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와 똑같은 구조의 학교, 똑같은 담장, 똑같은 식판...
교도소와 똑같은 구조의 학교, 똑같은 담장, 똑같은 식판...
  • 이지민 기자
  • 승인 2020.06.29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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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와 똑같은 구조의 '학교'
-현대사회에서 인권 유린당하는 학생들…학교 건물을 바꾸자!
-‘감옥 같은 학교건물을 당장 바꿔야 하는 이유’ 유현준 건축가 강연 발췌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이 기사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1004회에서 방영된 ‘감옥 같은 학교건물을 당장 바꿔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한 유현준건축사사무소 유현준 대표건축가의 강연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이 내용을 가슴 깊이 새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해당 기사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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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드릴 얘기는 학교 건축에 대한 얘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굉장히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입니다. 즉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우리가 표현을 할 때도 ‘다르다’와 ‘틀리다’를 되게 혼돈해서 사용하죠. 이는 다른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중국집에 10명가면 다 짜장면으로 통일 하려고 해요. 누구 하나 볶음밥을 시키면 ‘저 사람은 볶음밥을 더 좋아하나 보다’가 아니라 ‘제 좀 유별하다’고 생각을 한단 말이죠.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대부분 대기업 같은 데만 취직하고 싶어 해요. 큰 조직의 일부가 됐을 때 편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들이 집을 고를 때에도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를 더 선호합니다. 다수의 법칙을 따르는 건데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가 가격이 더 빨리 올라요. 

도대체 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렇게 전체주의적인 성향을 띄느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주범은 학교 건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위 사진을 보시면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 학교가 근대화를 만든 시스템입니다. 근데 그중에서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는 지난 100년 동안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 바뀌었어요. 하지만 학교는 하나도 안 바뀌었습니다. 학교는 우리 아버지가 다닌 학교나 제가 다닌 학교나 우리 아들이 다닌 학교가 똑같아요. 

70~80년대 학창 생활을 보낸 저는 큰 문제가 안 됩니다 그냥 방과 후가 되면 마당에서 놀던 골목길에서 뛰며 놀았으니까요. 요즘 아이들이 좀 문제죠. 요즘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첫 번째 집으로 아파트를 사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태어납니다. 마당 대신 거실에서 놀고 골목길 대신 복도에서 놀고 학교가면 교실에서만 지내고 방과 후에는 상가에 있는 학원을 가고 왔다갔다 이동할 때 봉고차에 실려서 이동을 합니다. 이 아이들은 24시간 중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들을 실내공간에서만 지내는 거죠. 

요즘 아이들이 게임 중독이 많은 이유도 사실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거의 변화가 없는 이런 실내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에 변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스마트폰과 게임 밖에 없으니까요. 

통계를 보시면 지난 40년 동안 학생 1인당 사용하는 실내 면적이양 7배나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그 실내 공간에는 각종 과학실, 음악실, 체육관, 강당, 식당 등이 생겨났습니다. 엄청나게 풍요롭게 보이지만 학교 부지의 면적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교는 점점 고층화될 수밖에 없는 거죠.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학교는 운동장 하나를 겨우 남겨놓고 기역자 모양으로 되어 있는 4층짜리 건물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에요. 그런데 다음 사진에서 놀라운 사실은 왼쪽이 교도소이고 오른쪽에 학교입니다. 거의 차이가 없어요.. 창문 크기만 좀 다르죠. 

우리나라 사회에서 담장에 둘러싸인 대표적인 시설이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교도소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입니다. 둘 다 담장을 넘으면 큰 일 나죠. 제가 학교 다닐 때 야간자습시간에 아이들이 월담을 많이 하니까 담장에 전깃줄을 단 학교도 있었어요. 우린 그 정도로 아이들을 수감상태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하죠. 무려 12년 동안이나 말입니다.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그런 점에서 저는 고3 애들이 졸업할 때 꽃다발 대신에 두부를 먹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학년부터 고3 졸업할 때까지 계속 똑같은 구조의 교실에만 있으니까요. 

