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대학, 신입생 절반을 수능으로 선발한다 
-상위권 대학, 학종에 수능 최저 도입…일반고 학생 절대 불리, N수생 급증 우려 
-‘수능 팬데믹’ 도래가 눈앞에…학교는 다시 입시학원으로 
-학종이 흥한 근본 이유는 ‘학교 정상화’에 있다 
-학종 평가, 외부 영향 차단으로 공정성 높여가 
-수능 확대로 고교학점제 유명무실화…진로 중심 교육 사실상 불가능 
-우리 교육, 미래로 갈까 과거로 갈까 

수능 시험장 [사진 제공=경기도교육청]
수능 시험장 [사진 제공=경기도교육청]

상위권 대학, 신입생 절반을 수능으로 선발한다 
입학사정관제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뀐 지 7년 만에 대입이 정시 수능 시대로 회귀하게 됐다. 서울 상위권 15개 대학은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수능 위주 전형으로 전체 정원의 38.5%를 선발한다.

이 중 학종인 수시 선발 비율이 높은 서울대를 제외하면 무려 42.1%나 되는 수치이다. 수시이월 평균비율인 6%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정시 수능으로 48.1%를 선발한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은 28.5%로, 정시보다 무려 20%p 낮다. 이 수치는 대학이 발표한 학종 선발인원 가운데 고른기회, 사회통합, 농어촌학생, 특성화고교졸, 특성화고고졸재직자,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등을 제외한 일반 학종 선발 비율이다. 특수전형을 모두 포함하면 학종 선발 비율은 총 36% 정도가 된다. 

그동안 상위권 대학들은 사회 정의와 공정성 실현을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사회배려대상자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전형을 운영해 왔다. 이 때문에 학종 선발비율은 일반 수험생들이 체감하는 실제 선발비율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로 뻥튀기돼 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 같은 상황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액면 그대로의 숫자만 보고 학종 선발비율이 높다고 비판해 왔다. 

결국 교육부는 학종 축소와 수능 확대가 공정성을 강화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여론을 타고, 수능 정시 인원을 학생부종합전형에 비해 무려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상위권 대학, 학종에 수능 최저 도입…일반고 학생 절대 불리, N수생 급증 우려 
이뿐 아니다. 수능이 강화되면서, 경희대를 필두로 서울 상위권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 수능 최저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수능이 절대적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실제로 경희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모범적으로 실시하는 대학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입전형을 결정할 때 대학이 교육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 학종에 수능 최저 도입이라는 악수를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서울대, 한양대, 중앙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학생부종합전형에 여전히 수능 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경희대가 현 시점에서 학종에 수능 최저를 건 데에는 10년 전으로 교육 시계를 되돌린 교육부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교육부는 상위권 대학에 대해 수능 정시 40% 선발, 논술 점진적 폐지, 적성 폐지, 학종 축소, 학생부교과로 선발하는 지균전형 신설 등을 사실상 강제했다.

그 결과 대학들이 수능 정시 40% 선발에 학생부교과는 물론이고 학생부종합전형에까지 수능 최저를 도입하면서, 수능이 수시와 정시 양쪽에 100% 영향력을 미치는 경악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수능 영향력이 확대되면 일반고 학생들이 N수생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특목·자사고의 N수생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왜냐고? 수능이 강화되면 일반고 합격률이 떨어져 재수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반대로 특목·자사고 재학생의 합격률은 올라가므로 그만큼 재수생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수능은 수시와 정시 모두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일선 고교가 사실상 상위권 학생들의 입시를 중심으로 대입 준비를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학교는 온전히 수능 대비 위주 교육환경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교사는 수업시간을 온통 수능 대비 문제풀이나 자습으로 쓰고, 학생은 공부는 학원에서, 잠은 수업 중에 자던 과거 수능시대의 절망적이었던 학교 풍경이 고스란히 재현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수능 팬데믹’의 도래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수능 팬데믹’ 도래가 눈앞에…학교는 다시 입시학원으로 
수능 중심으로 대입제도가 운영되던 당시를 떠올려 보자. 학교는 온통 제2의 입시학원이 되어 수업을 수능 대비 문제풀이에 올인하고 있었다. 또한 일반고와 특목·자사고의 경쟁력 차이로 인해 고교 서열화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져 갔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수능에서 일방적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최상위 성적대 학생들은 특목고와 자사고가 선점해 갔고, 일반고는 나머지 학생들의 집합소가 됐다. 교실의 면학 분위기를 잡아주던 상위권 학생들이 다 빠진 일반고 교실에서, 수업 중 교사의 말에 집중하는 학생들은 기껏해야 네댓 명 정도였다. 

면학 분위기가 잡힌 학교라 해도 수능시험 한두 문제를 더 맞히도록 하기 위해, 학교는 진로교육, 인성교육, 수평적 토론학습과 체험활동 등은 모두 포기한 채 오직 수능만을 목표로 달려갔다. 이로 인해 고교는 제 기능과 역할을 잃어 고교교육의 공동화가 가속화됐다. 

