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대신 용서를 선택한 '판티 킴푹'의 이야기

위 사진을 봐주세요. 공포에 질린 얼굴로 거리를 달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아이의 모습도 보입니다. 총을 들고 무장한 군인들이 아이들을 뒤따르고 있어요. 이들 뒤로는 새카만 연기가 온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 기사는 <톡톡> 10월호 '세모네모 생각상자'에 4p분량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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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만 좋아하는 우리 아이, '책'과 놀게 할 수는 없을까? 재밌는 잡지를 읽었더니 두꺼운 책도 술술 읽혀요! 독서능력이 쑥쑥! 다양한 분야에 걸친 흥미로운 기사로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톡톡으로 내 안에 숨은 잠재력을 깨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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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뛰쳐나온 벌거벗을 소녀의 절규
사진 속 벌거벗은 아이는 베트남의 평범한 소녀, ‘판티 킴푹’입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2년, 9살이었던 킴푹은 가족들과 함께 마을의 한 사원에 숨어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이곳을 벗어나라!”며 다급히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외침이 들린 지 단 몇 초 만에 마을 전체가 새빨간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미국이 쏜 엄청난 화염 살상무기 ‘네이팜탄’이 떨어진 거예요.

미처 피하지 못한 킴푹의 옷에도 불길이 옮겨 붙었습니다. 킴푹은 황급히 옷을 벗어던졌지만 이미 그의 몸은 화마가 남긴 깊은 상처로 가득했죠. 도움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거리로 뛰쳐나온 킴푹의 모습은 당시 AP 통신의 사진기자였던 닉 우트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닉 우트는 쓰러진 소녀를 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소녀는 몸의 30%에 심각한 3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죠. 이 작고 어린 소녀는 14개월 동안 무려 17번이나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후에야 겨우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한 장이 바꾼 두사람의 인생
닉 우트가 킴푹을 담은 이 사진이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네이팜탄을 투하한 미국에서도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죠. 베트남 전쟁을 멈추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 사진은 다음 해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킴푹은 이 사진을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사진을 볼 때마다 끔찍했던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날, 킴푹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1996년, 워싱턴 D.C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 초청받은 킴푹은 단상에 올라 연설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킴푹이 연설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킴푹에게 달려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존 플러머’로 베트남 전에 참전한 미군이었습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그는 킴푹의 마을에 네이팜탄을 투하한 장본인이었습니다.

존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킴푹의 사진을 본 뒤 사진 속소녀가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지요. 존은 사진 속 아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며 24년 동안이나 죄책감과 괴로움 속에 살아온 존은 우연히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기념행사를 찾아갔다가 단상 위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전쟁의 비극을 알리는 한 여인을 보았습니다. 바로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소녀, 킴푹이었던 것입니다.

킴푹은 24년 만에 진심어린 용서를 구한 존 플러머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분노하는 대신 사죄와 용서를 선택한 이들은 악몽 같은 기억을 깨끗이 씻어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킴푹의 몸에 남은 화상자국
[사진 출처=wikipedia.com]

용서로 얻은 용기, 새로운 삶을 열다!
이후 킴푹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외면하지 않고, 전쟁의 참혹함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로 결심했습니다. 킴푹은 1997년부터 유엔 평화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알렸지요.

또 평화 자선단체를 만들어 전쟁고아를 위한 병원과 학교, 집을 지어주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킴푹은 2019년 2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인권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한 출 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인생을 사는 동안 갑자기 화염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저 또한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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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 전 사진 [사진 출처=time.com]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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