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전형을 지원한 수험생들은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논술고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논술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기출 문제 등을 통해 출제 경향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어떻게 논술고사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기출 문제 풀이, 모의논술 참여 등은 해당 대학 논술 유형에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들이다.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논술전형을 실시한 대학의 2022학년도 기출문제를 총정리한다. 오늘 소개할 문제는 2022 숙명여대 논술전형 인문계 2번 문제이다.   

문제
2-1. <가>의 문제를 <나>의 관점에서 설명하시오. (300±30자)
2-2. <다>의 내용을 토대로 <나>의 주장을 비판하시오. (600±60자)  

제시문    

<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 시장의 번성한 모습을 처음 보고서는 “오로지 말단의 이익만을 숭상하고 있군.”이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그 하나만 알고 그 둘은 모르는 말이 분명하다. 대저 상인은 사농공상(士農工商) 사민(四民)의 하나에 속하지만 이 하나가 나머지 세 부류의 백성을 소통시키기 때문에 열에 셋의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사람이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고 있다면 그 나머지 물건은 모두 무용지물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용지물을 사용하여 유용한 물건을 유통시키고 거래하지 않는다면 이른바 유용하다는 물건은 거개가 한곳에 묶여서 유통되지 않거나 그것만이 홀로 돌아다니다 쉽게 고갈될 것이다.  

따라서 옛날의 성인과 제왕께서는 이를 위하여 주옥과 화폐 등의 물건을 조성하여 가벼운 물건으로 무거운 물건의 상대가 되도록 하셨고, 무용한 물건으로 유용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셨다. 게다가 다시 배와 수레를 만드셔서 험지까지도 물건을 유통하게 하셨는데 그렇게 하고도 천리만리 먼 곳에 혹시 물건이 이르지 못할까봐 염려하셨다. 민생을 위하여 폭넓게 조치하신 그분들의 정성이 이런 정도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방이 수천 리이므로 백성들이 적지 않고, 토산품이 미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지(山地)나 물에서 생산되는 이로운 물건이 전부 세상에 나오지 않고, 경제를 윤택하게 하는 도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으며, 일용 생활에 필요한 일이 팽개쳐진 채 논하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의 거마(車馬)‧주택‧단청(丹靑)‧비단 등이 화려한 것을 보고서는 대뜸 “사치가 너무 심하다.” 라고 말해버린다.  

그렇지만 중국이 사치로 망한다고 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는 반드시 검소함으로 인해 쇠퇴할 것이다. 왜 그러한가? 물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지 않는 것을 일러 검소함이라고 하지, 자기에게 없는 물건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것을 일컫지는 않는다.   

현재 나라에는 진주를 캐는 집이 없고 시장에는 산호(珊瑚)의 물건값이 정해져 있지 않다. 금이나 은을 가지고 점포에 들어가서는 떡과 엿을 사 먹을 수가 없다. 이런 현실이 우리의 풍속이 정녕 검소함을 좋아하여 그런 것이겠는가? 그 재물을 사용할 기술을 알지 못한 데 불과하다.   

재물을 사용할 방법을 알지 못하므로 재물을 만들어낼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재물을 만들어낼 방법을 알지 못하므로 백성들의 생활은 날이 갈수록 궁핍해진다.  

재물이란 우물에 비유할 수가 있다. 퍼내면 늘 물이 가득하지만 길어내기를 그만두면 물이 말라버림과 같다. 따라서 화려한 비단옷을 입지 않으므로 나라에는 비단을 짜는 사람이 없고, 그로 인해 여인의 기술이 피폐해졌다.   

이지러진 그릇을 사용하기를 꺼리지 않고, 기교를 부려 물건을 만드는 것을 숭상하지 않아 나라에는 공장과 목축과 도공의 기술이 형편없고, 그러므로 기술이 사라졌다.   

더 나아가 농업은 황폐해져 농사짓는 방법이 형편없고, 상업을 박대하므로 상업 자체가 실종되었다. 사농공상 네 부류의 백성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곤궁하게 살기 때문에 서로를 구제할 방도가 없다.

<나> 자유주의의 주장은 다양한 인간 노력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경쟁의 힘을 되도록 최대한 잘 활용하자는 것이지 그냥 그대로 놔두라는 것이 아니다. 이는 유효한 경쟁이 창출될 수 있는 곳에서는 다른 그 어떤 방법보다도 경쟁이 개별적 노력의 좋은 길잡이가 된다는 확신에 기초한 것이다.   

자유주의는 경쟁이 유익하게 작동하려면, 세심하게 배려된 법적 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그리고 과거 혹은 현재의 법규칙들이 중대한 결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며 오히려 강조한다.   

자유주의는 또한 경쟁이 유효해지도록 하는 조건들을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다른 방법에 의존해 경제 활동의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주의는 개인들의 개별적 노력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경쟁보다 더 열등한 방법이 경쟁을 대체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리고 자유주의는 경쟁이 대개의 경우 알려진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더 크게는 권력의 강제적이고도 자의적인 간섭 없이도 우리의 행위들이 서로 조정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경쟁을 우월한 방법으로 간주한다.   

