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고·외고·국제고, 계층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 
- "정시 확대, 부유층에게만 이득" 
- 수시 학종으로 최상위 대학 합격생 배출하는 지역 고교에 정시 확대는 '날벼락'  

▲ 한양대 정시상담카페 [사진 제공=한양대]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대입 정시 확대와 자사고 존속 입장을 밝힌 새 정부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꼬리를 무는 비위에 낙마를 택했다. 특히 그는 올해 2월말까지도 자사고 이사직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4월 13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인철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은 지명 당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대학 정시는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게 온당”하며 “(자사고는) 그 가능성을 유지하거나 또는 존속하는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사고 이사를 역임한 교육부장관 후보가 특목·자사고를 유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공직자 이해충돌 사유가 된다는 것이 교육계의 시각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일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존치 여부는 현재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라 최종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인수위가 자사고 등의 지위 유지를 국정과제에 담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누가 지명되든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사고·외고·국제고, 계층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이다. 문 정부는 고교 서열화와 교육 평등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천명했다. 이들 학교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사실상 상류층 자녀들의 귀족학교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문 정부는 이들 학교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없애고 운영성과평가를 통해 부실하게 운영돼온 학교를 선별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2025년에는 마지막 단계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운영성과평가에서 탈락해 일찌감치 일반고 전환이 결정된 학교들이 법원에 자사고 지정취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이들 학교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상태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문 정부의 자사고 등의 폐지 정책을 뒤엎어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우월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토록 할 것으로 알려져 큰 혼란이 우려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 “다양한 학교 유형을 둬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물론이고 국제중 폐지에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은 설립 취지와 다르게 입시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학교 간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을 심화시켜 교육 불평등을 유발하는 해악을 끼쳐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등 116개 교육·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자사고가 수월성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성적과 돈으로 우월적 혜택을 받으며 사회통합 가치를 훼손했다”며 “특권 학교를 폐지해 우리 교육철학의 방향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사고교장연합회와 자사고 학부모 등은 “자사고 등이 건학이념에 충실하면서 글로벌 인재 양성에 전력을 쏟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자사고 폐지에 맞서 투쟁의 강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자사고 등이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배경을 가진 상위권 학생들을 선점해 상류층의 신분 세습을 위한 입시 명문고로 기능해온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정시 확대, 부유층에게만 이득" 
정시 확대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가장 공정한 전형으로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을 꼽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시에서는 수능성적이 합불을 가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성적으로 평가하는 정시가 가장 공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견해가 착각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은 학교 현장을 경험한 이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충남지역 일반고 이 모 교사는 “수능 위주 정시가 정량적인 수능 성적으로 줄 세워 합불을 가린다는 사실에만 주목해서, 수능 성적의 객관성을 공정성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사교육의 영향력이 가장 큰 전형요소가 수능시험”이라고 단언한다. 거액을 들여 개인과외를 받거나 유명 학원강사의 비싼 강의를 듣는 교육특구 학생과,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가정의 경제력도 낮아 사교육은 꿈도 꾸지 못하는 지방 학생이 동일한 수능시험을 치러 성적대로 대학에 가는 것을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능 정시는 이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과정의 정의를 담보할 수 없는 불공정한 경쟁이다. 이런 부정과 불공정을 보완하기 위해 수시전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시 확대, 수시 학종으로 최상위 대학 합격생 배출하는 지역 고교에 '날벼락'  
대학은 수시에서 다양한 전형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교과성적으로 선발함으로써 학교 교육을 충실히 따른 학생들에게 유리한 ‘학생부교과전형’, 학교생활과 탐구활동 속에서 학업역량과 진로역량, 공동체역량을 두루 성장시켜온 미래 인재를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형성격을 기준으로 볼 때 외부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한 사회적 약자를 선발하는 기회균등전형도 지역 고교를 살리는 수시전형의 큰 축이다. 

전남지역 일반고 주 모 교사는 "대도시에 비해 사회 경제적으로 열세에 있는 소도시, 군읍면 단위 고교 중 상당수가 수시 학종과 교과전형을 통해 서울대를 비롯해 상위권 대학 합격생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며 "수능전형이 유일한 대입전형이었던 시기에는 서울대는 고사하고 상위권 대학 합격생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하지만 인서울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능 위주 정시가 확대되면서, 지역 고교 학생들의 수시 역전의 문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서 정시 확대폭을 더욱 넓힌다면 역전의 사다리는 지역 고등학생들로부터 더욱 멀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정시 확대는 지역 대학에도 위기로 작용한다. 지역 대학은 대부분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신입생을 선점한다. 정시에 불리한 지역 수험생들이 수시, 그 중에서도 학생부교과전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 지역 대학까지 정시를 확대하도록 한다면 정시 신입생 충원에 더욱 애를 먹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정시 확대 기세가 지역 대학을 지나쳐 간다 해도, 정시 확대로 인한 수도권 대학 집중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학생의 배경이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학교 수업과 학교생활을 통해 스스로 성장시켜가는 학생이 인정받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가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견지해 가야 할 교육 정의이자 공정 교육이다. 이런 점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와 수능 확대를 공언하는 새 정부가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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