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바뀌는 ‘서류 블라인드 평가’ 그래도 밀고 가야 하나?
합격자 바뀌는 ‘서류 블라인드 평가’ 그래도 밀고 가야 하나?
  • 신동우 기자
  • 승인 2020.03.24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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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블라인드 평가제 사실상 무용론
-서류 평가와 면접 평가 둘 다 대학에게 맡겨야 
-단 하나의 오류 용납하지 않는 신중한 대안 필요해
*서울대학교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서류 블라인드 평가제 사실상 무용론
올해부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 이름만 대학에 제공해서 ‘서류 블라인드 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교육부 정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모집요강이 나오는 시기까지는 불가능하고 실제로 수시 원서 접수시기인 8월 말까지도 시간과 경비, 시스템 모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의 한 대학 입학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서류 블라인드 평가제 시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 적용에 있어서 어떤 오류가 발생할지도 모르고 실행되었을 때 합격자가 바뀌는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라며 “선도대학을 운영해 몇몇 국립대학에서 우선 시행해보고 추후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현실적인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홍길동’이라는 학생의 이름을 갖고 있는 두 명의 지원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이름만 제공된 블라인드 방식으로 인해 학생부가 바뀌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그로 인해 합격 가능성이 높았던 학생이 합격되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이 연출됐을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이 실제로는 밝혀지지 않고 미궁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 같은 불행한 일이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만일 추후에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서 명확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적어도 대학은 아닐 것이다. 결국은 이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주무장관과 그것을 밀어붙이게 만든 누군가의 책임인 것이다. 아니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개인에게 돌아가고 책임자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서류 간 매칭 어렵다면 블라인드 평가 자체가 '무용지물' 
입시는 단 하나의 오류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교육부는 여전히 여러 돌발 상황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어 서류 블라인드 평가 처리방식에 대한 대학들의 염려와 기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서류 블라인드 평가’에 있어 대학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개인 신상과 출신고교를 모두 가린 학교생활기록부와 개인정보 및 출신고교가 공개된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를 어떻게 시스템에 연동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냥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블라인드 처리 된 자료가 해당 학생의 것이라는 것을 매칭할 수 없다면 학생부 블라인드 평가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방법은 블라인드 학생부를 원서접수 기관에 넘겨서 자소서와 추천서 등과 함께 블라인드 처리 한 후, 이를 암호화해서 대학에 제공하는 방법이다. 이 때 개인정보가 담긴 전국 학생의 학생부 자료를 민간 원서접수 대행사에 넘길 수 있느냐가 하나의 문제로 거론될 수 있고, 정보 보안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가 또 다른 문제로 남을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대학이 지원자의 학생부 자료를 교육청에 요청할 때, 자소서와 추천서를 모두 넘기고, 학생부와 함께 블라인드 처리해서 암호화한 후 대학에 제공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학생부 관리만으로도 빠듯한 교육청이 대학 전형자료까지 변환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인력과 비용, 시간의 문제이다. 교육청은 지금 서류 블라인드 평가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방법은 대교협 등 제3의 기구에서 교육부로부터 블라인드 학생부를 받고, 원서접수대행사에서 자소서와 추천서를 받아 매칭시킨 후 대학에 제공하는 방법이다. 이때 프로그램 개발 시간과 비용, 인력 등이 수반돼야하기 때문에, 당장 올해 입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세 가지 방안 모두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서류 평가와 면접 평가 둘 다 대학에게 맡겨야 
‘서류 블라인드 평가’에 대한 대학의 또 다른 우려는 정부가 통제하는 서류평가와 대학이 통제하는 면접평가 사이에 혼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부를 1차 다운로드 할 땐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가, 서류평가 후 2차 다운로드 할 땐 합격자 발표를 위해 학생부에 개인신상과 출신고교를 모두 제공한다고 하는데, 1단계 서류평가까지만 블라인드 되고, 2단계 면접 시는 개인신상 및 출신고교를 대학이 자체적으로 블라인드 처리해 면접을 진행한다. 

이는 1단계 서류평가는 정부 통제 하에 완전 블라인드로 진행되지만, 2단계 면접평가는 대학이 스스로 블라인드처리해서 자체 진행하는 방식이다. 1단계 서류평가는 대학을 신뢰하지 못해 개인신상을 알 수 없게 블라인드처리하면서, 면접에서 혹시 대학이 개인정보나 출신고교를 보지 않을까 걱정은 안 되는 모양이다. 

실제로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면접블라인드에서 대학을 믿는다면, 서류블라인드도 대학을 믿어야 한다. 개인정보와 출신고교는 대학 정보전산 관리자만 알고, 평가자가 모르도록 가번호로 진행하면 된다. 그래야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엉뚱한 학생의 자료를 평가에 활용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은 지금 당장 2021학년도 모집요강을 제작해 학생들에게 공지해야 한다. 그런데 제출서류에 서울대 지역균형전형처럼 출신고교를 확인해야 하거나 농어촌학생전형, 특성화고교졸업자전형 등과 같은 학생부의 주소지를 활용하는 전형처럼 학생의 개인정보와 출신고교 정보를 지원 자격 심사에 활용하는 전형이 있다면, 학교생활기록부는 모두 오프라인 출력물을 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부에서 학생부 온라인 제공 자료가 블라인드 돼 지원 자격 심사에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교육부의 어느 부서가 이것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줘야 하는지도 모르는 교육부에게 4월말까지 모집요강을 제작하고 학교홍보를 해야 하는 대학의 입장은 난감하기만 하다. 

단 하나의 오류도 용납하지 않는 신중한 대안 필요해 
학교생활기록부의 개인신상정보와 출신고교 블라인드 등, 정말 해결할 것이 너무 많다. 2021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는 학생부 평가에서는 블라인드 처리하되 원서접수 시 지원자의 검토단계에서는 지원자의 주민번호와 학생부의 주민번호로 자료간 매칭이 가능하게 하고, 추천서와 자소서 모두 폐지되는, 학생부만 전형자료로 활용하는 2024학년도부터 개인정보 매칭이 불가능하도록 완전 블라인드 처리한 단계적 방법으로 학생부를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천대 김일태 입학팀장은 “현 상태에서는 교육부의 입장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마도 올해는 서류 블라인드 평가 시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만일 시행한다고 해도 우선 몇몇 국립대학에서 해보고 문제없다면 진행해야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경희대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입시는 단 하나의 착오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단 하나의 오류도 발생되지 않도록 많은 인력이 서류를 다루지만, 예상치 않은 변수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종 서류 블라인드 평가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 당시, 대다수의 대학들은 이 방식이 신뢰성과 공정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실제 평가해보면 알 수 있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이어질 후속 기사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에듀진 기사 링크: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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