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 만들면 기관이 빼앗아가는 악순환 반복
-백신, 오피스는 예산으로 사면서, 학교용 SW는 슬쩍 베껴 쓴다?
-학교에 SW 예산 적극 투자해야
-온라인 교육, 문제 제대로 짚어 미래 교육 대비하자

원격수업 연수 중인 교사들 [사진 제공=대구교육청]
원격수업 연수 중인 교사들 [사진 제공=대구교육청]

4월 9일을 시작으로 초·중·고가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면서, 원격수업 문제가 교육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원격수업 현장 안착을 위해 4월 2일 에듀테크 기업들과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의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을 발굴하고, 에듀테크 기술과 산업발전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교육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에듀테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교육부의 그간 행보를 보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에듀테크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교육 현장에 안착시켜 놓으면,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를 베껴서 속성으로 비슷한 모델을 만들어 결국 기존 기업의 시장을 빼앗아가는 일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알림장' 블루오션 개척한 아이엠스쿨, 시장 뺏어간 교육청 
2014년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에듀진 사무실에 찾아왔다. 이십대 중반의 청년은 자신이 알림장 앱을 만들어서 학부모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알림장에 에듀진의 기사를 공급해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에게 알림장 앱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고 물으니 그의 고교 시절 경험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선생님이 나눠주는 알림장을 친구들이 중간에 다 버리거나 부모님께 전달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 학부모에게 알림장을 직접 보내주는 앱을 만들면 학부모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앱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 알림장 앱이 ‘아이엠스쿨’이고 그 젊은이가 정진모 전 아이엠스쿨 대표다.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지인을 설득해 앱 프로그램을 만들고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발 벗고 뛰었다. 정 전 대표의 예상대로 아이엠스쿨은 학부모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사업적으로 성공한 아이템이 되었다. 

그런데 알림장 앱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여러 경쟁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민간이 개발하고 민간이 안착시킨 알림장 앱 비즈니스에 교육청들이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교육청들은 기반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신생 업체들에게 기존 모델을 본 딴 알림장 앱을 만들게 해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아이엠스쿨이 만들어놓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갔다. 

18년 역사의 쿨메신저, 하루아침에 회원 1/3 잃어 
이런 사례는 또 있다. 쿨메신저는 지란지교컴즈가 18년 전부터 서비스를 해오고 있는 교사용 업무 메신저다. 전국 초중고 35만 명의 교사들이 쿨메신저를 이용해 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딴죽을 걸고 나섰다. 민간 기업의 메신저를 사용하는 데 예산이 많이 든다며 교육부가 직접 통합메신저를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신생 업체와 손잡고 메신저를 만들어 각 학교에 보급하고, 기존에 써오던 쿨메신저 사용은 보안을 이유로 금지시켜 버렸다.

특히 2017년 경기도교육청의 사용 금지 처분으로 쿨메신저는 일대 위기를 맞았다. 쿨메신저를 이용하던 경기도 11만 명의 교사들이 빠져나가, 이용자 수가 하루아침에 3분의 1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경기교육청의 이런 행위는 명백히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 것이었지만, 행위 당사자가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라 공정거래법 적용이 불가능했다.

정부가 코딩사업을 육성한다며 만든 소프트산업진흥법에도 저촉되는 일이었다. 소프트웨어진흥법 중에 ‘SW영향평가제’라는 제도를 무시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SW영향평가제란 정부가 시행하려는 사업이 기존의 민간사업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사전에 조사해, 영향이 클 경우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당시에는 영향평가제가 의무가 아닌 권고안에 그쳤을 때라 경기교육청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쿨메신저 측은 비슷한 피해를 입은 에듀테크 기업들과 함께 SW영향평가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되도록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 결과 2018년 8월에 결국 영향평가제 의무화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쿨메신저 등 노력으로 'SW영향평가제 의무화' 결실 맺어 
쿨메신저를 운영하고 있는 오진연 지란지교컴즈 대표는 “SW영향평가제가 의무화되자 경기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쿨메신저를 사용해도 좋다는 내용을 담은 전자공문을 내려 보냈지만, 이미 빠진 회원 수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쿨메신저 회원이 총 35만 명이었는데, 경기도 교사 11만 명이 빠지며 24만 명이 됐다가 현재는 25만 명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학사통합 관리시스템인 리로스쿨도 교육부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리로스쿨을 만든 리로소프트 최석 대표는 전직 교사였던 자신만의 노하우를 활용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춘 시간표 구성"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시간표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던 학교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 시간을 공강 없이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때도 역시 교육부가 개입했다. 교육부가 신생 업체를 내세워 리로스쿨 시간표 프로그램을 본딴 짝퉁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에 보급한 것이다. 그런데 입찰받아 새롭게 들어간 회사의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떨어지다 보니, 리로스쿨 시간표 프로그램을 써왔던 학교들은 교육부 프로그램과 리로 시간표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사례로 대입원서지원시스템을 운영하는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의 경우도 있다. 두 기업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대입원서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교육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내세워 두 업체를 배제한 채 직접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기나긴 소송 끝에 교육부가 패했고, 두 기업은 지금까지 대입원서지원 서비스를 계속 이어올 수 있었다. 

