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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아이들…'학습결손' 막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마음 돌봄'
불안한 아이들…'학습결손' 막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마음 돌봄'
  • 하동협 전교조 인천지부장
  • 승인 2020.03.16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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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가정 학습, 학생·교사들 소화하기 힘들다 
-학생들의 ‘마음 돌봄' 위한 교육 지원 시급
-학생들 사이에 비난, 혐오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공감교육 필요
-행정업무 보다 사회적 공감교육 집중해야 한다
-수업일수·시수 감축 허용해 교과 진도·평가 부담 줄여야 한다
-입시중심 경쟁교육 되돌아본 후 교육 패러다임 전환점 찾자
*초등학교 디지털교과서 수업 모습 [사진 제공=세종시교육청]
*도담초등학교 디지털교과서 수업 모습 [사진 제공=세종시교육청]

코로나19로 불안과 우울감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관련 상담을 의뢰한 건수는 지난 한 달간 2만 6천여 건에 달했다. 때문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학생들 역시 답답함과 우울함을 호소한다. 개나리와 진달래 담장이 맞아주던 새 학기에, 친구들과 수다 떨고 운동장에서 뛰놀지 못한 채 좁은 방안에만 있으려니 오죽할까. 120개국 12만 명을 감염시키고, 4천 명 이상 목숨을 앗아간 바이러스가 자신의 몸에 침투하지 않을까 학생들은 매일 불안에 떨고 있다.  

뉴스에서는 무급휴직 증가, 증시 급락 등 ‘세계 경기 침체’ 소식이 들려오고,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연일 기록을 갈아치운다. 일주일에 마스크 2장 겨우 살 수 있을까 말까 한 ‘마스크 대란’인데 구로콜센터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와 서울·경기·인천에 비상이 걸렸다.  

인구 2천 5백만명이 밀집된 수도권 지역 감염 확산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더욱이 감염자와 2m 이내 15분 이상 머무는 밀접접촉을 막을 수 없는 것이 학교다. 새로운 ‘슈퍼 전파지’가 될 수도 있어 3월 23일 개학이 추가로 연기되거나 ‘온라인 개학’을 할 수도 있다. 우리 학생들은 이대로 괜찮을까?  

온라인 가정 학습, 학생·교사들 소화하기 힘들다 
교육부든 시도교육청이든 '학습결손'을 막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쏟는다. 3월 초, 인천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는 온라인 학습이 가능한 원격교육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렸다.  

‘온라인가정학습 안내자료’를 하루나 일주일 단위 분량으로 교사가 올려두면, 학생들은 집에서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새 학기 내용을 예습하라는 것이다. 온라인과 SNS로 학습 피드백을 제공하고 관리하라고도 했다. 휴업 1단계를 넘어서 2단계 조치가 미리 가동된 것이다.  

바삐 움직인 교육당국에 고마운 마음도 잠시, 학생들과 교사들은 숨이 턱 막힌다. 어떤 계획서와 자료는 평상시에도 쉬이 소화하기 어려운 내용과 과제들로 빼곡하다.  

코로나19 사태에 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우선, 개별 학생들의 ‘심리 방역’을 위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감염병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과잉불안을 경험할 수도 있다.  

감정 공유가 익숙한 가정에서는 그나마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가족들에게조차 마음을 털어놓기 힘든 학생들도 많다. 평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없게 된 아이들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도 있고, 특히 기질적으로 불안에 취약한 학생들의 경우 불안장애나 면역력 저하 등으로 신체적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이때 학생들이 차분히 감정을 들여다보고 ‘마음 돌봄’에 집중할 수 있게 교육적으로 도와야 한다. 정신의학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급별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심리지원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해야 한다.  

또 교사들이 구체적 상황에 실질적 대응을 할 수 있게 교육하고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학습결손' 보다 ‘코로나 블루’를 막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코로나19 감염으로 ‘피해자’가 된 학생들이 죄의식이나 두려움에 숨거나 위축되지 않게 교육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비난과 혐오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할 수 있게 공감 교육을 해야 한다. 3월 10일 교육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학생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249명이다.

학생 확진자 발생 시 기본적인 대처는, 감염으로부터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지만, 교육적 대처가 거기에서 그칠 수는 없다.  

