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전형을 지원한 수험생들은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논술고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논술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기출 문제 등을 통해 출제 경향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어떻게 논술고사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기출 문제 풀이, 모의논술 참여 등은 해당 대학 논술 유형에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들이다.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논술전형을 실시한 대학의 2022학년도 기출문제를 총정리한다. 오늘 소개할 문제는 2022 숙명여대 논술전형 인문계 2회차 2번 문제이다.   

문제 
2-1. [가]와 [나]에서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공통점을 기술하시오. (300±30자) 
2-2. [나]의 논지를 활용하여 [다]의 ‘그들의 언어’에 대해 비판하시오. (600±60자) 

제시문 

[가] 프레임은 인간이 실재를 이해하도록 해주며 때로는 우리가 실재라고 여기는 것을 창조하도록 해주는 정신적 구조로서 언어를 통해 인식된다. 그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의 행동 방식과 그 결과의 옳고 그름을 결정한다.   

‘인지과학개론’ 수업에서 프레임에 관한 강의를 시작하기 전, 나는 학생들에게 과제 하나를 내준다. 어떤 일을 하든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 과제에 성공한 학생을 나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다른 모든 낱말이 그렇듯, ‘코끼리’도 그에 상응하는 프레임을 환기한다. 그것은 어떤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특정한 지식이 될 수도 있다.   

가령, 몸집이 크고, 퍼덕이는 귀와 긴 코를 가지고 있고, 밀림에 서식하고, 서커스와 연관되어 있다는 등의 어떤 중요한 정보를 통제하는 프레임에 의해 ‘코끼리’는 정의된다. 이처럼 모든 단어가 특정 프레임에 의하여 정의된다는 사실이 시사하듯, 특정한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우리는 먼저 그 프레임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일찍이 리처드 닉슨은 그 진리를 통감한 바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고 사임 압력을 받고 있을 무렵 그는 TV에 나와 전 국민을 향해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순간 모든 국민은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일화는 상대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이용하지 말라는 프레임 구성의 기본 원칙을 가르쳐준다. 상대편 언어는 어떤 프레임을 끌고 옴으로써 우리를 자신들의 세계관으로 끌고 들어가는 덫을 놓는데, 이것이 프레임 형성의 핵심인 것이다.  

프레임을 짜는 일은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언어를 취합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언어가 아니다. 본질은 그 안에 있는 생각이다. 언어는 그런 생각을 실어나르고 환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존재라고 하는, 손끝에 닿으면서도 결코 잡히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인 실재”를 나름 구체적 형상으로 감지케 하는 것, 무상(無常)한 존재의 질감과 무늬를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언어의 매개적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그것이 물질이든 비물질이든, 모든 사물이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존재에 이르지 못한다고 본 그의 통찰은, 사물로 가득 찬 세계에 대한 인식이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가공될 수 있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사물은 분명 언어 이전에 존재하지만 나에게 유의미한 존재로 다가오려면 인식 행위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언어이다. 언어를 통해 우리는 상황과 사건을 개념화하고, 이렇게개념화된 상황과 사건은 소리와 문자를 통해 기호의 형태를 띤다.   

이런 기호화 과정은 어휘 체계와 문법 체계를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구체적인 언어 표현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이 언어의 구성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화자가 그 상황과 사건에 대하여 갖는 입장이나 평가가 반영된다.  

문제는 화자가 자신의 욕망에 기초하여 구성한 소위 현실이 객관적 실재의 상황과 어긋날 때이다. 가령, 나치 정권이 완곡어법의 상투어를 통해 유대인 학살을 ‘최종 해결책’, ‘완전 소개*’, ‘특별 취급’ 등으로 부름으로써 사람들이 유대인 학살과 관련한 상황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도록 세뇌한 것이 그러한 경우이다.   

이처럼 욕망의 언어는 매우 자기중심적이어서 욕망의 주체만을 위무(慰撫)할 뿐 타자의 얼굴을 결코 볼 수 없게 한다. 그것은 실체적 진실을 떠난 무의미한 기호임에도 그 기호 속에 왜곡된 욕망을 끊임없이 삽입하고 타자에게 왜곡을 강요하는 문제를 낳는다. 

* 소개(疏開): 한곳에 집중된 주민·시설 등을 분산시킴.

[다] 나는 정유년 4월 초하룻날 서울 의금부에서 풀려났다. 내가 받은 문초의 내용은 무의미했다. 위관들의 심문은 결국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헛것을 쫓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언어가 가엾었다.   

그들은 헛것을 정밀하게 짜 맞추어 충(忠)과 의(義)의 구조물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바다의 사실에 입각해 있지 않았다. 형틀에 묶여서 나는 허깨비를 마주 대하고 있었다. 내 몸을 으깨는 헛것들의 매는 깨어지듯이 아프고 깊었다. 나는 헛것의 무내용함과 눈앞에 절벽을 몰아세우는 매의 고통 사이에서 여러 번 실신했다. (…)   

나는 조선 수군 연합 함대가 칠천량에서 전멸되었다는 소식을 도원수 권율에게서 들었다. (…) 체포되기 몇 달 전인 병신년 초겨울 나는 한산 통제영에서 그를 대면한 적이 있었다. (…)  

조정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가토 기요마사의 부대가 곧 바다를 건너서 부산으로 진공하게 되어 있는데, 함대를 이끌고 부산 해역으로 나아가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적을 요격해서 가토의 머리를 조정으로 보내라고, 그때 그는 나에게 말했었다. (…)   

나는 그때 다만, 현장 지휘관의 판단을 존중해 주십시오, 라고만 대답했다. 그는 서둘러 돌아갔고 나는 함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 겨울 바다는 물결이 높았다.  