한치 앞도 못 보는 교육 당국이 에듀테크 산업을 죽인다 
교육 당국이 저렴한 비용으로 직접 시스템 구축을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교사 입장에서도, 이미 비즈니스 솔루션을 개발한 에듀테크 기업 입장에서도 당국이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교육 당국은 대부분 저렴한 가격만을 보고 시스템과 노하우가 부족한 신생 업체에 일을 맡기기 때문에, 당국이 만든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은 잦은 오류와 불안정한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더구나 시스템 구축 후 A/S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해도 빠른 조치가 어렵다는 점도 큰 문제다. 

교육 당국의 이런 행보는 SW산업 발전을 돕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개발에 성공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행정력을 이용해 불공정한 방식으로 에듀테크 기업의 자리를 빼앗고 있으니 말이다.

교육 당국이 SW산업과 상생하는 길을 가려 했다면 덤핑으로 저품질 서비스를 졸속으로 만들어 에듀테크 기업의 자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양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이미 상용 중인 에듀테크 기업 솔루션을 구매해 시스템과 프로그램 관리를 맡기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그렇게 되면 이용자도 양질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에듀테크 기업들도 기술과 시장 개발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한치 앞도 못 보는 교육 당국으로 인해 수많은 선구적 에듀테크 기업들이 고사해 가는 중이다. 

교육 당국, 에듀테크에 선제적 투자·지원 필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선 초·중고·에 원격수업이 전격 도입되면서 에듀테크 산업이 기대하지 않았던 부흥기를 맞게 됐다. 현재 많은 업체들이 에듀테크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교육 현장에서는 위 사례와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에듀테크 기업이 공교육 시장에 진입하기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 당국은 이처럼 달라진 교육 환경을 곧 사라질 특수 상황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해 선진 교육 시스템을 정착시켜 가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우리 정부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감염병 방역과 관리에 대한 세계표준을 만들었다. 에듀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 당국도 그간의 과오를 씻고 온라인 교육, 원격수업 시스템의 세계표준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세 가지 숙제가 있다. 

첫 번째, 인프라 구축이다. 온라인 교육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학교에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저품질 저속도의 네트워크망과 기기를 갖고 있으며, 고사양 기기를 구입할 예산도 없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청이 보안문제로 ‘구글 클래스룸’ 같은 민간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학교에서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문제다. 보안이 걱정이라면 민간 기업의 솔루션을 활용할 때 보안지침을 엄격하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리스크가 크게 감소한다. 또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의 책임이 아닌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도 지양해야 할 점이다. 

이 같은 유무형의 인프라가 학교에 충분히 갖춰져야 온라인 교육, 원격수업이 활성화할 수 있다. 무조건 막아두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두 번째는 교사의 역량 강화다. 현재 학교와 교사는 오프라인 수업에 최적화돼 있0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만큼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것을 언제까지고 유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따라서 학교 인프라를 활용해 교사 스스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원격수업을 앞두고 온라인 수업 관련 교사 연수에 수많은 교사들이 지원하고 있지만, 신청 인원을 다 소화하지 못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수없이 많다는 소식이다.

물론 지금껏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나 프로그램 등을 단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교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일부 교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교사들이 양질의 수업과 교육을 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습득에 열심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제반 여건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 교사들의 열망은 현실화되지 못한다. 

세 번째는 학교에 에듀테크 관련 SW예산을 배정하는 것이다. 학교는 지불할 예산이 없으니 기존 솔루션을 베낀 '짝퉁 솔루션'이나 '공짜’만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시스템과 솔루션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온 기존의 에듀테크 기업은 기껏 시장을 만들어 놓고도 교육당국이 개입하기만 하면 망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컴퓨터 백신이나 오피스 프로그램을 구입할 때는 당연하게 예산을 집행하면서, 에듀테크가 개발한 혁신적인 교육 툴이나 프로그램, 시스템에만 싼 값이나 심지어 공짜를 요구하는 것은 에듀테크를 죽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 당국은 이런 조치들을 통해 세계적인 추세가 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간다면 감염병 검역 세계표준에 이어 온라인 교육 세계표준까지 만드는 위대한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구시교육청이 리로스쿨 시스템을 도입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구교육청은 앞서 언급한 고등학교 학사통합 관리시스템 리로스쿨을 도입해 관내 고교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물론 대구교육청도 전적으로 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구교육청은 방과후강사 매칭 서비스를 만들면서 상용 중이던 기존 업체의 솔루션을 배제했다가, SW영향평가제에 걸리자 해당 업체와 함께 개발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 때문에 교육청 담당자가 경질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에듀테크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에듀테크 기업과 교육 당국의 상생의 행보다. 당국의 자성과 변화를 기대한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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