똑같은 모양의 교실 50개가 붙어있으면 학교 건물 하나 완성됩니다. 세상에 이렇게 디자인하기 편한 건물이 또 있을까요. 옆 학교로 전학가도 상황은 똑같아요. 전국에 있는 모든 공립학교가 거의 똑같은 구조의 건물을 씁니다. 그런 교실에 갇혀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누구랑 제일 비슷하냐면 양계장의 닭이랑 제일 비슷해요. 닭장에 갇혀서 계속 모이만 먹고 있는 닭이랑 똑같다는 겁니다.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이런데서 12년 자라난 아이들보고 졸업한 다음엔 “너만의 길을 가라. 청년이 도전해서 꿈을 갖고 살아야지” 이런 소리 하는 것은 12년 동안 양계장에서 자라난 닭을 닭장에서 꺼내 독수리처럼 날아가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우리가 좋은걸 먹이고 입히지만 우리 아이들을 이런 학교 건축 공간에서 망가뜨리고 있다고 생각하셔야 됩니다. 이런데서 12년을 자라난 사람들은 나중에 집을 고를 때도 비슷하게 생긴 판 모양의 아파트를 골라요. 3학년 4반 교실에서 공부하다가 304호 아파트에서 살고, 나중에 죽고 나면 납골당 가는 겁니다.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똑같은 획일화된 공간에서 살고 있는데 요즘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어요. 이제 학교 급식까지 하거든요.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식판에 똑같은 음식을 배급받아 먹고 있어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똑같은 옷 입고 똑같은 식판에 똑같은 음식을 배급받아 먹는 데는 교도소와 학교 밖에 없어요. 우리의 학교는 점점 더 교도소랑 비슷해져가고 있는거죠. 

이런데서 자라난 사람들은 다양성이라는 것을 한 번도 체험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자기와 조금만 다르면 “이상하네”하고 왕따를 시키는 겁니다. 그럼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하고 댓글을 살벌하게 쓰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저 사람만 없어지면 이 사회가 더 좋아질 것 같고 그런 자기만 안중근이고 남들은 다 이토 히로부미예요. 상대를 저격시켜야 될 것 같고 그래서 사회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겁니다. 

이는 전체주의이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애들에게서 전체주의를 언제 뼈저리게 느꼈냐면 제가 집에 있는 빨간 바지를 입고 오랜만에 외출을 하려고 했더니 제 중학생 아들이 저보고 ‘관종’이라고 놀리더라고요. 이 아이들의 세상은 그냥 조금만 개성 있게 행동하는 사람은 다 ‘관종’인거예요. 그렇게 다 가지치기를 해서 회색분자를 만드는 거죠. 

아들하고 옷을 사러 가잖아요. 옷 살 때 고르는 색을 보면 다 회색 아니면 까만색 옷만 골라요. 제가 좀 색깔 있는 옷을 권하면 “이런 걸 어떻게 입냐”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아들 옷장에는 다 회색 옷밖에 없어요.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위 사진에 있는 교복을 보시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복 같죠. 이게 사실 북한 학생들의 교복이에요. 

이런 사회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뭐냐면 우리가 항상 평등한 사회를 목표로 가기 때문인데, 문제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그 숭고한 목표를 갖고 있는데 평등한 사회를 맨날 획일화를 통해서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반찬을 다르게 싸오면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다 똑같은 학교 급식으로 통일하고, 옷 다른 거 입고 오면 좀 상처받는 애가 있을 수 있으니까 교복을 통일하고, 중산층은 집도 방 3개짜리 아파트로 통일하고 그렇게 다 획일화시켜 놓은 거죠. 우리나라 획일화의 주범은 교육부와 엘리트들이에요. 이분들이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을 급속도로 발전시킨 주역이시긴 해요. 하지만 지금 그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요. 

사회가 획일화되다 보니 국민들끼리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획일화를 시키면 가치가 정량화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서 여러분들 다 똑같은 집에 살잖아요. 아파트에 방이 3개냐 4개냐의 차이밖에 없어요. 그럼 그 다음부터는 “야 나도 30평이고 너도 30평인데 우리 집은 3억이고, 너희 집은 왜 15억 이냐?” 이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겐 지금 집값, 성적, 연봉, 키, 체중, 이런 것들만 남은 거죠. 

서로 자꾸 비교하며 줄 세우기를 하고 획일화가 되면 나만의 가치가 상실됩니다. 나만의 가치가 상실되면 자존감이 없어져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자존감 수업 같은 책이 100만 것이 팔리는 거예요.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책을 보시면 위로하는 책들, 심리상담자 내지는 정신과 상담의 이런 사람들이 쓴 책들이 거의 베스트셀러예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만큼 자존감이 없다는 거죠. 

