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희망이 될까?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착한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희망이 될까?
온라인 서점들의 판매지수를 보면 사람들이 집콕 때문에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동 서적 외 대부분의 책들은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관련 책들은 확실히 판매지수가 늘었습니다.

독창적인 생물학자이자 세계 최고의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 하버드대 초빙 교수의 저서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는 판매지수 2만을 넘어 자연과학 서적 14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개정판이 나온 게 2015년이니까 5년 전 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자는 바이러스 사냥꾼들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지닌 인물입니다. 진정한 바이러스 헌터죠. 그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와도 아주 친하고 그처럼 연구를 위해 전 세계의 수렵채집인과 함께 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먹는 데 인간의 도덕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수렵인들이 동물들을 사냥해 잡아먹는 모습이 끔찍하고 잔인해 보여도 그게 원래 인류가 살았던 방식임은 분명하니까요. 그리고 바이러스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인간이 동물을 죽이고 잡아먹는 과정에서 동물이 지닌 바이러스들이 자연스럽게 인간에게도 이동하기 때문이죠.

그는 바이러스가 생물이냐 아니냐의 논쟁에서 생물이라는 입장을 지지합니다. 물론 이 논쟁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의미론적인 말싸움이라고 단정하면서도 바이러스의 생활방식이 여타의 생물과 다를 것 없다는 입장입니다. 모든 것을 다른 유기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물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는 인간을 포함한 어떤 동물도 다른 생물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죠.

그는 바이러스보다 더 작은 프리온도 생물이라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중에서 돌연변이율이 가장 높습니다. RNA 바이러스 같은 일부 바이러스군은 오류율이 상당히 높아서, 오류의 결과로 인해 그 바이러스들이 본질적인 기능까지 상실하도록 합니다. 백신이 개발돼도 일부 돌연변이가 숙주의 면역체계를 성공적으로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죠.

또 한 가지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모자이크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두 종류의 바이러스가 동일한 숙주에 기생할 경우, 때때로 동일한 세포를 감염시켜 유전정보를 교환하는 토대를 마련합니다. 이럴 경우 두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다른 유전자를 받아들인 모자이크 딸 바이러스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기존 바이러스를 이겨내도 이 바이러스는 신속하게 완전히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 또 인간을 괴롭힐 수 있는 거죠.

*출처=yes24

하지만 이 세상에 모든 바이러스가 인간을 괴롭히는 건 아닙니다. 착한 바이러스도 분명 있으니까요. 인간을 가장 괴롭혔던 천연두 백신을 제공했던 우두 바이러스가 대표적이죠. 

저자는 백신을 인간의 창조적 산물이라 생각하지 않고 일종의 동반자라고 주장합니다, 말벌이 자신의 알을 보호하기 위해 폴리드나바이러스와 상리공생관계를 맺는 것처럼 인간도 바이러스와 공생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이나 홍역과 볼거리와 풍진을 동시에 예방하는 혼합백신인 MMR 백신은 감쇠 바이러스 백신입니다. 인플루엔자 백신도 바이러스를 이용한 백신입니다. 예컨대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현대 백신학은 바이러스 자체를 이용해서 다른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려는 학문인 거죠.

저자는 안전한 바이러스는 우리와 힘을 합해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싸우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세네카벨리 바이러스는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경계면에서 살아가는 종양세포를 공격한다고 합니다.

이 바이러스가 종양세포에서 번식하면 종양세포를 파열시켜 죽이고, 이렇게 종양세포 하나를 파괴한 후에는 다른 종양세포에 침입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연구자들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 바이러스, 홍역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바이러스 치료법을 개발하려 하죠.

다른 바이러스를 해치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GB바이러스C는 C형간염 바이러스와 같은 과이지만, 우리 목숨을 죽이지 않고 살리는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에이즈 판데믹의 와중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연장하는 데 기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는 기생충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찾아내면, 기생충을 바이러스로 치료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개발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저자는 결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구가 증가하고, 세상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우리는 조금씩 폭풍의 중심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말이죠. 장기이식과 주사요법이 발전하면서 병원균이 확산돼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통로가 열렸다는 겁니다. 

저자가 2008년 UCLA의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판데믹'을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조직 글로벌 바이러스 예보(GVF)를 설립한 것은 이 일이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판데믹'이란 단어가 사전에서 지워버릴 때까지 노력하겠다는 울프 같은 이들이 있기에 인류가 조만간 코로나 바이러의 공포로부터 탈출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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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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