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강대 논술전형 인문 11월 20일, 자연 21일 실시

*사진 제공=서강대
*사진 제공=서강대

서강대 논술은 학과에 따라 인문 1·2차, 자연 1·2차로 나뉘어 실시된다. 그 중 인문계열은 1차에서 경제·경영학부 논술을, 2차에서 인문계·영미문화계·사회과학부·지식융합미디어학부 학생들을 선발한다. 회차별로 속한 학과가 다른 만큼, 같은 제시문을 받더라도 풀어나가는 관점을 달리 해야 한다.  

에듀진은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서강대를 비롯한 논술 실시 대학의 2021학년도 기출문제를 총정리한다. 오늘 소개할 문제는 2021 서강대 인문계열 2차(인문·영미문화·사회과학부·지식융합미디어학부) 2번이다.     

제시문 

[가] 추론적 읽기란 글에 드러난 여러 가지 단서와 독자의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글에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며 읽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자의 의도, 글을 쓴 목적, 숨겨진 주제 등을 추측하며 읽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추론하며 읽지 않거나 필자의 전제를 오판하게 되면, 독자는 의도나 목적을 파악하는 데에 실패할 것이다. (…) 추론적 읽기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배경지식과 경험, 글에 나타난 담화 표지, 글에 사용된 어휘나 문맥 등을 활용하여 생략된 내용을 추론한다. 둘째, 사회‧문화적 맥락이나 표현 방법 등을 토대로 필자의 의도나 글을 쓴 목적, 숨겨진 주제 등을 추론한다.  
- 고등학교 『독서』 교과서 재구성  

[나] 그는 다시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는 목욕탕을 들여다보았다. 욕조를 상하지 않게 하려고 정교한 솜씨로 정을 대어 망치질을 하고 있는, 빛바랜 누런 티셔츠의 사내가 오늘 공사를 떠맡은 임 씨였다. (…) 자칭 기술자라는 임 씨조차 겨울이면 연탄 배달로 삯을 버는 연탄장수가 주업이라서 아무래도 미덥지가 않기로는 매일반이었다. (…) 임 씨가 뽑은 견적대로 일을 맡기고 나서야 그는 아내를 통해 임 씨가 사실은 연탄 배달부로서 여름 한철에만 이것저것 잡일을 하는 어설픈 막일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보나마나 하자가 생길 것이 틀림없다고 믿은 그는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적잖이 기분을 그르치고 말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목욕탕 공사야말로 급수 배관에서 방수, 그리고 미장, 타일까지 전문직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나름대로의 이론에 비추어봐도 섣부른 결정임에는 틀림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 미덥지 않게 보인 인상과는 달리 임 씨는 흠집 하나 내지 않고 욕조를 들어내었다.
- 양귀자,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다] 세계대전만큼은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었던 체임벌린 총리는 1938년 9월 말, 절박한 심정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말기 암 진단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가 없던 그는, 이번에 반드시 확약을 얻어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 이전 방문에서 체코슬로바키아에만 야심을 갖고 있다고 히틀러가 말했을 때, 체임벌린은 “히틀러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라고 믿었다. 그 약속을 문서로 받아내는 일만 남은 것이다. 다행인 것은, 히틀러가 그를 자기 아파트로 데려가기까지 하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체임벌린은 합의 사항을 간단히 적어둔 메모 용지를 꺼내 히틀러에게 서명하겠느냐고 물었다. 예상대로, 히틀러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럼요! 물론이죠. 서명하겠습니다.” (…) 그날 오후, 체임벌린은 영국으로 돌아가서 영웅 같은 환대를 받았다. 언론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는 가슴 주머니에서 메모 용지를 꺼내 군중에게 흔들었다. “오늘 아침 저는 독일 총리 히틀러와 다시 회담을 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호의적이며, 침공 의도라고는 전혀 없는 것으로 저는 판단했습니다! 이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 그러나 1939년 3월, 히틀러가 ‘합의 문서’를 종잇조각으로 만드는 데 채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 말콤 글래드웰, 『타인의 해석』 재구성  

[라] 언론은 신문이나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통하여 사실을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만들어 나가는 활동을 의미한다. (…) 언론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사고 및 각종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시민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 여론 형성을 주도하며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기자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취재한 정보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기자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취재를 한다고 해도, 사건의 실체를 온전히 드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 고등학교 『정치와 법』 교과서 재구성  

[마] 한 부부가 먼 길을 가다가, 남편은 죽고 부인은 추행을 당한다. 살인죄로 체포된 산적과 아내가 사건을 증언한다. 죽은 남편도 그 혼이 무당의 입을 빌려 사건을 증언한다. 먼저 산적이 증언한다. 그는 부인의 미모에 혹하여 남편을 나무에 묶은 뒤 부인을 추행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인에게 자신과 살자고 했단다. 부인은 남편과 산적이 결투를 벌이면 이긴 사람을 따르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산적은 남편과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벌여 그를 죽게 했다고 한다. 살인한 것이 아니라 결투를 했다는 것이다. 부인의 증언은 이러하다. 산적은 자신을 추행한 후에 가버렸고,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은 그녀를 극도로 모멸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 순간 그녀가 들고 있던 단검에 남편이 찔려 죽었다는 것이다. 남편의 혼백은 이렇게 말한다. 산적에게 당한 부인은 산적에게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데려가 줄 것을 애원했단다. 산적은 그녀의 말에 화를 내고 오히려 남편을 풀어주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명예를 잃은 치욕감과 부인에게 당한 배신감으로 자기는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모든 광경을 숲에서 지켜본 목격자가 또 있었다. 목격자인 나무꾼은 다른 증언자들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이 사건을 증언한다
- 박인기,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 재구성  

