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가 학종에 수능 최저 신설한 이유는?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 인터뷰
-경희대 “학종 서류 블라인드 평가로 교육환경 판단 불가”
-“학종 수능 최저 적용, 수험생 부담 줄이는 길”
-“특목·자사고 학부모들, 학종에서도 수능 성적으로 우열 가려야 한다 생각”
-“학종 변별력 약화…학종 선발이나 학생부교과 선발이나 비슷한 결과 예상”

수능시험장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수능시험장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4월 말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은 대입 생태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무시무시한 예고장이었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수능 위주 전형 확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축소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확대 ▲논술전형 유지라는 대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공식화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발표에서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이, 경희대가 학생부종합전형인 네오르네상스전형에 새롭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었다는 점이다.

네오르네상스의 수능 최저기준은 ‘국·수·영·탐 4개 영역 중 2개합 5이내’이다. 수능 학습을 따로 하지 않고서는 받기 힘든 높은 성적이라, 이제는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도 반드시 수능 대비를 해야 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경희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시해 왔던 대학 중의 하나라 파장이 더욱 컸다. 경희대가 수능 최저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고교와 그 외 대학 모두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학종 본산 서울대를 보자. 수시 인원 전체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서울대는 수시 일반전형에 수능 최저를 두지 않는다. 다만, 지역균형전형에서는 ‘국·수·영·탐 4개 영역 중 3개 이상 2이내’의 수능 최저를 적용한다.

지균은 학교별로 2명 이내 추천을 받고 있어, 지원자의 학업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능 최저를 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최고 명문이라는 서울대의 위상이나 이름값에 비하면 높다고 볼 수는 없는 조건이다. 

이와 비교해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의 수능 최저는 경희대 지원자 입장에서 쉽게 충족할 수 있는 만만한 조건은 아니다. 특히 지방 일반고 학생의 경우 2개합 6까지는 큰 부담으로 느끼지 않지만, 2개합 5가 되면 체감 난도가 확 올라간다. 

경희대, 왜 학종에 수능 최저 걸었나 
경희대가 이처럼 학종 선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가 대입 기조를 ‘수능 확대’로 천명한 데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대입제도 개선을 통한 ‘고교 정상화’를 목표로, 학종을 확대하며 죽어가던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특목·자사고 위주로 돌아가던 입시질서가 깨지며 일반고의 파이가 대폭 커지는 순기능이 나타났다. 

하지만 수능 지지론자들은 학종에 ‘금수저 전형’ ‘불공정 전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수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워갔다.

이로 인해 2018년 국가교육회의가 꾸린 대입제도공론화위원회에서는 수능 확대와 수능 유지·축소 의견 차가 크지 않았는데도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기에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9년에는 조국 전 장관 자녀의 특기자전형 입학 논란이 학종 입학으로 거짓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학종 불공정론이 더욱 힘을 얻게 된다. 거기다 고교와 대학에서 학종 비리들이 연달아 터지자 학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급격히 싸늘해져 갔다. 

그러자 교육부는 지난 4월 2022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 16개 주요 대학의 수능 정시 선발인원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라며 대학에 사실상의 지침을 내렸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 대상이었다.

이로 인해 상위권 대학의 학종 선발 비중이 40%대에서 30%대로 떨어지고 정시 수능전형 비중은 30%대에서 40%대로 늘었다. 정시로 넘어가는 수시 이월 인원을 생각하면 수능 정시 확대 폭은 실질적으로 6~7%p 이상 더 커진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그동안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종 선발 우수대학을 선정해 지원해 왔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이제는 수능 영향력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대입 정책 방향을 수능 확대 쪽으로 틀겠다는 명백한 사인이었다. 

거기다 교육부가 4월, 2021학년도 입시부터 바로 학종 서류 평가를 블라인드 평가로 전환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하면서, 학종의 정성평가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학종 서류 평가는 학생이 처한 환경을 개별적으로 보고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데, 서류에서 학생의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면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경희대가 학종에 수능 최저를 도입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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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학종 서류 블라인드 평가로 교육환경 판단 불가” 
경희대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경희대가 학종에 수능 최저를 도입한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학종 서류 블라인드 평가 도입으로 고교정보 확인에 제한이 생겨 지원자의 교육환경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지원자의 기초학력 판단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기초학력을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학교 유형 간 학력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 학력 차이를 내신 가지고 변별할 거냐, 수능 성적을 가지고 검증할 거냐의 선택 상황에 놓였다.” 

결국 학종 서류 블라인드 평가로 인해 지원자 정보를 확인하는 데 제한이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학생의 기초학력을 판단하기 위해 수능 최저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임 입학사정관은 “학종 평가 시 학생의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면, 수능 최저마저 없을 경우 지금과 같은 공정성 논란이나 내부 평가위원들 간의 논란들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결국 평가자의 자기 확신이 필요한데, ‘과연 이렇게 해서 수학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변별해낼 수 있을까’를 자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두려움을 수능 최저 도입으로 일부라도 걷어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수능 확대로 학종의 새로운 인재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절대 다수가 수능을 공부하게 되면 오히려 그쪽 풀에서 좋은 인재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정시 선발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것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자연히 수시에서도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두 전형을 별개로 가져가는 것보다, 같은 모양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대학 입장에서는 자원 풀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거다.

저는 대입을 오랫동안 담당해 온 입장에서 그것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고. 물론 입장에 따라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수능이 확대되고 대학이 알 수 있는 학생 정보가 제한될수록 학종에서 수능 최저를 활용하는 게 결국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살리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학종 수능 최저 적용, 수험생 부담 줄이는 길” 
임 입학사정관은 학종에 수능 최저를 적용하는 것이 고교 교육과정을 왜곡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견을 나타냈다. 

