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신화' 깬 학종 죽이기, 사교육 부흥 가져온다
-"학종 무력화하는 정시 수능 확대, 당장 중단하라“

학종이 '대치신화' 깼다…학종 등장 이후 나타난 '탈 대치' 현상 
우리나라 교육계는 수십 년 동안 '대치동 시계'에 맞춰 돌아갔다. 주말이면 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과 경기권에서 자녀를 태우고 몰려드는 학부모들의 차량행렬로 대치동 학원가는 불야성을 이뤘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있기 전 입학사정관전형에서도 그 힘은 여지 없이 발휘됐었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R&E(Research & Education)는 고등학교와 학생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치동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이처럼 대치동은 잦은 입시 변화에도 '넘버 원' 자리를 굳건히 지켜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대치동의 굳건함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해마다 조금씩 일반고 교사들은 학종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하나로 뭉쳐갔다.

대치동에서 사교육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 이상 대치동에서 설 자리가 없다며 하나 둘씩 떠나갔다. 대치동은 그렇게 서서히 사교육의 뿌리에서 곁가지로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학종 덕분에 사교육의 아성이었던 대치동이 서서히 무너지는 '탈 대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정시확대를 예고하자마자 대치동 아파트 값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탈 대치를 선언했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대치동으로 몰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탈 대치', 수능 확대로 '도로아미타불' 
그런 가운데 11월 11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 교육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에서 "정책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며 "정책의 추진 속도와 방식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여러 관계기관과 협의하며 현재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바뀔 수 있지만, 방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1대회장)은 개인 SNS를 통해 반박글을 올렸다. 아래 내용은 임진택 입학사정관이 SNS에 게재한 글의 전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교육정책 속도보다 방향 중요" 발언에 대한 반박
교육도 방향이 중요하듯, 대입도 방향이 중요하다. 고교와 대학이 정시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정시 확대는 당장은 정시 몇 % 정도의 소폭 확대에 그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으로 대입 방향이 움직일 것이다.

현재 정시 수능 확대를 실현코자 학생부종합전형 무력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수능이 주력 전형이 될 것이라는 신호다. 학종 무력화는 결국 수능 대폭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다음 세 가지를 통해 증명된다.)

하나. 제도 도입부터 활용해 온 고교프로파일을 고교등급제로 몰아간다. 고교프로파일은 고교 교육환경을 살펴, 학생의 교육활동을 이해하는 자료다. 학교마다 교육활동이 같지 않으므로 학생을 이해하는 필수자료이다.

둘. 전형자료 무력화다. 학종에서 학생의 다양한 경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거하는 것이다. 학생부의 창의적체험활동(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과 자기소개서를 없애면 교과중심의 평가가 강화돼,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은 차이가 없어지고 종합전형은 자연스레 고사된다.

셋. 운영체계를 통한 무력화다. 이모 대표(전 스카이에듀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학종 평가를 입학사정관 3인 이상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대학은 2인 평가 후, 점수 차이가 있는 경우 조정평가를 한다. '입학사정관 3인 이상 평가'가 의무화하면, 대학은 현 학종 모집인원을 평가하기 위해 최소 100명이 넘는 입학사정관을 뽑아야 하지만 예산 문제 등 현실적으로 인력을 늘리는 건 어렵다.

결과적으로 학종 모집인원을 줄이고, 정시 수능(수능+면접) 모집인원을 대폭 늘릴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정시가 일정수준 확대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물줄기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서울소재 대학과 지역 거점대학에서 정시 대폭 확대를 예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부가 예상하는 대입의 방향은 틀렸다. 매번 '과도기적'이라는 말로 무마하려 해서는 안된다. 대입의 방향이 잘못됐기에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학종 무력화 중단하고, 정시 수능 확대 중단하라“

교육은 백년지대계…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인해 모처럼 희망을 갖게 된 일반고를 '정시 확대'로 다시 쓰러뜨리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축소는 살아나는 일반고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벌인 이 같은 사태에,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이들은 큰 실망감과 함께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어느 당을 지지하고 아니고 할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정부의 그른 판단이 문제인 것이다. 

교육의 방향은 당장의 여론조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일컬어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것이다. 정부는 부디 나무가 아닌 숲을 보길 바란다. 

*사진 설명: 2019 교육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 [사진 출처=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페이스북]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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