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탈춤으로 살펴보는 조선 민초들의 해학과 풍자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여러분은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 같은 공연 관람을 좋아하나요? 아마 많은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 같은데요. 이처럼 상영이나 무대 공연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연기자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이야기를 ‘극문학’이라고 합니다.

‘극문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생활로 이 같은 공연을 즐기고 있고, 또 연기자나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의 꿈을 키워나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다면 문제! 과연 TV도, 영화관도, 멋진 공연장도 없었던 머나먼 옛날에는 극문학이 없었을까요? 있었다면 옛날 사람들은 과연 극문학을 어떻게 즐겼을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오늘날보다 훨씬 더 흥겨운 그 현장으로 들어가 봅시다.

-이 기사는 <톡톡> 2월호 'STUDY UP'에 4p분량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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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보여주는’ 극문학!
‘극’은 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 시점에 사건을 발생시켜 보여주는 ‘보여 주기’의 갈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TV나 영화관, 공연장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극을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매체들이 없었던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현대와 같은 매체가 없었다고 해서 극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섭섭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춤과 노래를 사랑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고 싶어 하는 따뜻한 민족인데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공연했을까?
머나먼 과거에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극문학을 즐겼습니다. 우선 우리의 전통극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알아볼게요. 시작은 부족국가 시대에 행하던 제사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제사를 이끄는 ‘제사장’이 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마치 자신이 신이 된 것처럼 행세하기도 하고, 가뭄에 비가 내리거나 사냥에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그 상황을 가장하는 연극을 펼치기도 했지요. 이것이 점차 발전하며 가면극이나 인형극, 판소리, 창극 등 여러 장르로 발전했습니다.

오늘날처럼 각종 효과를 이용한 화려한 무대나 음향 장치가 잘 되어 있는 공연장이 없었던 옛날에는 배우들이 있는 장소가 곧 공연장이 되었어요. 그리고 관객과 배우 사이에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며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중에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 화려한 탈을 쓰고 춤을 추며 공연하던 ‘탈춤’인데요. 우리나라 탈춤 중 가장 유명한 <봉산탈춤>에 등장하는 가면들과 함께 그 내용을 한 번 살펴볼까요?

봉산탈춤

등장인물

제6 과장 양반춤

말뚝이 (벙거지를 쓰고 채찍을 들었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양반 삼 형제를 이끌고 등장.)
양반 삼 형제 (말뚝이 뒤를 따라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점잔을 피우나 어색하게 춤을 추며 등장. 양반 삼 형제 맏이는 샌님, 둘째는 서방님, 끝은 도련님이다. …… 도련님은 대사가 없으며, 형들과 동작을 같이하면서 형들의 얼굴을 부채로 때리며 방정맞게 군다.)
말뚝이 (가운데쯤에 나와서) 쉬이, (음악과 춤이 멈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 하니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를 다 지낸 퇴로 재상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양반들 야아, 이놈 뭐야아!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갔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옥판서 다 지내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이 생원네 삼 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하였소.
양반들 (합창) 이 생원이라네. (굿거리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도령은 때때로 형들의 면상을 치며 논다. 끝까지 그런 행동을 한다.)
…… (중략) ……
말뚝이 쉬이. (춤과 반주 그친다.) 여보, 악공들 말씀 들으시오. 오음 육률 다 버리고 저 버드나무 홀뚜기 뽑아다 불고 바가지 장단 좀 쳐 주오.
양반들 야아, 이놈, 뭐야!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듣소. 용두 해금, 북, 장구, 피리, 젓대 한 가락도 뽑지 말고 건건드러지게 치라고 그리하였소.
양반들 (합창) 건건드러지게 치라네. (굿거리장단으로 춤을 춘다.)

“아이구, 귀~하신 양반님~ 오셨쎼요?”
어떤가요? 읽다보니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멘붕’이 왔다고요? 그래도 잘~ 읽다보면 왠지 말뚝이가 양반들을 놀리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말뚝이의 말에 양반들이 화를 냈다가, 말뚝이의 변명을 듣고선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게다가 무언가 양반이라는 사람들이 말뚝이보다 멍청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대사들을 이해하려면 당시 조선시대 모습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데요. 조선시대에는 ‘양반’이라는 계층만 출세해 벼슬을 할 수 있었고, 양반 아래 평민과 상민은 양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표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왜적이 쳐들어온 임진왜란이 발생하자 양반들은 백성을 버리고 제 목숨 지키느라 도망 다니기 바빴습니다. 또 병자호란 때는 임금이 오랑캐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이런 모습들을 지켜본 백성들은 점차 양반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양반’의 뜻이 개잘량의 ‘양’, 개다리소반의 ‘반’, 즉 개의 가죽이나 개의 다리와 같다며 조롱하는 말뚝이의 대사에서 이를 잘 느낄 수 있지요.

가면 속에 살아 숨 쉬는 조상의 얼, 우리가 지킬 때!
이처럼 전통극 안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생각, 사회에 대한 풍자까지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우리의 전통극을 쉽게 접할 수 없고, 그마저도 차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고 있는 것이 슬픈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극문학. 이제는 박물관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며 공존토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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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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