그는 “고교에서는 수능 최저가 고교 교육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수능 최저를 낮은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지금의 대입환경에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 정시 쪽으로 대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된 이상, 입시가 한 방향을 향해 움직여야 결과적으로 수험생의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시 위주로 대입 프레임을 짠 것 아닌가. 수시 진학 길이 넓을수록 수험생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수능 40% 확대를 들고 나왔을 때, 수험생의 학업 부담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럴 때 수시와 정시가 별개로 움직이면 결과적으로 수험생이 더 힘들어지는 환경이 될 것이다.

정부의 대입 기조가 ‘수능 확대’라면, 수험생을 위해서도 수능 따로 학생부 따로 가는 것보다 수능과 학생부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종에서도 수능을 일정 부분 활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학종을 견고히 하는 것이라고 본다.” 

“특목·자사고 학부모들, 학종에서도 수능 성적으로 우열 가려야 한다 생각” 

그는 학종에 수능 최저를 적용하는 것이 내부 비판과 공정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공정성 논란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 중 결정적인 것이, 학종에서 고교 유형별 학력 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사인'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특히 특목·자사고 학부모들이 봤을 때, 중학교 때는 내 아이보다 낮은 성적을 받던 아이가 일반고에 가서 1등급을 하더니 특목고 간 내 아이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수능 공정성 논란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의 고교 학교생활이 어땠는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과거 성적이나 수능 점수에만 기대 학종에서의 우열을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학종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학종 공정성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학종에 '수능 최저'를 도입하는 것이라는 게 임 입학사정관의 설명이다. 

그는 “학종에 수능 최저를 도입하는 것은 대입제도 자체의 변화를 대학이 인정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새 판을 짜야 할 때가 오면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서는 오히려 학종에 수능 최저를 걸었을 때 공정성 논란과 대학 내에서 평가자들이 느끼는 기초학력에 대한 부담, 이런 것들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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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확대는 대학 아닌 정부의 선택…학종에 수능 최저 두는 대학 더 늘 것” 
정부의 수능 확대 기조로 정시 지원자 풀이 늘어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시 지원자들은 수시에서 학종과 논술전형 중 하나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주요대학 대부분이 논술전형 선발인원을 대폭 줄였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학종이다. 학종과 수능 정시를 중복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수능 확대가 정부가 가리키는 대입 방향이라고 한다면, 학종에 수능 최저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공정성 논란에서도 보다 자유로워지는 길이란 주장이다. 

임 입학사정관은 “수능 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학종에 수능 최저를 거는 걸 당연히 안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수능 확대는 정해진 길이다. 정해진 것을 가지고 자꾸 논쟁할 수는 없고, 무엇보다 이 상황을 대학이 선택한 것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미 정해져 있는 상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선택은 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수능 확대라는 상수 하에서는 수시에도 수능 최저를 두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시에서는 정부와 대학과 고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 이제는 수능과 학생부가 같이 가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예전 틀대로 갈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을 예견했기 때문에 대학들이 수능 확대를 그렇게 반대했던 것이고. 하지만 대입 방향이 이미 수능 확대로 맞춰진 것을 어떻게 하겠나. 정부가 지금의 대입 체계를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는 거기에 맞춰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종에 수능 최저를 두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대교협 발표를 보니 다른 대학들에서는 생각보다 수능 최저를 많이 걸지 않았더라. 하지만 지금처럼 일반전형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유지되고 정부에서 크게 통제만 하지 않는다면, 점차 학종에 수능 최저를 도입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예전 입학사정관제 초기 모델처럼 특별전형 형식으로 간다면 수능 최저 없이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다수의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이었을 때는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라고 부연했다. 

“학종 변별력 약화…학종 선발이나 학생부교과 선발이나 비슷한 결과 예상” 
한편, 정부는 주요대학에 총원의 10% 이상을 학생부교과전형을 활용한 지역균형전형으로 선발하라고 사실상 강제했다. 이에 따라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대학이 총원의 10% 이상을 학생부교과로 선발하게 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기회를 준다는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의 하나로 도입하는 것이다. 

임 입학사정관은 학생부교과전형 확대를 둘러싼 안팎 사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대학이 학생부교과 10% 이상 확대를 수용한 것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부교과 확대를 ‘권장한다’라고 표현했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동안은 학종을 지지하는 입장이니까 학종으로 학생의 역량 차를 분별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정부가 학종을 자꾸 줄이라고 요구하고 교과는 계속해서 늘리라고 하고 있어, 굳이 종합으로 학생을 더 선발할 이유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종으로 선발해 놓고 보면 요즘은 지원자들이 다 비슷비슷한 역량을 보이고 충원해도 자꾸 빠져나간다. 그래서 ‘굳이 학종으로 선발해야 하나, 교과로 뽑아도 그 친구가 그 친구일 것 같다.’라는 생각이 최근 몇 년간 계속 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바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경희대는 학종에 수능 최저를 둠으로써, 달라진 대입 지형에 맞춰 가장 먼저 변신을 꾀한 대학이 됐다. 정부가 대입 정책을 수능 확대로 전환하고, 학종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종 서류 평가가 블라인드로 바뀌면서 정성평가에 한계가 온 것이 변신의 가장 큰 이유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경희대의 변화와 정부의 수능 확대 정책을 바라보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어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달라진 입시 지형에서 일선 고교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입 해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본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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