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는 수치로 측정 가능한, 객관적인 능력이다 
-공부머리 좋은 학생의 압도적인 효율성 
-고등학생들은 정말 공부를 많이 할까? 
-공부머리 좋은 학생의 학습 시스템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공부머리’는 수치로 측정 가능한, 객관적인 능력이다 
공부머리, 즉 ‘언어능력’은 수치적으로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수치를 보면 학생이 어느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는지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기초언어능력평가 50점 이하: 초등 고학년용 장편동화를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 
수능국어 40점 이하: 청소년 소설을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 
수능국어 70점 이하: 고전명작을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A가 여주인공 B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C와 D가 이를 방해한다’는 식의 핵심 줄거리가 있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어려워한다는 것은 바로 이 핵심 줄거리의 상당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드라마를 다 봤는데 주인공 A가 누구와 사랑에 빠졌는지 모르는 식이죠. 수치를 다시 교과서 공부의 관점으로 바꿔 표현해볼까요? 

기초언어능력평가 50점 이하: 초등 고학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 
수능국어 40점 이하: 중학교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 
수능국어 70점 이하: 고등학교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 

독서교육의 일차적인 목표는 자기 연령에 맞는 언어능력 수치에 이르는 것입니다. 연재를 통해 지금껏 다뤄온 내용들처럼 말이죠. 그런데 자기 연령대 적정치를 훌쩍 뛰어넘는 언어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있습니다. 흔히 ‘공부머리가 좋다’라고 하는, 공부를 별로 안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죠. 

공부머리 좋은 학생의 압도적인 효율성 
제가 직접 만나본 학생 중에 이 방면으로 가장 뛰어난 아이는 헌주였습니다. 헌주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고등학교 3학년인데도 공부보다 교회 활동이 우선인 아이였죠. 주말에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평일에도 성경이나 기독교 서적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러고 공부는 언제 하나 싶은데 희한하게도 성적은 늘 최상위권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헌주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동안 단기 선교활동을 다녀온 일이었습니다. 남들은 입시에 열을 올리는 그 시기에 단기 선교활동을 다녀온 후 유유히 명문대에 합격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아나운서 출신 여행 작가인 손미나 씨도 방송을 통해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동안 아버지와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온 일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 여행 덕분에 나머지 3개월을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한쪽에서는 ‘3당 4락(3시간 자면 합격하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처절하게 공부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딴 세계 사람인 것처럼 할 것 다하고 가뿐하게 입시에 성공합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고등학생들은 정말 공부를 많이 할까? 
우리는 고등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의심의 여지없는 사실입니다. 고등학생들은 공부에 관한 일을 하는 데 하루 대부분을 보냅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 수업을 듣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빨라야 9시입니다. 

그 와중에 시간을 쪼개 수행평가를 준비하고, 학원 숙제를 하고, EBS 강의도 듣습니다. 정말 공부뿐인 나날을 보내는 셈입니다. 시험기간에는 새벽 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온 삶을 공부로 가득 채우는데도 성적이 늘 제자리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3당 4락입니다. 공부를 이렇게 많이 해도 성적이 안 나오니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3당 4락이라니, 노벨상 수상자들도 그렇게까지 공부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실질 학습시간이 얼마 안 된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공부뿐인 나날을 보내는 것이지, 공부하는 나날을 보내는 게 아닙니다. 쓰는 시간에 비해 실제 학습량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공부의 주요 방식이 듣는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또는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강의를 듣는 것은 수동적인 공부로,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방식입니다.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 소장의 저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는 듣기 방식의 공부법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잘 소개돼 있습니다. 이 책에는 에릭 마주르 하버드대학교 교수의 강의 내용이 실려있는데, 강의 내용 중 MIT 미디어랩에서 실험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옵니다. 

‘한 대학생에게 교감신경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부착한 후 교감신경이 활성화될 때와 불활성화될 때가 언제인지 추적했다. 교감신경계가 가장 불활성화 될 때는 TV 시청시간과 수업시간이었다. 한 마디로 이 두 행위를 할 때 사람의 뇌는 잠을 잘 때보다 더 멍한 상태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정확하다면 우리 아이들은 공부 시간 대부분을 멍한 상태로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습니다.

EBS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 제작팀은 이와 관련한 대규모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상위 0.1% 학생 중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아이 60.8%, 일반 학생들은 71.2%로 10.4%의 차이가 났습니다. 

