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과 학생 측 의견차 못 좁혀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이 최근 불거진 '상대평가 소급 적용' 논란과 관련, 29일 학생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구 교내 사이버관에서 열린 학생 간담회에 참석해 "총장으로서 여러분을 불편하게 하고, 불합리하고 부당한 성적의 소지를 안겨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일부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했는데 이 자리에서 유감을 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학생의 이익도 생각해야 하지만 학교의 가치와 미래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정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총장으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400여명의 학생이 모였고 인터넷으로도 생중계됐다. 학교 측에서는 김 총장과 김성수 기획조정처장, 문명재 교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6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학교 측과 학생들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학교 측은 상대평가 소급 적용을 철회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부의 대학평가 지표를 높이는 동시에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제안했지만, 학생들은 구체성이 없다며 반발했다.

학교 측은 성적정정위원회를 꾸려 상대평가의 틀 아래 '사실상 절대평가'를 고수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교수·강사에 성적 정정에 관한 사실상 전적인 재량권을 부여할 것, 성적정정위원회에 요구하는 정정 내용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것, 총장 서신을 모든 교수·강사에게 발송해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성적을 정정하도록 요청할 것 등도 제안했다.

다만 대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쾌한 설명은 내놓지 못해 학생들의 요구와 궁금증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이날 오전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평가 변경 내용에 대해서도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교육부는 학점 분포로 측정하는 정량평가 비중을 줄이고 성적 관련 제도 운영(성적 부여 기준, 재수강 기준, 학사경고 기준)으로 평가하는 정성평가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김성수 기획조정처장은 "교육부가 오늘 대학 평가 '성적분포 적절성 지수'를 최근 3개년도 기준으로 각 1점씩 부여하겠다고 조정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제도 운용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정성평가'는 3점으로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정성평가는 학점 관리 방식을 보고서 형태로 제출하면 교육부가 5월께 실사하고 평가하는 것"이라며 "통계치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 부여 기준' 항목 때문에 여전히 각 학점의 분포 구간을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중요한 결정을 방학 때 기습적으로 일방 통보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사기친 것", "소급 적용으로 학교 평가에 대한 책임을 학생들에게 모두 떠넘기고 피해를 준다면, 외대가 D급 대학에 선정되는 것이 맞다"는 발언 등을 하며 맞섰다.

한편 성적 처리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재수강을 할 수 없는 4학년 전공 과목을 맡은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과락(Pass·Fail) 방식으로 처리하는 데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교 방침이 그대로 적용되면 수강생의 3분의 1은 C나 D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수강생이 모두 4학년이라 재수강의 기회도 없기 때문에 Pass·Fail로 점수를 줄 수 있는지 본부에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2일 한국외대는 기말고사까지 모두 끝난 방학 기간에 성적 평가 방식을 모두 상대평가로 바꾸겠다고 학생들에게 일방 통보했다. 특히 바뀐 성적 평가 방식을 지난 학기(2014학년도 2학기)에도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외대는 총장과 서울·글로벌캠퍼스 학생복지처장 명의로 이메일을 보내 "올해 2학기(계절학기 포함)에 기존의 학부 성적평가 방식을 모두 상대평가로 변경한다"고 전했다.

본부 처장단과 총학생회는 2차례 면담했지만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학생들은 소급 적용 등에 반발해 교내 본관 총장실 앞 복도와 행정팀 사무실을 점거하며 항의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상대로 '성적평가원칙변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로 하고 250명을 목표로 원고단을 모집하고 있다.

한국외대 교수협의회는 오는 30일 오후 3시와 5시에 연달아 교수협의회 평의원회와 대학 평의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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