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 흐려지고 뇌 손상 입어…심하면 생명에 위협
-‘11일’ 동안 자지 않은 가드너 기네스북 얻고, 건강 잃어 
-쥐를 대상으로 한 ‘물 위의 원판’ 실험 
-안 자면 늙는다! 
수면=‘뇌 청소’ 시간​​​​​​​이다!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인간의 평균 수명을 80년으로 봤을 때, 우리는 약 25년 이상을 침대 위에서 보낸다고 한다. 하루에 3분의 1을 잠자는 데 써야 한다는 사실이 뭔가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잠만 안 잔다면 하루 24시간을 더 유용하고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시험기간에 몰려오는 꿀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할 필요도 없고, 지각 걱정 없이 제 시간에 맞춰 등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잠을 꼭 자야만 하는 걸까? 잠을 안 자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과학자들은 이러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그들이 밝혀낸 수면의 비밀을 알아보자. 

-이 기사는 <나침반> 6월호 'Sci&Tech'에 6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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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비밀을 파헤쳐라!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왜 꼭 자야 할까? 우리는 ‘배고프니까’ 음식을 먹는다. 이는 우리 몸이 영양분을 얻기 위해 ‘허기지다’라고 느끼게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면의 기능에 관해서는 어떤 생물학적 이유로 우리가 반드시 자야 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수면학의 저명한 연구가 윌리엄 디먼트(William Dement) 박사도 인터뷰에서 “졸리니까 잔다”라고 대답했을 정도다. 그런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수면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잠을 자지 않는 것이다. 

‘11일’ 동안 자지 않은 가드너 기네스북 얻고, 건강 잃어 

*윌리엄 디멘트와 상담하는 랜디 가드너와 그의 두 친구 [사진 출처=taringa.net]
*윌리엄 디멘트와 상담하는 랜디 가드너와 그의 두 친구 [사진 출처=taringa.net]

랜디 가드너(Randy Gardner)는 왜 잠을 자야 하는지 궁금해 하던 미국의 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등학교 과학 프로젝트의 주제로 ‘잠을 안 자면 어떻게 될까?’를 선택해 실험을 시작했다. 실험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담당 의사 ‘윌리엄 디먼트’와 친구 두 명의 도움을 받아 264.4시간, 자그마치 11일이 넘는 시간 동안 깨어 있어 1964년 기네스북을 달성했다. 그는 흥분 작용을 가진 약이나 커피 등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았다. 졸리면 친구들과 함께 농구를 하는 방법으로 잠을 깼다. 

그는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자지 않은 인간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실험 결과 불면이 가드너의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수면 중단 실험 중 검사를 받는 랜디 가드너 [사진 출처=muzivcesku.cz]
*수면 중단 실험 중 검사를 받는 랜디 가드너 [사진 출처=muzivcesku.cz]

실험 4일째 되는 날, 담당 의사는 가드너 자신이 프로 풋볼 선수라고 단단히 착각했다고 말했다. 의사가 그의 실력을 의심하자 불같이 화를 냈다. 성격이 신경질적으로 변한 것이다. 또한 의사는 가드너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뇌가 극히 짧은 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마이크로 슬립’ 현상을 겪은 것으로 추측했다.  

실험 6일째, 그는 근육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게 됐다.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기도 했는데, 100에서부터 거꾸로 7씩 빼나가라는 문제를 주었을 때, 반쯤 지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가드너는 안구와 손가락 떨림이 심하게 나타났으며, 실험 후반에는 강한 졸음이 그를 덮쳐서 눈을 뜨기 어렵게 됐다. 

1월 8일 오전 6시 25분, 그는 실험을 끝내고 취침을 했다. 14시간 40분 정도 내리 잠을 잤다. 그 후 1주일 만에 가드너는 보통 때의 수면 리듬을 회복했다. 다행히 후유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적인 수면 중단으로 뇌에 장애가 일어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후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수면 중단 실험은 하지 않게 됐다. 

가드너의 수면 과학 실험 일지

12/29 2일째
눈의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눈이 피로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TV를 보지 않을 생각이다. 

12/31 4일째
머리에 천이 마구 감겨있는 느낌이다. 집중력이 현저히 낮아지고, 기억력도 떨어진 것 같다. 게다가 환각도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거리의 간판을 보고 행인으로 착각했다. 

1/7 11일째
친구들이 내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발음이 부정확하며 문장을 끝까지 말하지 못하게 됐다.

쥐를 대상으로 한 ‘물 위의 원판’ 실험 
랜디 가드너의 실험이 끝난 후 약 20년 뒤인 1983년, 앨런 렉트셰이펀(Allan Rechtschaffen)은 수면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실험을 재개했다. 그러나 랜디 가드너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금기시됐기 때문에 그는 사람이 아닌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실험 결과, 동원된 쥐들은 전부 2주 안에 죽었다. 이는 음식물을 주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짧은 기간이었다. 쥐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먹거나 심지어 그보다 더 많이 먹어도,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나 실험 중반 쥐를 자도록 내버려 두면, 쥐는 완벽하게 회복했다. 렉트셰이펀의 실험 결과, 쥐에게 ‘불면’은 죽음을 불러일으킬 만큼 위험한 것 이라고 결론 내려졌다. 