그런데 실제 차이는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더 컸습니다. 0.1%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다 뿐이지 지속적으로 받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약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보충 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고 목적을 이루고 나면 그만두었습니다. 반면, 일반 아이들은 꾸준히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0.1%의 아이들이 사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지 않는 이유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은 사교육대로의 진도가 있어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지 않고 전체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설명만 들어서는 완전히 자기 지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복습도 따로 해야 합니다. 시간이 이중삼중으로 낭비되는 셈입니다.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할 때 확실한 자기 것이 됩니다. 사교육 활용 패턴에서 알 수 있듯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를 하고, 부족한 부분만 사교육의 도움을 받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사교육으로 공부하고, 숙제할 때 정도만 스스로 공부합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스스로 복습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학습량은 지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공부에 대한 피로감도 느끼면서 실제로는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 이상한 상태에 빠지고 마는 거죠. 

그렇다면 지금 당장 사교육을 모두 끊고 학생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장기간 사교육에 노출된 아이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학생들이 휴일에 자율학습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 산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한 시간을 진득이 앉아있지 못합니다. ‘화장실 갔다 온다’, ‘물 마신다’ 하며 끊임없이 들락거립니다.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가면 1~2시간은 기본이고, 조용해서 공부하나 싶어 들여다보면 책상에 코를 박고 잠들어 있기 일쑤입니다. 

이러니 하루 12시간을 앉아있어도 실제로 공부한 양은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사교육은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공부는 결국 스스로 해야 합니다. 

흔히 이런 아이를 보고 의지가 부족하다, 공부할 마음이 없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의지나 마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하지 못하는 건 교과서나 참고서가 어려워서 읽어도 이해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는 족족 진도가 쭉쭉 나가야 재미도 있고 집중도 할 수 있는데, 봐도 잘 모르겠으니 진득하게 앉아있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다시 학원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학원에서 설명을 들을 때만큼은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학습량의 차원에서 보면 형편없이 비효율적이지만요. 

공부머리 좋은 학생의 학습 시스템 
헌주처럼 공부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정반대의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뛰어난 언어능력을 기반으로 공부에 할애된 시간 동안 스스로 진짜 공부를 합니다. 과학 한 단원을 공부하면 머릿속에 그 단원의 지식이 완벽하게 정리된 상태로 저장됩니다. 한 단원을 공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적은 시간을 해도 많은 양의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공부가 재미있고, 적게 공부해도 성적이 잘 나오니 자신감도 붙습니다. 그러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눈을 돌리는 욕심도 부릴 수 있습니다. 이걸 하고도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잘해냅니다. 

뛰어난 언어능력의 배후에는 여지없이 독서가 있습니다. 헌주는 어려서부터 성경을 끼고 살았습니다. 성경은 읽기 까다로운 책입니다. 일단 고어체인데다 어려운 어휘가 많고 시대나 배경도 생소합니다. 또 그냥 한번 읽어서는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읽고 묵상하고, 읽고 묵상해야 하죠. 

그런데 헌주는 이 어려운 책을 수십 번 완독했고, 대화 중에 자유자재로 인용할 만큼 암송할 수 있는 구절도 많았습니다. 무신론자인 저와 깊이 있는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교리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높았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죠. 

성경으로 시작된 헌주의 독서 이력은 종교 서적을 거쳐 문학으로 확대됐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듣는 공부를 하고 있을 때 헌주는 이렇게 자신만의 독서 이력을 쌓았고, 그 결과 남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언어능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성경과 종교 서적, 두껍고 난해한 세계 명작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아이에게 고등학교 교과서는 한 번 읽으면 간단하게 이해되는 쉬운 책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공부는 더 이상 고민의 영역이 아닙니다. 

가까운 예로 동갑내기 글로벌 리더였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입시 공부를 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사업을 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폴 앨런과 함께 ‘트래프 오 데이터’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만들었고, 스티브 잡스는 동네 형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전화 회선을 해킹해 시외통화를 공짜로 할 수 있는 ‘블루박스’라는 불법기기를 만들어 팔았죠. 

공부머리는 그 학생이 거쳐 온 독서 이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헌주는 다른 아이들보다 책을 훨씬 더 많이, 깊이 읽었습니다. 딱 그 양과 질의 차이만큼 공부머리도 뛰어났습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헌주보다 더 많은 책을 깊이 읽었습니다. 

딱 그 양과 질의 차이만큼 공부머리도 더 뛰어났습니다. 지적 능력으로 성공을 이룬 명사들을 살펴보세요.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물론 독서를 하지 않았음에도 공부머리가 좋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 한 권 읽지 않고 명문대를 갔다는 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아이들은 타고난 사고 패턴과 기질이 매우 우수합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남다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이죠. 책을 읽었다면 글로벌 리더급로 성장할 수 있었을 인재가 그저 명문대학교에 진학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으니 오히려 안타까워해야 할 일 아닐까요? 

스스로에게 독서 습관을 선물하세요. 교과서를 어려워하는 학생에게도, 교과서 정도는 쉽게 읽어내는 학생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을 없을 테니까요. 

■ <나침반> 3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57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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