이를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면 획일화를 당장 그만두고 다양성을 넓히는 쪽으로 가야 됩니다. ‘내 친구가 40억짜리 타워팰리스에 살아도 나는 작지만 빛이 들어올 수 있는 마당 있는 우리 집이 훨씬 좋다’ 이런 나만의 가치가 있어야 되는 거죠. 그게 되려면 다양성이 늘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처럼 사회가 획일화되다 보면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그 분노가 쌓여서 결국엔 어디로 가냐면 서로에게 가는 거예요. 나이든 사람은 젊은 사람을 비난하고, 젊은 사람은 나이든 사람을 비난하고, 진보는 보수를 욕하고 보수는 진보를 욕하고, 남자가 여자를 욕하고, 여자가 남자를 욕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의 사회가 되는 거죠. 

하루3분 하버드 성공학
하루3분 하버드 성공학

앞서 제가 학교가 고층화된다고 말씀드렸는데 보통 학교는 3층, 4층 정도 되잖아요. 50분 수업하고 10분 쉬고요. 그 10분간의 쉬는 시간 동안 어떤 정신 나간 애가 4계층을 뛰어 내려가서 1분 동안 놀다가 다시 또 올라오겠어요. 밖에 안 나가요. 계속 교실에만 있던지, 복도까지만 나가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학교 건물은 ‘저층화’돼야 됩니다. 아이들이 들락날락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그럴 수 있는 학교들이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테라스라도 만들어 줘야 하는 거예요. 바깥을 나갈 수 있게 해줘야죠. 

지금이 바로 그것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서 교실에 빈 교실 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쓸데없는 특별활동실을 만들 생각 마시고 대신 테라스를 만들어줘야 돼요. 10분의 쉬는 시간 동안 밖에 나갈 수 있게 해줘야합니다. 

빈 교실이 없는 학교는 어떻게 하냐고요? 옥상을 개방하면 됩니다. 옥상에 올라가 산을 볼 수 있게 해주면 되죠. 회사원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시면 꼭 중요한 얘기는 옥상에 올라가서 해요. 옥상이 유일하게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럼 교장선생님이 그러실 거예요. “옥상 올라가서 담배 피고 그럼 어떻게 하냐”라고요. 그럼 CCTV 카메라 설치하라고 해야죠. “떨어져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냐?” 그러면 유리로 된 벽을 설치하라고 하세요. “그럴 돈이 어딨냐” 그러면 교무실이라도 4층으로 옮기라고 하세요. 

지금 1층에 교무실이 있기 때문에 2층에 있는 애들도 밖에 나가는 게 불편한 거예요. 교무실을 제일 높은 층으로 올리고 1층은 아이들에게 양보해주세요. 1층에 아이들이 정원을 보며 공부할 수 있게 해줘야죠. 돈이 좀 있으면 창턱을 없애고 유리창으로 만들어야 돼요. 바깥 정원도 볼 수 있게 해주고 돈이 좀 더 있다면 폴딩도어를 만들어서 날씨 좋은 날 문을 열어서 꽃 냄새 맡으면서 애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해줘야합니다.  

지금 현대 사회에서 가장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입니다. 3~40년 전에 노동자였다면 지금은 아이들이에요. 텔레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할수록 그럴 수밖에 없어요. 요즘 아이들을 보면 학원에 10분만 늦어도 엄마한테 문자가 날아와요. 대부분 교통카드에 돈을 넣어주기 때문에 애들이 어디서 얼마나 몇 시에 썼는지 모두 실시간 체크가 돼요. 일거수일투족이 다 감시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애들이 어떻게 편하겠어요. 당연히 중2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핀란드에 있는 순수한 애들도 한국에서 6개월만 있으면 다 중2병이 걸려요. 중2병은 우리 아이들이 이상해진 것이 아니고 어른들이 만든 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우리가 보통 한 반이 남녀 합쳐서 15명씩 30명 정도가 되잖아요. 근데 이 중에서 빨간 칠 한 얘들이 축구를 열심히 하는 애들이에요. 학교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야외 공간인 운동장을 이 녀석들이 다 쓰고 있어요. 

