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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토론회' 논의 내용 반박!
-고교 학점제와 정시는 공존 불가! 두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리 필요
-'학종도 줄세우기 아니냐'는 논리는 잘못된 주장
-수능 대비 위해 지역별·계층별 사교육비 격차 더 벌어질 것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김해영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위원회관에서 '정시 확대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교육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과 비교해 '부모찬스' 개입 여지가 적어 더 공정한 대입전형이라는 교육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이날 정시 확대를 비판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옹호하는 일부 교육계의 주장을 반박하는 식으로 정시 확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수능 위주 정시가 학종보다 부모찬스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능의 경우에는 부모가 비싼 사교육을 시켜 대비하더라도 딱 거기까지다. 결국 결과는 학생의 몫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 평가요소는 (교과·비교과 활동이력이 담긴) 서류(학생부)인데 이 서류는 사실 학생이 만들지 않아도 (부모가 개입하면 충분히) 된다"는 것이다.

이 소장과 함께 주제발표를 한 이범 교육평론가도 "한국에서는 진학하는 대학에 따른 결과의 격차가 큰 상황이다. 그만큼 대입에서의 객관적인 변별력이 요구된다"며 정시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이 평론가는 "정시가 확대되면 형평성 또는 균등 선발효과가 떨어진다"며 "이를 상쇄하려면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을 높이거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그 밖에도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대입 공정성 제고와 재도전 기회 제공을 위해 정시 확대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수시·정시 비율 조정 문제 외에도 대입과 교육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주장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에 전주고 권혁선 교사는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의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본지는 권 교사의 의견을 가감없이 싣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우리교육연구소 이현 소장은 "수능 중심의 정시가 확대되면 공교육이 붕괴된다는 게 일부 교육계의 주장인데 학교에서 수능을 준비할 수 없는 거라면 그 주장이 타당하다"며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주5일 동안 34시간 수업을 하는데 그중 28시간이 국·영·수·과·사"라며 "그렇게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배우는 게 수능에 나오는데 왜 고등학교 교육이 붕괴되는 것인가. 고등학교에서는 도대체 뭘 하고 있기에 학교교육이 붕괴된다고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10.29 뉴스1 "수능은 사실상 '부모찬스' 불가능…공정한 정시 확대 필요" 기사 중 

이 소장의 정시 확대 논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
토론회에서 언급된 '정시 확대' 논리는 한마디로 말해 정말 일천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주당 수업 시간에서 국영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28시간이란 말인가. 아마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그것도 편법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시절의 이야기인 것 같다.

쌍팔년도에는 자동봉진 모두 자습이었다. 그리고 교양 과목도 편법으로 운영돼 모두 국영수 내지는 자습으로 운영했다. 이 소장은 아마 이것을 교육과정 정상화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그것이 요즘의 사실이라면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과 시간표를 보고싶다.

더욱이 2015 교육과정에서는 총 204 단위 중 국영수 비중은 84단위 이상 편성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문·이과 융합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인문이나 자연 과목을 10단위 3과목 12단위(주당 2단위 해당) 이상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예체능 20단위(주당 3시간 이상), 생활 교양 16단위(주당 3시간), 창의적 체험 활동 24단위 이상(주당 4시간)을 편성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고 해도 주당 24시간 이상 국영수사과 편성은 불가능하다. 

이 소장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능 과목과 학교 교육 과정이 일치하려면 고교 학점제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다. 학생이 본인이 원하는 수능 과목에 적합하도록 교육 과정을 선택한다면 조금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마저도 2학년 2학기가 넘어가면 가능하지 않다.

아마 그땐 과학2나 고급과학을 신청하고 자습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맞추면 수능 과목과 교육 과정을 비슷하게나마 구성할 수 있기는 할런지도 모른다.

고교 학점제와 정시는 공존 불가! 두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리 필요
이 소장은 고교 학점제를 찬성하면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맑혀야만 할 것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어떠한 형태의 대학 입시와 관련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간에서라도 고교학점제와 정시와의 역학 관계를 반드시 정리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오늘 토론회를 개최한 국회위원들도 고교 학점제와 정시 문제를 반드시 명확하게 정리해 대책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고교 학점제와 정시, 이 둘은 절대 서로 공존할 수 없다.

