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다툼까지 경찰 신고해야 할까?

은수와 예준이는 초등학교 5학년 같은 반 절친입니다. 오늘은 컴퓨터 게임이 서툰 은수에게 게임고수 예준이가 함께 PC방에 가서 게임을 가르쳐주기로 했죠. 낯선 PC방 환경에 들떠있는 은수와 신나게 게임지식을 대방출하며 게임방법을 알려주는 예준이!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자 예준이의 신경이 날카로워졌어요. 초보 은수와 같은 팀으로 게임을 하니 자꾸 지는 거예요. 하지만 예준이의 짜증을 눈치채지 못한 은수는 계속 게임 도중에 예준이에게 “이건 어떻게 해?”, “저럴 땐 어떡해?”라며 질문했어요. 짜증이 폭발한 예준이가 은수에게 “XX냐?! 왜 그것도 못해!”라며 화를 냈습니다.

순간 나쁜 욕을 듣고 화가 난 은수가 벌떡 일어나 예준이를 밀쳤습니다. 둘은 PC방에서 주먹다짐을 하고 말았죠. 그러다 예준이의 얼굴에 손가락 길이의 붉은 상처가 났습니다. 예준이가 울며 집으로 가버리자 은수도 집으로 돌아가며 오늘 일을 곰곰이 돌이켜봤어요.

‘내가 게임을 잘 못해서 예준이가 많이 답답했나? 그래도 내게 욕을 하다니, 진짜 참을 수 없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 얼굴에 그런 상처를 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일 학교에 가면 내가 먼저 사과해야겠다.’

그런데 다음 날, 은수는 예준이와 사과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멘붕’이 왔죠. 예준이의 부모님이 경찰에 은수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했거든요. 은수는 부모님과 함께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은수는 충격으로 학교도 갈 수 없었고,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했어요. 이제는 더이상 화해할 수 없게 된 두 친구. 이 상황을 어떡해야 좋을까요?

-이 기사는 <톡톡> 10월호 '세모네모 생각상자'에 6p분량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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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할 수 있어도 "경찰 불러"가 먼저?
집단 따돌림이나 성폭력 등 심각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경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앞의 사례처럼 친한 친구와 한순간 감정이 폭발해 다투었을 경우에도 경찰의 도움이 필요할까요?

이처럼 친구끼리의 사소한 다툼마저도 경찰 신고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지난해 11월에 발간한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건수는 1만 4000건으로 이 중 폭행상해·금품갈취·성폭력을 제외한 기타 범죄는 107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경찰청의 집계방식이 바뀐 2015년 전체 검거건수 1만2495건 중 기타로 집계된 901건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인데요.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어린나이의 아이들까지 다툼이 일어날 경우 경찰 신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싸움이 학교폭력으로 번질 수 있어!”

우리 반 친구 A와 B가 다퉜는데요. 선생님이 오셔서 친구 들 을 중재하고 억지로 화해시키긴 했지만, 그때뿐이었어요. 선생님이 안 계실 때나 학교 밖에서는 여전히 앙숙이었죠. 나중에는 A와 그 친구 들이 B를 따 돌리기 시작했지 뭐예요. 결국엔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번져버려서 A가 전학을 가
고서야 겨우 마무리됐어요.

친구끼리 싸움을 학교에서 모두 해결해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학교 밖에서 일이나 선생님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일들까지 모두 학교가 해줄 수는 없는 거 같아요. 때로는 A 와 B 두 친구의 일처럼 더 큰 일로 번지기
전에 경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6학년 김민준 학생]

요즘 은 애들 싸 움 이 더 무서워요 . 부모들이 경찰에까지 신고하게 되는 이유가 다 있다니까요. 학교를 믿고 맡겨도 선생님이 아이들 에게 무 관심하고 , 학교장은 교 사 들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면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만 상처받는다고요.

게다가 자기 자 식밖 에 모르는 부모나, 단순히 선생님의 훈육이나 가벼운 학교의 처벌만으 로는 도저히 고치기 어려운 아이들은 따 끔한 맛 을 보아야 정신을 차려요 . 단순히 아 이들싸 움이라고 해서 가볍게 여기고 넘어갈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초등 5 학년 학부모 강현숙 어머니]

“아이들 싸움에 경찰서는 지나쳐!”

저는 실제로 친구와 싸 워서 경찰 조사 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5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친했던 친구 C 와 반이 나뉘게 됐는데요. 저는 새로운 반에서 새로 사귄 친구 들과 잘 어울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C가 찾아 와서 ‘다 른 애들이랑 놀지 말고 나랑만 놀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에 화가 나
SNS에 욕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저를 사이버수사대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거예요.

경찰 조사 를 받았는데, 경찰서에 간 것만으로도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 먹어서 한 동안 병원 신세를 질 정도였으니까요. 잘 다니던 학교도 더 이상 다니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했습니다. 물론 제가 욕을 한 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반성합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여전히 물 어보고 싶어요. 정말 나를 친구로 생각했다면 꼭 경찰 신고를 하 는 것이 최선이었는지 말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박송이 학생]

아이들 싸움에 경찰이라는 공권력까지 개입하는 것은 매우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기회마저 빼앗아버리는 일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싸우는 것은 당연합니다.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중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싸 운 후에 자신의 잘못 을 깨닫고 사과하 는 것 , 그리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찰 이 개입한다면 아 이들 은 서로 화 해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방법을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들 사이에서 사소한 다 툼이 벌어졌을 경우, 부모님들이 조금 더 학교를 믿고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수사기관으 로 문제가 넘어가는 순간 교사가 아 이들 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많
지 않으니까요. [초등학교 교사 이현주 선생님]

사소한 싸움에 경찰신고…변호사까지 동원!
사소한 아이들의 싸움으로 시작된 다툼은 경찰 신고와 함께 어른들의 싸움으로 커지는 일이 많습니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최대한 낮은 처벌을 받게 하려고 경찰 조사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어에 ‘소년범’, ‘촉법소년’만 검색해 봐도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시간 이게 최선일까요?
어른 싸움으로 번진 이 다툼 속에서 가해학생은 물론 같은 학교, 반 친구인 피해 학생도 마음이 편할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지요. 친구끼리 양보하고, 화해하고, 서로 진심으로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친했던 친구와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물론 가해학생이나 교사의 입장에서는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다툼이 피
해학생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해학생이 진심
으로 잘못을 뉘우친다면, 그리고 피해학생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면, 경찰 신고 전에 딱 한 번이라도 사과하고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이 인격적으로 성숙하는 데 꼭 필요한 소중한 경험이 돼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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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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