‘수면’의 기능, 그것이 알고 싶다 
결국 우리는 잠을 자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안타깝게도 24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왜 이토록 잠에 집착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우리가 만약 포식자들이 우글거리는 세렝게티 한가운데 떨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앞을 볼 수도, 식사를 할 수도, 포식자를 경계할 수도 없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명백히 생존에 불리한 상태가 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하루 평균 7시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 수면을 취한다. 

윌리엄 디먼트와 렉트셰이펀의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 불면은 우리의 몸에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생물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적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서도 수면을 취하도록 우리의 몸이 진화했다면, 수면이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밝혀낸 수면의 기능에 관한 가설을 살펴보자. 

안 자면 늙는다! 
잠을 자지 않으면 노화 진행이 촉진되거나 암·치매가 유발될 수 있다는 가설이 발표됐다. 잠을 자지 않은 쥐에게서 뇌세포 손상이 증가했는데, 이것이 ‘활성산소’의 작용 때문이라는 결과가 밝혀진 것이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의 생체세포를 공격하고, 손상시키는 산화력이 강한 산소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호흡할 때 흡입한 산소의 약 2% 정도를 ‘활성산소’로 변환시켜 지니고 있는다. 그런데 이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생성되면 암·치매를 유발된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 몸에는 이를 방어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바로 산화를 억제함으로써 세포의 노화를 막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수면은 두뇌 활동을 줄여 활성산소가 우리 몸에 가하는 공격을 줄이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수면=‘뇌 청소’ 시간 
우리는 깨어있는 동안 온 감각을 동원해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며 세상을 살아간다. 이때 뇌는 계속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근육과 온갖 기관들에 명령을 내리는 일을 쉴 새 없이 한다.

그런데, 완벽해 보이는 뇌에게도 한 가지 빈틈이 있다. 받은 정보를 제때 정리하지 않고 마구 어질러 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공부한 내용이 시험 칠 때 막상 생각나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뇌세포는 유독성 단백질을 생성한다. 이 노폐물이 뇌를 헤집고 다니며 뇌의 기능을 손상시킨다.

시험 기간 문제집, 교과서, 필기노트 등으로 어질러진 책상을 보면 공부할 엄두가 안 나듯, 뇌도 마찬가지다. 어질러진 방을 치워야 뇌도 활동할 수 있다.

이때 청소를 해주는 역할은 ‘뇌척수액’이 맡고 있다. 뇌척수액은 우리가 자는 동안 청소기를 들고 노폐물을 씻어버린다. 깨어있는 동안 뇌가 어질러놓은 정보와 기억들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불필요한 정보는 삭제하고, 필요한 정보들은 장기 기억으로 바꿔놓는다. 

안타까운 것은 뇌척수액이 깨어있을 때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깨어 있는 동안 우리의 뇌세포 크기가 너무 커서 뇌척수액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다. 그러나 수면 상태가 되면 뇌세포들이 몸을 웅크리고 쉬기 때문에, 뇌척수액이 쉽게 청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졸음 못 참겠을 때, 딱 20분만 책상에 엎드려 자자! 
공부를 하다 보면, 졸음이 참을 수 없이 몰려오는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집중 안 되는 교과서를 억지로 들여다보기보다는 ‘토막잠’을 자는 게 좋다. 적정 시간은 15~20분 정도.

토막잠을 자면 짧은 시간 만에 머리가 개운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다만, 30분 이상 자게 되면 뇌가 깊은 잠의 단계로 들어가기 때문에 절대 피해야 한다. 이때 깨어나게 되면 더 오래 자고 싶어 피로감만 늘어난다.

한편, 토막잠이 필요하다는 것은 평소 잠이 부족하다는 뇌의 신호일 수 있다. 평소 생체리듬이 깨져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수면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지금도 수면의 기능이 무엇인지 연구해 나가고 있다. 여러 가설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 무엇 하나도 확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수면이 우리 몸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진화학자는 인간이 ‘렘수면’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도로 뇌가 발전했다고 믿을 정도다. 

청소년의 적정 수면시간은 9~10시간. 잠을 1시간이라도 덜 잔다면 여러분의 능력치는 무려 3분의 1이나 감소된다고 한다. 만약, 시험 전날 벼락치기라도 한다면, 뇌는 새벽 내내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시험 당일 어질러진 방안에서 보물찾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시험 때 여러분의 능력치를 200%로 쓰고 싶다면, 공부 시간 못지않게 수면 시간도 중요하게 관리해야 한다. 

렘수면(REM sleep) | 수면의 여러 단계 중 빠른 안구 운동이 일어나는 기간. 사람은 밤새 자는 동안 보통 5~7차례의 렘수면을 경험하며, 이때 사람들은 대개 꿈을 꾸고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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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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