입시 대비를 위한 과중학습이 중학교에 이어 초등학교에까지 확산해, 학업 부담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의 자살이 급증했다. 이 같은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대두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었던 것이다. 

학종이 흥한 근본 이유는 ‘학교 정상화’에 있다 
학종이 부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학종의 전신이라고 하는 입학사정관제는 스펙 중심 선발을 실시해 사실상 금수저 학생들을 위한 특별전형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학종은 입사관제에서 스펙 평가를 쳐내고 그 자리에 학교생활기록부 기반의 평가를 들여온, 일반 학생 중심의 완전히 새로운 전형이었다. 학생의 학교내 활동기록인 학생부를 기반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부모의 재력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입학사정관제와는 성격이 정 반대였다.

학종은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도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진로탐색과 학문탐구를 해나가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전형이었다.

다른 어떤 고려도 없이 오직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업역량 발전가능성 인성 전공적합성을 두루 만족하는 성장형 인재를 찾는 전형이 학종이었다. 

이런 이유로 학종은 수능으로 인해 폐허가 됐던 학교현장을 일으켜 세웠고, 학종 부흥과 함께 ‘고교 정상화’라는 해묵은 과제를 동시에 풀어갈 수 있게 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그야말로 죽어가는 교실을 살린 단비와도 같았다. 

학종 평가, 외부 영향 차단으로 공정성 높여가 
더욱이 학생부종합전형은 외부 요소 개입을 차단한다는 전형 방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비교과가 아닌 교과수업 평가 중심으로 계속해서 전형을 보완해 갔다.

이에 따라 차츰 일반고의 학종 약진이 두드러지게 되고, 오로지 성적만이 평가요소의 전부였던 대입에서 성적 외의 중요한 역량도 선발에 고려되며, 성적 만능주의도 조금씩 약화돼 갔다.

이처럼 바뀐 분위기 속에서, 오직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외고도 정체성을 살려 언어역량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됐다. 과학고는 재학생의 의대 진학을 제한하는 등 대입에서 특목·자사고의 절대 우위가 점차 줄어들어 갔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조국 사태’로 인해 문제의 발단이 된 특기자전형의 허물을 애먼 학생부종합전형이 뒤집어쓰게 됐다.

조국 전 장관 자녀가 응시한 전형은 학종이 아닌 특기자전형이었지만, 사람들의 오해는 일파만파로 커져 갔다. 거기에 일부 학종 관련 비리 사실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분노를 키웠다. 결국 ‘학종 유지, 수능 일부 확대’였던 정부의 대입 기조는 ‘학종 대폭 축소, 수능 대폭 확대’로 뒤집혔다. 

수능 확대로 고교학점제 유명무실화…진로 중심 교육 사실상 불가능 
정부의 수능 확대 방침으로 일선 고교에 수능시대의 피폐한 상황이 재현될 것임은 분명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더해진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2025학년도부터 전국 고교에 도입될 ‘고교학점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에서처럼 배우고 싶은 교과를 스스로 선택해 강의실을 다니며 수업을 듣고, 절대평가제로 학점을 받고 졸업하는 제도이다. 성적 줄 세우기가 없으니 내신 경쟁을 할 필요도 없고, 진로 적성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어 진로교육이 발전하고 학생이 혼자 힘으로도 충분히 학종을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학교는 수능 중심 학습장으로 전환될 상황이기 때문에,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사라진 채 앙상한 뼈대만 남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물론 그동안 대입이 수시로 집중되면서 ‘학력 저하’라는 문제가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력’이란 것은 오직 시험 성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점수와 등수로 보여지는 학업성취도만이 아니라, 학업을 스스로 충실히 해나갈 수 있는 ‘학업역량’과 ‘발전가능성’ ‘전공적합성’ ‘인성’ 등의 역량도 학력을 이루는 주요 요소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교생이 갖춰야 할 학력이란 당장의 시험 성적을 잘 받는 능력이 아니라, 대학에 들어가 학문 탐구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할 때, 학종 확대와 수능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선 고교가 완전하게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맞춰 학교를 운영해 오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어찌 보면 많은 고교가 어중간한 입장에서 수능 대비를 기본으로 하고 학종을 곁다리로 준비하는 식으로 운영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능이 확대되면 이조차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제 학교는 완전히 수능 위주 교육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조금씩 자리 잡아 가고 있던 진로교육과 적성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교육, 미래로 갈까 과거로 갈까 
학종 도입과 함께 10년 동안 어렵게 추진해왔던 교육개혁이 수능 정시 확대로 다시 후퇴할 상황에 놓였다.

수시 학종이 도입되면서 학생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동아리활동과 봉사활동을 통해서 공동체의식과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이제 입시가 성적 줄세우기 중심으로 바뀌면 그동안 애써 구축해왔던 고교 교육의 긍정적 모습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수능 확대는 그동안 10년 동안 꾸준히 추진해왔던 교육개혁 성과를 단숨에 뒤엎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육부는 수십 년의 염원이었던 교육개혁의 의지를 다시금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시계를 돌려 수능 영향력 100% 시대로 회귀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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