그래서 얌전하게 생활하는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은 갈 때가 없는 거예요. 얘들이 12년 동안 나무 밑에서 책도 보고 싶고, 친구랑 담소도 나누고 싶고, 때론 사색도 하고 싶어도 그럴 공간이 없는 거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켜도 꼭 과격하고 거친 운동을 시켜요. 우리가 학교에서 짱 먹는 애들을 보세요. 축구 잘하는 애나 공부 잘하는 애거든요. 왜냐하면 축구하는 운동장하고 공부하는 교실밖에 없어서 그런 거예요. 공간이 단조로우면 그 안에 권력이 생기기 때문이죠. 

1, 2층짜리 낮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고층건물의 거주자보다 친구가 3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미국 사회를 보시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혁신 기업들은 꼭 캘리포니아에서 나와요. 저는 동부에서 혁신기업이 나왔다는 얘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생각하다 한 연구결과를 보고 깨달았어요. 

캘리포니아에 지진이 많이 발생해서라는 건데요. 지진이 자주 발생하니까 주거형태가 다 1, 2층으로 되어 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친구가 3배 더 많아지고 그래서 창의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스티브 잡스가 얼마나 까칠해요. 그런데 착한 위즈니악을 만나서 애플을 창업할 수 있었던 것은 캘리포니아라서 가능한 거예요. 잡스가 맨해튼 출생이었다면 아마 왕따였을 거예요. 이를 종합해보면 어떤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미래가 결정되고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봐야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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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제가 새로운 학교를 디자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세종시에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를 한꺼번에 설계하는 것이었어요. 그곳엔 공원도 있고, 복합커뮤니티센터도 들어가 있고요. 한 블록을 설계하는 건데 그 컨셉이 뭐였냐면 중고등학교 운동장을 가운데 공원으로 빼내는 거였어요. 그래서 애들이 숲속에서 축구를 하고 방과 후에는 시민들이 와서 쓰는 방식이죠. 

캠퍼스 전체를 가로지르는 조깅 트랙과 산책로를 여러 갈래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체력과 기준에 맞게 선택해서 뛰거나 걸을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운동장이 바깥으로 빠지니까 학교 부지가 넓어져서 학교 건물이 저층화될 수 있었어요. 단순히 저층화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여러 토막으로 공간을 나누었습니다. 교실을 2, 3개씩 묶어서 하나의 주택처럼 만들고 그 앞에 마당이 있게 했죠. 

1학년 때는 삼각형 마당에서 놀다가 2학년 때는 연못 있는 마당에서 놀다가 3학년 때는 빨간 지붕 느티나무에서 놀다가 하면서 학년이 바뀔수록 또 다른 기억들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자는 것이었죠. 

‘지식은 책에서 배우고 지혜는 자연에서 배워라’라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 학교에는 지혜를 가르치는 자연이 전혀 없습니다. 12년 동안 똑같은 실내 공간에서만 친구를 사귀어야 해요. 이런 아이와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친구를 사귄 아이 중 누가 더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다양성도 인정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정상적인 인격으로 살 수 있을까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옛날에 루이 스카니라는 건축가가 있었는데 그는 학교를 건축했어요. 교실 한쪽에 창문을 크게 만들고 밖에 있는 숲을 볼 수 있게 해줬어요. 교장선생님이 그에게 “아이들이 밖에 숲 보느라고 선생님에게 집중을 못 한다. 그러니 창문을 없애 달라”고 했더니, 그 건축가가 “세상의 자연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이 있으면 한번 데리고 와 봐라”고 하며 반문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의 대화가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너무 모든 교육을 책으로만 하려고 하는 경향들이 있어요. 그리고 선생님들은 너무 모든 걸 다 가르쳐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고요. 60~70%만 가르치고 30~40%는 애들끼리 서로 배우게 하고 자연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 학교 교실의 또 하나의 문제는 ‘층고’입니다. 보통 2.6m로 되어있어요. 미네소타 대학에서 실험을 했는데 2.6m 층고에서 공부한 아이와 3m 층고에서 공부한 학생을 비교했더니 3m 층고에서 공부한 아이가 창의력이 2배가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단 40cm 차이밖에 안 나는데 그런 엄청난 결과를 갖고 온 거예요. 

우리 학교도 층고를 높일 필요가 있어요. 천장을 뜯어서 40cm 더 높게 만들어 주고, 꼭대기 층 같은 경우에는 박공지붕을 만들고, 경사지붕도 만들어야 해요. 하지만 그런 걸 안 하죠. 왜냐면 모든 교실은 똑같아야 되니까요. 획일화되게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제가 주택가에 살다가 아파트에 살다가 해봤는데 아파트는 내 집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어요. 왜냐하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 번째 너무 큽니다. 스케일이 커서 저를 압도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밖에 나와서 내 집을 볼 일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주택은 마당에 나와서 내 집을 볼 수 있거든요. 

