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로 ‘비판적 사고’ 하기 
-칸트의 인식론, 철학사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경험주의와 합리주의를 결합한 칸트의 비판철학 

*원탁토론을 하는 학생들 [사진 제공=인천교육청]
*원탁토론을 하는 학생들 [사진 제공=인천교육청]

칸트로 ‘비판적 사고’ 하기 

왜 칸트인가? 

“모든 철학은 칸트라는 저수지로 흘러갔다가 어디론가 다시 흘러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칸트는 18세기 철학사에서 가장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칸트 이전의 철학과 이후의 철학은 큰 차이를 보이죠. 칸트는 합리주의와 경험주의 각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통합한 인식론을 제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칸트의 철학을 지금 이 시점에서 돌아봐야 할까요? 우리는 비판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적확한 근거와 이유를 들어 논증함으로써 옮음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옳음을 증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해요. 자신의 주장이 타인의 공감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성적이며 성찰적인 사고가 필요한데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칸트 철학입니다. 

칸트는 철학의 난제를 풀기 위해 비판적 사고를 끌어왔습니다. 그의 유명한 저서 ‘순수 이성 비판’, ‘실천 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에 담긴 철학은 이름처럼 모두 비판적 사고를 통해 확립된 것이죠. 칸트는 합리론과 경험론, 의식과 실재, 주관과 객관의 진부한 대립을 비판적 사고로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그의 철학 여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이 칸트의 인식론을 완성하는 데 어떻게 작용해 가는가를 보고, 비판적 사고력을 고양하는 것이 이번 회차의 목표입니다. 

비판적 사고를 교육학적으로 풀어보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이나 편견, 권위에 맹종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며 분류하는 사고과정을 말합니다. 즉, 객관적 증거에 비춰 상황을 비교 검토하고 인과관계를 선명히 파악해, 거기서 얻은 판단에 따라 결론을 내거나 행동하는 과정이 비판적 사고입니다. 

비판적 사고는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해주고 개인의 삶을 고양시키며, 자유, 정의, 복지 등과 같은 공동선을 추구하게 해줍니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려면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칸트의 인식론, 철학사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경험주의와 합리주의, 그리고 인식론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은 비판적 사고력 프로젝트의 대단원을 장식하기에 충분합니다. 칸트의 인식론이 경험주의와 합리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수용과 통합을 통해 '지식(혹은 인식)은 어떻게 해서 얻을 수 있는가'를 충분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경험론은 '감각체계(오감)'를 통해서 지식이나 진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고, 합리론은 '이성' 혹은 '사유'를 통해서 지식이나 진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금이야 이 두 견해가 너무나 당연하게 통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칸트가 살았던 당시에는 이 두 견해에 대해 천재들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두 견해의 통합 과정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가져야만 합니다. 더구나 두 가지 견해는 귀납법과 연역법과도 깊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어떤 과학이든 귀납법과 연역법의 추론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비판적 사고에 있어서도 귀납법과 연역법을 아는 것이 필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왜 경험주의와 합리주의, 그리고 칸트의 인식론을 알아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각되는 것만이 진실이다 '경험주의' 
경험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한 것, 곧 감각, 지각을 뜻합니다. 경험주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말 그대로 경험과 관찰을 중시하는 철학이에요. 

사람은 대상을 인식할 때 인식, 관념에 의해 시인(직접적인 즐거움)과 부인(고통의 주관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경험을 통해 인식이 생성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성 또한 경험에 의해서 생성된다고 봅니다. 경험된 것만이 진실이고 실재이며 그 이상의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합니다. 인간행위에 있어서 지배적인 요인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 생각하고, 감정은 행위의 동기가 될 수 있지만 이성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경험주의는 지식 체계의 기초를 경험에 두고 있습니다. 자연과학과 같이 실험과 관찰, 즉 경험에 기초한 확실한 지식 체계를 완성하는 데에 목표를 둡니다. 경험주의자들은 지식은 이성의 사용을 통해 나온다고 주장한 합리주의자와 달리,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은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만 주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경험주의자들은 이성이 우리의 감각 경험을 평가하고 조직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식 자체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감각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험론은 우리의 지식이나 인식을 모두 '경험 가능성'을 기준으로 나눕니다. 감각기관에 의해서 경험될 수 있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경험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데카르트 철학에서 절대자(신)는 사유될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경험론적 입장에서는 경험되지 않기 때문에 절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경험론의 대표자로 영국의 존 로크(1632~1704)와 스코틀랜드의 데이비드 흄(1711~1776년)이 있습니다. 

선험적 이성을 따르는 '합리주의' 
합리주의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이성을 타고난다고 보는 것입니다. 사람이 대상을 볼 때에 경험주의에서는 경험을 통해 인식되는 것이라고 하고, 합리주의는 태어날 때부터 가진 이성에 의해 대상을 인식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성의 기본적 의미는 ‘ratio’로 ‘셈하다’라는 뜻입니다. 셈은 계산의 의미에서 비율, 관계, 추리, 개념적 사고, 고려, 계획, 방법, 설명, 증명, 서술, 이론 체계, 원칙, 원리, 근거, 학설, 말, 언표까지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합리주의의 이성은 천부적인 이념, 관념으로 인식됩니다. 

합리론자들은 근본적으로 참인 어떤 이성적인 원칙이 논리, 수학, 윤리학, 형이상학에 존재하며, 이를 부정하는 자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합리론자들은 이성에 매우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경험적인 증거나 물리적인 증거는 진리를 얻는 데에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개념과 지식이 감각적 경험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얻어지는 두드러진 방법이 있다는 것이죠. 