확진 판정된 학생들은 자신이 타인을 감염시켰을지 모른다는 미안함과 자신에게 쏟아질지 모를 혐오와 낙인에 대한 두려움에 숨거나 위축될 수 있다. 자신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누군가에게, 급속히 퍼지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공포다.   

확진된 학생뿐만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 중에 확진자가 있거나 그로 인해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학생, 코로나19 대응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공무원·노동자를 가족으로 둔 학생, 코로나19로 생계위협에 직면한 가정의 자녀들까지 심리적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차고 넘친다.  

이런 문제들은 개학 후 관계에서 잠재적으로 갈등과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이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 교육’을 준비하고 필요한 예산 추경을 포함해 전폭 지원해야 한다.  

시급하지 않은 행정업무를 과감히 멈추거나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심리 방역’과 ‘사회적 공감 교육’에 교사들이 대비하고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3월 23일로 개학이 연기됐음에도 교사들은 복무지침,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맞춤형 복지포인트, 집단돌봄, 온라인 학습, 정보공시, 성과급, 교원평가 지침 등으로 각종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 탁상행정 때문에 현장 교사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학생들의 ‘마음 돌봄’과 ‘심리지원’이 시급한 만큼 시기를 늦출 수 있는 행정업무는 과감히 뒤로 미뤄야 한다.  

개학 후에는 다중밀집시설인 학교에서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위생·건강 관리 방법을 곧바로 교육해야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 기간 중 어떻게 지냈는 지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는 등 공감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교사들이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시키는 작업이 우선이다. 시급하지 않은 행정업무 처리는 과감히 없애거나 늦춰야 한다.   

개학 후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실제 삶과 연결된 실질적 교육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위한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감축도 필수적이다. 개학 후 교사들이 처음 해야 할 일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또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학생들을 다그쳐 ‘교과서대로 진도 빼기’여서는 곤란하다.  

인천시교육청은 전국 최초 ‘코로나19 학교안정화지원 TF팀’을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개학 후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명백한 한계가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는 모든 학생들에게 초유의 경험이다. ‘마스크 대란’부터 ‘세계경기침체’까지 정치·사회·경제적 여파가 큰 사안이다.  

이 삶의 경험으로부터 우리 학생들의 배움이 시작되고 확장돼야 한다. 현상기반학습은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학습자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에서 의미를 찾아 각 과목의 학습 주제를 정함으로써 배움의 자발성과 흥미를 이끌어내고, 기존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배움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지금 코로나19 만큼 강렬하고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현상이 또 있을까. 장기적으로는 국가수준교육과정 대강화 등 필요한 조치와 연동해 현상기반 교육과정 등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을 줄일 것이 아니라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감축해 교과 진도와 평가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야 한다.  

교육부는 휴업 2단계부터 수업일수를 감축하도록 허용했지만, 수업시수 감축이 담보되지 않으면 학생도 교사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휴업 1단계 수준에서도 과감하게 수업일수와 시수 감축을 허용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입시중심 경쟁교육을 근본에서 되돌아보고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2019년 한 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총액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에도 온라인 사교육 시장은 특수를 누렸다.  

삶과 연결된 교육보다 입시 경쟁을 위한 교육을 해왔던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코로나19로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과로로 쓰러지고 직장을 잃었다.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고, 생계를 위협받는 이웃을 돌아보며 연대하도록 가르쳐야 할 시기에 학습결손만을 강조하며 온라인 학습을 밀어붙인 교육당국의 모습이 부끄럽다. 학생들은 빡빡한 수업일수와 시수에 갇혀 꾸역꾸역 교과 내용을 학습해야 하는 ‘기계’가 아니다.  

백신 개발부터 공공의료체계 구축까지, 코로나19는 사람의 건강·생명·안전 보다 돈을 중심에 둔 논리로는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입시 경쟁 교육이라는 낡은 체제로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삶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전인적 발달 교육에 이를 수 없다. 이윤보다 인간을 중심에 두는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속에서 교육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전망을 찾아 나가야 한다.  

WHO는 결국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다. 전염력이 매우 높아 완벽한 차단이 불가능하고 조기 종식도 불가능한 코로나19 대응은 장기전이 됐다. 한국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단편적 '학습결손'에 집중하기보다 감염병 위기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에듀진 기사 링크: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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