많은 아이들이 곰 인형을 갖고 놀잖아요. 그게 사이즈가 비슷해서 그래요. 둘 다 머리도 크고 키도 작고 그러니까 정서적으로 연동이 되는 겁니다. 이렇듯이 정서적 연동을 위해서 학교도 주택 같은 사이즈로 만들어 줘야 돼요.

현재의 학교는 크기가 너무 커요. 공간을 작게 쪼개주되, 가급적이면 공간마다 이름을 붙여주면 더 좋아요. 우리 선조들을 보면 건물을 짓고 나면 꼭 이름을 지어 줬거든요 소쇄원, 경회루 등 다 세 글자인데요. 왜냐하면 사람 이름이 세 글자라서 그래요. 건물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거죠. 이처럼 각각의 이름을 가진 교실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훨씬 더 정서적으로 좋은 아이로 자라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획일화 되게 하면 안 되고, 모양과 크기를 다르게 해서 각각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해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몇 발자국만 움직여도 풍경이 바뀔 수 있게 해줘야 하죠.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지금의 학교들은 정문에 들어서면 건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서 12년을 지내야 되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래서 제가 사진처럼 설계를 해놨더니 교육청 담당직원이 저보고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안되냐”고 물었더니 “보이지 않는 구석에 들어가서 애들을 왕따를 시키고 때리면 어떻게 하냐”는 거예요. 그래서 “걱정하지 마라. 1,2층 주거형태의 학교에서 애들을 키우면 친구가 3~4배 많아서 왕따가 거의 없을 거고,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대체 어디가 사각지대냐 사방에서 어디서 누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더 안전한 곳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는 거예요. 요즘은 교실 간 이동이 많아서라나? 게다가 비오는 날 비 맞아서 안 된대요. 그래서 “1층에 아케이드 만들어서 이동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랬더니 겨울에 추워서 안 된대요. 그래서 “2층 실내 복도를 연결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1층에 있는 애들이 불편해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큰 건물을 만들어서 1교시에 들어가서 방과 후 때까지 안 나올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예요. 그게 제일 안전하고 편안한 학교라는 거죠. 

제가 3개월을 설득하다 포기를 했어요. 그래서 “높은 사람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하며 당시 세종시 교육감에게 설계도를 보여 드렸어요. 다행히도 그분은 ‘마을 같은 학교’라는 말에 상당 부분 동감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교육부 내에서 누가 반대를 하냐면 시설과 담당 직원들이 반대를 하셨어요. 

그분이 저한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냐면 “교수님이 설계한 학교가 좋은지는 알겠는데, 우리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이 학교만 너무 좋으면 형평성이 없게 돼서 안 된다. 이렇게 좋은 학교는 사립학교에서나 가서 해라”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실화예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고 끝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공공 건축물의 평당 공사비를 말씀드리면, 초등학교는 평당 550만원에 지어지고요. 교도소가 850만원이 지어져요. 그리고 시청 건물 750만원에 지어집니다. 우리나라 학교가 격납고보다도 낮은 가격에 지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데서 애들을 키우는 거예요. 이러면서 무슨 미래의 주역이네, 주인공이네 이런 얘기를 어떻게 하느냐고요.  

*사진 출처=세바시 유튜브 캡처

제가 볼 때 우리 아이들이 생활해야 할 학교는 평당 1,500만 원 정도를 성북동 회장님 댁 수준으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공립학교만큼은 제대로 지어준다면 우리나라 전 국민들이 12년 동안 제일 좋은 집에 있다가 졸업하는 셈이니까요. 그것도 제일 중요한 인격형성기에 말이죠. 저는 이보다 세금을 더 좋게, 제대로 쓰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지시고 학교 바꾸기에 나서줬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내는 세금으로 만드는 공공건축물이고 학교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건축주예요. 건축주면 주인답게 관심을 가지고 변혁을 일으킬 수 있도록 좀 신경을 써줬으면 합니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듭니다. 우리가 어떤 공간을 만들면 그 공간이 항상 우리의 삶을 다시 만들어요. 우리가 만든 학교 건축 공간이 우리 아이들의 인격과 미래와 이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생각을 꼭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10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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