이현 소장은 "수능은 줄세우기식 시험으로 비교육적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0.1점 단위로 세분화된 내신을 가지고 입시를 진행하는 학생부교과전형도 있다"며 "학생부종합전형도 평가 과정에서 줄을 세우지 않으면 합격 여부를 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9.10.29 뉴스1 "수능은 사실상 '부모찬스' 불가능…공정한 정시 확대 필요" 기사 중 

'학종도 줄세우기 아니냐'는 논리는 잘못된 주장
최소한 내신은 당일 치기 시험은 아니다. 말로는 공정을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공정이 아니라 결과만을 중시하는 공평이다. 학생부 교과의 0.1은 3년간 최소한 1학기 6과목 이상의 점수를 누계로 한 것이다. 하루만의 결과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 교과 전형의 막연한 줄세우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입시제도이다. 학종은 내신 정량 평가와 더불어 왜 학생이 교과목을 선택했는지를 묻고 이유를 듣는다. 요즘 학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펙이 아니라 '왜' 선택했고 '무엇'을 학습했는가 하는 이유이다.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신 손해를 보면서 교과목을 선택하고 학습한 점을 묻는다.

따라서 "학종도 줄세우기 아니냐?"는 논리는 잘못된 주장이 된다. 학종도 조건이 같으면 내신을 하나의 기준으로 할 수도 있지만 내신 서열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현 소장은) 수능이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우기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수능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미래역량인 자기관리, 대인관계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생보다 더 높다고 평가됐다"고 말했다.

*2019.10.29 뉴스1 "수능은 사실상 '부모찬스' 불가능…공정한 정시 확대 필요" 기사 중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수능을 지지한다는 건 어불성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를 인용해 수능으로 대학에 입학 학생들의 미래 역량이 우수하다고 이야기한다. 본인 역시 그런 자료를 접한 기억이 있다. 아마 오래전 기록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학종이 지금처럼 확대되거나 정비되기 이전의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당연히 해당 자료는 찾기 어려웠다. 그 대신 고교학점제 정책 포럼이 먼저 눈에 들어 왔다. 고교학점제를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환경과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고교학점제에 기반을 둔 입시제도가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 소장이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정책을 준비하고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더 이상 수능 출신 학생을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장은 "수능의 경우에는 부모가 비싼 사교육을 시켜 대비하더라도 딱 거기까지다. 결국 결과는 학생의 몫"이라며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 평가요소는 (교과·비교과 활동이력이 담긴) 서류(학생부)인데 이 서류는 사실 학생이 만들지 않아도 (부모가 개입하면 충분히) 된다"고 했다.

*2019.10.29 뉴스1 "수능은 사실상 '부모찬스' 불가능…공정한 정시 확대 필요" 기사 중 

수능 대비 위해 지역별·계층별 사교육비 격차 더 벌어질 것
위 내용은 현재 학종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이라고 과장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수능이나 학생부종합전형이나 준비하고 대비하는 부분까지는 마찬가지이다. 학생과 학교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가차없이 법적 처벌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수능에 대비하면서 지역별 계층별 사교육비 차이가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정시 선발 인원이 증가하면 수능 변별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수능 난이도가 더 상향 조정될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교육에 의존하는 비율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이란 시험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실수하지 않도록 무한 반복하는 기계 적인 시험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공교육이 이를 다 해결할 수 있는데 못하는 것은 공교육 책임'이라고 떠넘기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학급당 30명 수업하는 공간과 1대1 내지 5명 정도의 개별 수업을 하는 사교육이 같다고 얘기하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정시 시험을 확대한다고 하니 벌써 대치동 등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언론 보도는 '부모 찬스'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말해 주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학종은 부모 찬스를 전국 모든 학교에 골고루 제공하는 공정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 부분을 '결과의 공평' 이란 단어로 철저히 은닉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종도 내신으로 인해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는 일부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이다. 많은 정시 애찬론자들은 미래를 언급하기 보다 과거 그것도 아주 오래된 과거만을 부추기며 온갖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 내기에 급급하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논의하고 있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2년 후의 미래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00고의 000 교사는 "일부는 정시가 확대되면 공교육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이 수능 출제 여부에 따라 수업 참여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이 중심인 지금도 다를 게 없다. 학생부 기재 여부부터 묻는다. 이것도 공교육 정상화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2019.10.29 뉴스1 "수능은 사실상 '부모찬스' 불가능…공정한 정시 확대 필요" 기사 중

학종과 정시 동일시하며 공교육 정상화 비교하는 것은 이해불가
한편 서울 모 사립고 교사의 위와 같은 주장은 자사고의 교육과정이 얼마나 수능 중심의 단순한 교육과정인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로 보여진다.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위해 설립된 자사고 교사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시는 지금 현재 내신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학종과 정시를 동일시하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비교하는지 상상할 수 없다. 고3 내신성적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2학기 교실과 1학기 교실을 동급으로 비교하다니 도저히 이해 불가다.

진정 교육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현 교육실정에 맞는 대책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시각부터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 설명: 정시확대 왜 필요한가 토론회 [사진 출처=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블로그]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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