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감추고 싶어하는 파괴된 인간들의 이야기!

한 해에 10만 명씩 증발하는 일본 사회의 비극은 남의 일일까?
한 사회 내부에서 오히려 그 사회의 진실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때로는 외부자의 시선, 외국인의 시각에서 우리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레나 모젤과 사진작가 스테판 르멜이 공동 집필한 ‘인간증발’은 버블 경제 붕괴 후 일본 사회에서 심화된 어느 날 갑자기 증발하는 인간이라는 사회 현상을 다룬 책입니다.

어느 나라고 실종자가 없을 리가 없지만 일본은 유독 심합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명의 사람이 증발합니다. 왜 멀쩡히 아침에 출근하러 등교하러 장 보러 나간 사람들이 사라지는지 그 이유를 궁금히 여긴 프랑스 저널리스트들이 그 사연을 추적해 갑니다.

이 책은 그들의 취재기와 사라진 당사자들의 원고 그리고 그들의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모순적인 삶의 편린들을 찍은 생생한 사진이 담긴 3종 세트로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데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인간 증발의 가장 흔한 유형은 버블 경제 때 빚을 내 무리하게 집을 산 뒤 집값이 떨어지면서 이자도 내기 힘들어진 서민들이 야쿠자를 피해 도망 다니는 경우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일본에서는 ‘야간도주 사무소’라는 드라마가 제작될 정도였죠.

시대는 다르지만 경제적 사정 때문에 온 가족이 야반도주를 해야 했던 사연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도 등장하죠. 실제 야반도주를 도와주는 사업 아이템이 있었다고 합니다. 히가시노의 소설에서는 일가족이 도망을 치지만 실제는 가족을 두고 혼자 도망치는 경우가 많았죠.

저자들은 이를 특유의 일본 문화 페를 끼치지 말자는 풍토의 일환으로 봅니다. 이런 증발을 할복과 함께 일본 사회가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악습 문화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증발자들을 찾기 위해 일본 지도에도 없는 곳들을 찾아내죠.

이들이 인터뷰한 사람 중에서는 가족과 떨어져 행불자로 살면서 너무나 외로워 미쳐버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공동체의 나라였던 일본이 가족을 시작으로 기업 국가 등의 공동체들이 차례로 무너지고 있는 증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패의 잔혹동화 양산이 낳은 '인간 증발'
이 책을 읽고 우리를 돌아보았습니다. '우리는 어떤가' 라고 말이죠. 찾아보니 우리 나라도 이런 현상이 심각하더라고요. 우리는 현재 하루에 185명씩 사라집니다. 이 숫자를 1년으로 계산하면 6만7,000명이 넘습니다. 인구 비율로 치면 이미 일본을 추월한 셈이죠. 다만 일본과 다른 점은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90년대가 정점이었고 우리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이 현상이 심회되었다는 점입니다.

*출처=yes24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은 분야는 삼성전자 방탄소년단 같은 긍정적인 분야만이 아닌 듯합니다. 원래 자살률 1위 국가는 일본이었는데 우리가 추월했죠. 우리 사회가 커가면서 빈부 격차도 심해지고 사회적 관계망도 삭막해지면서 실종자도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들은 일본의 인간증발이 실패에 유달리 잔혹한 사회 문화 탓이라고 했는데 우리 사회 역시 실패에 절대 너그러운 편은 아닙니다. 특히 한국 사회가 실패의 잔혹 동화를 양산해내는 특정 세대가 있습니다.

직장을 그만 두고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든 40대~50대 남성들이죠. 아마 서울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숙자 중에서도 이 연령대의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제일 많을 겁니다.

개인 사업 혹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는 서울역에서 이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솔직히 내 앞날에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삶이 기다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이런 추세라면 프랑스 저널리스트들이 ‘인간 증발 한국 편’이라는 책을 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진상
▶대입 컨설턴트
▶'공부 완성 독서법' 저자
▶전 ebsi 강사
▶전 유웨이 중앙교육 입시 컨설턴트
▶전 강남대성학원 강사
▶전 대치 대찬학원 입시연구소장
▶전 신우성학원 입시 연구소장
▶전 조선일보 조선에듀케이션 칼럼리스트
▶전 스피트북 스터디포스 입시 연구소장
▶'학생부 합격의 법칙', '수시의 진실' 등 20여권의 교육서 저자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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