또한 합리주의는 경험주의와 반대로, 참된 지식은 경험이 아니라 오직 지성이나 이성의 생각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경험은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그 현상들을 지각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이 현상들은 곳(공간)과 때(시간)에 따라 늘 변화하며 지각 역시 그에 따라 변하므로, 우리는 같은 사물의 동일성과 통일성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지각은 내적, 외적 원인으로 말미암아 흔히 사물을 잘못 경험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성주의자들은 사고의 순수한 원리로부터 현실의 구조를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표적인 합리론자로는 르네 데카르트(1596~1650년)가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저서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하죠. 인간의 존재 규정이 '사유'로써 이루어지고, 지식이나 인식 또한 사유로써 타당성을 인정받는다는 겁니다. 

칸트에 비해 128년이나 앞서 태어난 데카르트의 인식론은 철저히 '사유'를 중시합니다. 사유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사유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런 철저한 사고관은 단 한 가지 기준으로 존재를 판명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획일화합니다. 세계를 연역적인 것으로만 판단하고, 예외가 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기계론적 사고관이죠. 

경험주의와 합리주의를 결합한 칸트의 비판철학 
임마누엘 칸트(1724~1804년) 이전의 17~18세기 철학의 인식론은 크게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로 나뉘었습니다. 합리주의는 인간이 본래부터 지닌 선험적 이성으로 진리를 얻는 연역법을 중시했고, 경험주의는 인간이 경험함으로써 진리를 얻는 귀납법을 중시했습니다. 

합리주의의 방식은 "백마는 희다."와 같이 술어가 주어의 개념에 이미 포함돼 있는 분석판단을 하므로, 지식을 확장해 나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경험주의의 방식은 귀납적인 방법을 강조하며 종합판단을 한 나머지 진리의 필연성을 찾는 데 한계를 드러냈고요. 

여기서 칸트는 이 두 사상을 비판적으로 종합한 선험주의를 주장했습니다. 즉, 지식의 보편성과 필연성을 인정하면 서도 인식을 확장하는 '선험적(선천적: a priori) 종합판단'을 긍정했지요. 

칸트 이전에는 경험주의와 합리주의는 모두 아무런 비판 없이 지식의 근원을 독단적으로 다루었으나, 칸트는 그것을 비판적으로 종합했습니다. 지식의 내용은 감성의 수용을 통해 주어지고, 또 지식의 형식은 지성의 자발성을 통해 주어진다고 본 것입니다. 

칸트는 우리의 지식이 경험에서 시작하지만, 보편타당한 지식의 완성은 그것의 논리적 제약인 지성의 개념에서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참된 지식은 지성의 자발성이 감성의 수용성을 지도하고 통일하는 데서 이루어진다고 본 것이죠. 칸트의 비판적 인식론은 독일 관념론과 현대 철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칸트는 이처럼 합리론과 경험론을 통합했다는 업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칸트 스스로가 이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말했죠. 칸트는 합리론의 큰 문제가 연장실체와 사유실체에 대한 이원론적이고 기계론적인 사고관이라고 했습니다. 

연장은 구체적인 부피와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실체를, 사유는 연장과 달리 부피와 같은 것이 없는 실체를 말합니다. 또한 경험론은 결합관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칸트는 이 두 이론들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서로 모순관계에 있어 보이는 두 인식론을 하나로 묶으려고 한 것입니다. 칸트는 감성(sensibility)→구상력(imagination)→오성(understanding)→이성(reason)의 4가지 과정으로 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지식 연구의 중심에서 우리가 인간 주체 또는 아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와 같은 사고의 전환이 없었다면 우리는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사물 자체를, 그리고 우리에게 그 사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을 겁니다. 

칸트는 자신의 인식론을 ‘초월적 관념론’이라고 명명하고 그 유명한 ‘순수 이성 비판’에서 이런 관점을 처음 제시합니다. 합리론자는 순수 이성이 신의 존재, 자유 의지, 인간 영혼의 불멸처럼 경험의 영역 너머의 것들을 인식한다고 주장할 때, 자신의 한계를 넘어 오류를 일으킨다고 봤습니다. 

칸트는 이러한 경험 영역 너머의 객체, 즉 감각 사용 없이 독립적으로 알 수 있는 사물 또는 사건을 물자체(Noumenon, 누메논)라고 불렀으며, 대비되는 개념을 현상(phenomenon, 페노메논)이라는 말로 설명했습니다. 물자체는 플라톤 철학의 ‘이데아’에 해당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칸트는 ‘물자체’라는 것이 가능한 모든 경험을 뛰어넘는 객체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고, 우리는 그것들을 알 수 없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광의의 이성을 이성의 재판대에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성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죠. 

경험론자에 대해서는 경험이 기본적으로 인간이 지식을 얻는 데에 필요하다는 것은 옳다고 봤지만, 경험으로 얻은 사물의 정보는 이성이 해석했을 때에야 비로소 지식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칸트는 이성과 경험이 둘 다 인간이 지식과 진리를 찾는 데 필요하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칸트가 통합한 인식론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집대성됐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칸트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해 철학사적 대통합을 이뤘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비판적 사고력은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 ‘비판적 사고력 향상 프로젝트’ 12개월 프로그램 

※ 프로그램 상세내용은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톡톡> 4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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