[바] 어느 부족의 언어에는 성조가 수십 개다. 그들은 어느 열대 지방에 사는 빨갛고 쭈글주글한 멱을 가진, 화려한 희귀 새처럼 운다. 이방인의 귀에는 그저 ‘크, 크헉, 흐허, 헉’처럼 들리는 소리가 어떻게 수만 가지 문장으로 확장되는지 나도 알지 못한다. 어느 부족의 시제에는 전생과 환생이 들어간다. (…) 어느 나라의 동사는 백오십 번 이상 몸을 바꾼다. 그것은 프리즘에 닿은 빛처럼 여러 갈래로 꺾이며 굴절된다. 단어가 소리에 반사되어 영혼에 무지개를 비춘다. 어느 민족에게 사랑은 접속사, 그 이웃에게는 조사다. 하지만 어느 부족에서는 그런 건 본디 이름을 붙이는 게 아니라 하여 아무런 명찰도 달아주지 않는다. 어느 부족에게 ‘보고 싶다’는 한 음절로 족하다. 
- 김애란, 『침묵의 미래』 

[사] 흄은 시인(是認)과 부인(否認)의 감정이 언제나 도덕적 구별의 기준은 아니라고 보았다. 오로지 자신만이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은 그러한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인과 부인의 감정이 도덕적 구별의 기준이 되려면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즉, 그것은 사회적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느끼는 사회 공통의 감정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사회적 차원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까? 흄은 이 물음에 인간에게는 공감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인간은 타인의 행복이나 불행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공감 능력이다. 따라서 인간은 이러한 능력으로 개인의 주관적 감정을 넘어 사회적 차원의 감정, 보편적 인류애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공감을 바탕으로 공평한 관찰자로서 자기 자신, 타인, 사회의 이익이나 쾌락을 증진할 수 있다. 
-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  

문제 
제시문 [가]를 토대로 [나], [다]의 문제점을 각각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라]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 [바], [사]를 종합하여 논하시오.    

출제의도  
√ 이 문항은 교과 내에서 배운 지식을 학교 밖·현실 층위에서 성찰할 때 새로운 문제 제기가 가능한가, 즉, 이론적 층위가 달라지면서 지니게 되는 문제의식 구성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 또한, 단계별 읽기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텍스트 읽기’와 ‘세상 읽기’를 연계한 추론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수험생들이 읽기 단계별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하고자 한다.  

√ 이 문항을 해결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전반부는 제시문 [가]에서 원리를 도출하여 [나]와 [다]에서 관련 현상을 찾아내어 그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라]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적절하지 않으면 ‘잘못된 추론’이라는 프레이밍으로 후반부 논제 전반을 해결하지 못하고, [라]부터 새로운 하위 논제를 구성하게 된다.  후반부는 [라]에 나타난 한계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 [바], [사]에서 찾아내어 기술하면 된다.  

답안사례  
 [나]의 ‘그’는 잘못된 배경 지식과 경험에 따라 처음 보는 임 씨에 대해 잘못된 추론을 하였다. [다]의 체임벌린 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적 의도 실현을 목적으로 보고 싶은 단서만 수집, 히틀러에 대해 오판을 하고 공동체에도 큰 위험을 가져왔다. 이처럼 인물과 사건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점은 [라]에 기술된 언론의 역할 역시 쉽게 실현되기 어려울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언론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더라도, 잘못된 추론의 결과 의도하지 않게 객관성을 잃기 쉽다.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첫째, 사건의 전모를 온전히 드러내기가 어려움을 인정해야 한다. [마]에서 보듯이, 직접 경험한 사건임에도 당사자들의 보고 내용은 달라서, 모두의 증언을 소상히 들었다 해도 그 진실을 온전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를 개인의 문제라고만 치부할 수 있는가? 이는 인간 인식의 한계에 기인한 것이다.   

둘째, 취재하는 모든 사건과 사람들에 대하여, 그들만의 입장과 관점이 다 달라서 생기는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바]에서 보듯,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부족들끼리의 소통은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르게 표상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구별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사건의 전모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해야 하겠지만, 이는 인식의 한계와 연동되는 문제이기에 만만한 노력은 아닐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언론인이 공감 능력을 지녀야 한다. 전술한 두 가지 방안만으로는 자칫하면 언론인 개인의 주관으로만 일관될 우려가 있다. [사]에서 보듯이 인간의 ‘공감’ 능력은 개인의 주관적 감정을 넘어 사회적 차원의 감정, 보편적 인류애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평한 관찰자로서의 시각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2021학년도 서강대학교 대학입학전형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보고서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231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침반36.5도 100호 출간 기념 [입시N 콜라보 이벤트] 바로가기 클릭!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