그 물결 높은 바다 위에서 며칠이고 진(陳)을 펼치고 언제 올지 모르는 적을 기다린다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조정은 작전 전체의 승패보다도 가토의 머리를 간절하게 원했다. 가토는 임진년 출병의 제1진이었다.   

가토의 부대는 한나절 만에 부산성을 깨뜨리고, 꽃놀이 가는 봄나들이 차림으로 가마 대열을 꾸며 북으로 올라갔다. 붙잡힌 조선 백성들이 그 가마를 메었다. 임금은 가토의 부대에 쫓겨 의주까지 달아났었다. 임금은 가토의 머리에 걸린 정치적 상징성을 목말라 했다. 임금은 진실로 종묘사직 제단 위에 가토의 머리를 바치고 술 한잔을 따르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   

나는 즉각 기소되었다. (…) 서울 의금부 형틀에 묶여 있을 때, 임금의 형장(刑杖)은 몸을 가득 채우며 파고들었다. (…) 나를 심문하는 위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부산 왜영을 불태운 사실을 조정에 허위 보고하였느냐?”, “네가 적을 빤히 보고도 군사를 몰아가 토벌하지 않고, 바다를 건너오는 가토를 요격하지 않은 의도가 무엇이냐?”, “너는 누구의 군대냐? 너는 가토의 군대냐?”   

“너는 왜 싸울 때마다 원균의 뒤를 따라다녔느냐?”, “네가 군공을 속여 보고한 것은 무장으로서 임금을 능멸하는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 아니냐?”, “신하로서 임금을 속인 자는 마땅히 죽인다. 아느냐?” 

“전하께서는 네가 이제 가토의 머리를 들고 온다 하더라도 용서해 줄 수 없다고 하셨다. 네가 참으로 무장이라면, 사직 앞에 죄를 고하고 밝게 죽는 편이 어떠하냐?”   

혼절과 혼절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위관의 질문은 답변을 미리 예비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아무것도 답변할 수 없었다. 위관은 집요했으나,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거기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임금뿐이었다.  

출제 의도  
본 문항은 ‘언어의 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언어와 권력’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려는 취지에서 구상되었다. 이를 위해 언어의 두 가지 기능, 즉 현실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과 현실을 구성하는 기능을 ‘프레임과 언어’, ‘존재와 언어’ 등을 다룬 제시문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언어가 현실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인식의 왜곡 및 권력 작용 가능성을 구체적인 문제 상황 속에서 성찰해 볼 수 있도록 소설 작품에서 제시문을 발췌하여 제시하였다.  

이러한 취지에서 문제 2-1.은 제시문 [가]와 [나]를 독해하여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비교 분석하는 능력을, 문제 2-2는 언어가 현실을 왜곡하고 나아가 타자에게 권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문 [다]의 소설 속 구체적인 문제 상황에 적용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예시 답안 
2-1.
[가]는 프레임이 인간에게 외부 세계를 이해하게 해 줄 뿐 아니라 그것을 창조하도록 해 주는 정신적 구조로서 언어를 통해 인식되지만, 그 본질은 사고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나]는 언어가 외부 세계를 구성하는 사물들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매개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세계를 주관적으로 가공할 수 있음을 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가]와 [나]는 언어가 외부 세계를 인식하게 해 주는 매개적 기능을 한다는 것, 나아가 언어가 외부 세계를 구성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 등 ‘언어의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 두 가지 공통된 이해를 보여준다. (314자)  

2-2. 
[나]는 언어가 외부 현실을 구성하는 과정에는 화자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으므로 현실에 대한 인식이 주관적으로 가공될 수 있다는 점, 따라서 현실이 화자의 사적인 욕망에 기초하여 구성되어 객관적 실재 상황과 불일치할 때, 화자의 왜곡된 욕망을 투영한 언어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타자에게 그 왜곡을 강요하는 문제를 낳는다는 점을 주된 논지로 삼고 있다.  

[다]는 ‘나’를 심문하는 ‘그들(=위관들)의 언어’를 문제화하고 있는데, [나]의 논지에 비추어 볼 때, ‘그들의 언어’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다.   

우선, ‘그들의 언어’는 ‘바다의 사실’이라는 객관적 실재의 상황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징성’을 바라는 임금의 사적 욕망을 좇아 정밀하게짜 맞추어진 ‘충과 의의 구조물’ 아래 구성된 ‘헛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것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둘째, ‘그들의 언어’는 ‘나’를 엄한 소리로 심문하고 있지만 ‘나’가 답변할 수 없도록 ‘답변을 미리 예비’한 것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욕망의 언어이다. 따라서 그것은 타자의 얼굴을 볼 수 없게 할 뿐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왜곡된 자신의 욕망을 타자에게 강요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637자)  

*출처=2022학년도 숙명여자대학교 선행학습 영향평가 자체평가보고서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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