사실, 경쟁을 선호하는 핵심적 주장의 하나는 ‘의식적인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며, 특정한 직업이 그 직업과 연관된 불리한 점과 위험 요소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전망이 있는지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각자에게 부여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조직의 원칙으로 경쟁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동에 대한 특정한 유형의 강제적 간섭을 배제해야 하지만, 경쟁의 작동을 상당히 도와줄 수도 있는 다른 유형의 간섭은 인정하며, 심지어 특정한 종류의 정부 행동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제력은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특별히 강조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시장 참여자들은 거래 상대방을 찾을 수 있는 한 어떤 가격에서건 자유롭게 팔고 살 수 있어야 하고, 누구든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고, 팔릴 수 있는 어떤 것도 생산하고 팔고 살 수 있어야 한다.

<다> 시장경제는 노동·토지·화폐를 포함한 산업의 모든 요소를 포괄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이나 토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그것들은 다름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 자체이며 또 사회가 그 안에 존재하는 자연환경인 것이다.   

이것들을 시장 메커니즘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사회의 실체 자체를 시장의 법칙 아래 종속시킨다는 뜻이다. 물론 노동‧토지‧화폐는 산업의 필수 요소이며, 이것들도 시장에서 조직되어야 한다. 사실 이 시장이야말로 경제 체제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   

그러나 노동‧토지‧화폐는 분명 상품이 아니다. 매매되는 것들은 모두 판매를 위해 생산된 것일 수밖에 없다는 가정은 이 세 가지에 관한 한 결코 적용될 수 없다. 사람들은 노동력도 다른 상품과 똑같은 것이라고 억지를 부릴 수 있다.   

하지만 노동력과 관련하여 일하라고 재촉하거나 마구 써먹거나 심지어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 두거나 하면, 그 특별한 상품을 몸에 담은 인간 개개인은 어떻게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체제 아래서 인간의 노동력을 그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하다 보면 노동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사람이라는 육체적‧심리적‧도덕적 실체도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하게 된다. 인간들은 갖가지 문화적 제도라는 보호막이 모두 벗겨진 채 사회에 알몸으로 노출되고 결국 쇠락해 간다.   

악덕‧인격 파탄‧범죄‧굶주림 등을 거치면서 격심한 사회적 혼란의 희생양이 되어갈 것이다. 자연은 그 구성 요소들로 환원되어버리고, 주거지와 경관은 더럽혀진다. 마지막으로 구매력의 공급을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두면 영리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파산하게 될 것이다.   

노동시장‧토지시장‧화폐시장이 시장경제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라는 사회의 실체 및 사회의 경제 조직이 보호받지 못하고 시장경제라는 ‘사탄의 맷돌’에 노출된다면 그렇게 무지막지한 상품 허구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올 결과를 어떤 사회라도 단 한순간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출제의도 
[문제 2-1]은 조선 후기 상업을 박대함으로써 시장의 기능이 위축되어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지 못한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가>), 이러한 문제 상황을 경제적 자유주의 입장(<나>)에서 진단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출제되었다.  

[문제 2-2]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주장에 따라 무엇이든 시장에서 팔 수 있다는 시장 자본주의의 부작용(<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의 측정을 위해 출제되었다. 수험생들은 이 문제들을 통해 시장 경제가 가진 순기능과 더불어 그 한계 또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시답안 
2-1. <가>는 백성들이 모두 궁핍한 생활에 처해 있음을 문제로 제기한다. 그 까닭으로 사람들이 상업을 박대하여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본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생산과 유통이 원활하지 않고, 그 때문에 다양한 생산 기술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 의하면, 인간의 다양한 노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은 어떤 억압이나 강제적인 규제 없이 일어난 자유로운 경쟁이다. 시장은 바로 이러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다. <나>의 관점에서 볼 때 <가>의 문제는 바로 이런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발생한다. (306자)  

2-2.  
<나>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자유로운 경쟁이야말로 인간의 노력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시장 참여자들은 거래 상대방을 찾을 수 있는 한 어떤 물건이건 자유롭게 생산하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경우 노동·토지·화폐와 같은 산업의 필수 요소 역시 그런 거래 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는 그러한 가정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다>에 의하면, 노동과 토지 그리고 화폐가 중요한 요소이며 시장에서 조직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상품은 아니다. 노동은 곧 인간 자신을 의미하고, 토지는 자연환경을 의미한다.   

그런 사회적 실체들이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진다면 인간은 사회적 혼란의 희생양이 되고, 자연은 오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화폐의 공급이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진다면 기업들의 주기적인 파산도 피할 수 없다.   

이는 거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시장의 상품이 될 수 있으며, 그런 시장에서의 경쟁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나>의 주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경제 체제 아래서 노동·토지·화폐와 같은 산업의 필수 요소 역시 시장에서 조직되어야 하겠지만, 그것들은 상품이 아니며 시장 경 제의 부작용으로부터 보호될 필요가 있다. (616자)   

*출처=2022학년도 숙명여자대학교 선행학습 영향평가 자체평가보고서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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