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 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 발표
- 학부모와 교육계는 반대여론이 압도적 
- 여소야대 국회…법 개정도 현실적으로 순탄치 않아 
- OECD 회원국 68%가 한국과 같이 만 6세에 초등학교 입학 
- 윤 정부 긍정평가 '28%' 충격에도 소통 의지 안 보여

등교개학 중인 대원초 어린이들 [사진 제공=경남교육청] 
등교개학 중인 대원초 어린이들 [사진 제공=경남교육청]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하자 학부모들과 교육계의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육부는 7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부 업무계획으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 및 유아 단계의 교육격차 해소를 이유로, 빠르면 2025년부터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1949년 교육법 제정 이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학제가 바뀌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2019년생인 어린이 일부가 예정보다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교육부, 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 발표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국 나이로 8세가 되는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인데, 이를 1년 당기겠다는 것이다.  

단,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4학년인 6-3-3-4제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시행 초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4년간 25%씩 입학 연도를 당기게 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시행 첫해 예정된 인원에 조기 입학하는 인원까지 한꺼번에 더해지면 교원 수와 공간 부족으로 일선 학교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학제가 개편될 경우 2025학년도 초등학교 1학년은 2018년 1월생부터 2019년 3월생까지, 2026학년도 1학년은 2019년 4월생부터 2020년 6월생까지, 2027학년도 1학년은 2020년 7월생부터 2021년 9월생까지, 2028학년도 1학년은 2021년 10월생부터 2022년 12월생까지가 된다. 

학부모와 교육계는 반대여론이 압도적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와 교육단체들은 대부분 정부 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제 개편이 특정 시점에 초등학교 1학년이 두 배까지 늘 수 있어, 교사 수급을하는 데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며, 또한 이들이 입시나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이해관계의 충돌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부분의 공립초등학교에서 오후 1시 전후로 저학년 어린이들이 하교하고 있어, 이보다 더 어린 연령이 초등학생이 되면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에 심각한 부담이 된다는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에 대해 "초등학교는 맞벌이 가정을 위한 돌봄이 유치원보다 미흡한데, 유치원이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를 초등학교에 급하게 떠넘기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맞벌이 가정에서 한쪽, 주로 여성이 가장 많이 직장을 그만두는 시기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라는 조사도 있다. 

또한 연령별 발당과정에 맞지 않는 교육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다수 생길 수 있다는 점, 이에 따른 부작용과 어린이들의 스트레스의 증가 문제도 우려되는 현실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에 대해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에 비춰봐도 부적절한 정책이며, 입시 경쟁과 사교육 시기들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교육걱정은 "학부모들은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을 본격적인 학습 시기로 인식해 조기 취학에 대비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더 이른 시기인 영유아 단계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해 과잉 사교육 열풍 등의 사회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사교육걱정 등 교육시민단체는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를 결성하고, 8월 1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범국민연대에는 교사노동조합연맹,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한국영유아교원교육학회, 전국유아특수교사연합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보육·유아교육·초중등 교사 단체부터 학부모 단체까지 총 36개 단체가 참여한다. 범국민연대는 이와 함께 7월 30일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범국민연대는 "만 5세 초등 조기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과 사교육의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지금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부모가 많은 상황에서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성토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도 이날 오후 2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만 5세 조기 취학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여소야대 국회…법 개정도 현실적으로 순탄치 않아 
학제를 개편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론의 거센 반발을 무시하고 정부와 여당이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교조는 "학제 개편을 성공시키려면 학부모와 유아교육계, 초등교육계 등과 장기간에 걸쳐 논의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이런 중요한 정책을 즉자적으로 세우고 강행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와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OECD 회원국 68%가 한국과 같이 만 6세에 초등학교 입학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도 대부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2019년 기준 38개 회원국 중 68.4%인 26개국(한국 포함)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우리와 같은 만 6세이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다른 국가들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또한 대학교 입학 시기나 취업과 연결되는 후기 중등교육 종료 시점도 OECD 회원국 다수와 비슷한 수준이라, 초등 교육 시작 시기가 늦어 입직연령도 높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 

윤 정부 긍정평가 '28%' 충격에도 소통 의지 안 보여 
정부는 전방위적인 반대 여론에도 학제개편안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라, 시민사회, 교육계 등과의 전면적인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국민 통합을 위해선 무엇보다 대통령의 소통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임명된지 3달이 가까워 오는 현재, 국민과의 적극적 소통 의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윤 정부가 내놓은 학제개편안은) 사회적 협의 과정이나 합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대통령 발언 하나로 중대한 사안을 일방·독단적으로 추진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7월 29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이 28%로 나타나는 등 지지율에서 역대급 하락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대통령실은 “묵묵히 해내다 보면 국민들도 진정성과 (윤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 생각해주실 때가 올 것”이라고 밝힌 것이 끝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가 대통령 공약에도 없던 학제개편 문제를 갑작스레 들고 나와 강행처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부재와 불성실한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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