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바타를 현실세계로 가져온다면?

   
 
2009년 12월, 영화 『아바타』가 국내 상영 외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관객 동원 수와 매출액 등에서 각종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건 우리나라에서 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타이타닉』의 기록을 압도하면서 역대 최고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재미뿐만 아니라 사상과 철학까지 담겨 있다. 대강의 줄거리를 적어보면 이렇다.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인 제이크가 죽은 형을 대신해 아바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판도라 행성에 도착한다. 고갈된 지구의 에너지 자원을 대체할 언옵타늄을 채굴하기 위해서다.

제이크는 링크 머신을 통해 그곳의 원주민인 나비족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3미터 키를 가진 아바타로 변신한 그는 걷는 것은 물론 훨씬 빨리 뛸 수도 있고 힘도 강해진 데다 이크란이라는 새를 타고 하늘까지 날게 된다.

처음에는 임무에 충실했던 제이크. 하지만 그곳 나비족의 여인인 네이티리를 만나 운명적 사랑에 빠지고, 서서히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나비족에 매료되기 시작하면서 임무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과연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인터넷 공간의 가상 캐릭터, 그중에서도 게임 캐릭터를 생각해보자. 심지어 아홉 살 된 내 아이만 봐도 아바타가 꿈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내 아이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건만 RPG게임을 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키워나간다. 게임 실력도 나보다 훨씬 나아서, 맞붙으면 나는 5분도 못 간다. 초등학생이 그 정도니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은 어떨까. 요즘 20대들 중에 상당수가 가상공간의 게임을 즐기고 그 안에 자기만의 아바타를 가지고 있다.

한때는 나도 게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의 저자 돈 탭스콧은 이를 기성세대의 기우라고 지적한다. 게임하는 젊은이들은 시각적 집중력과 사물 분간 능력이 뛰어나며, 복잡한 세계를 세밀하게 감지하는 능력, 정보 처리 능력, 손과 눈의 협력 능력, 반응 능력 면에서 기성세대보다 훨씬 유능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도 영화 『아바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4년 가량 운영해온 블로그가 그렇다.
1인 미디어 매체라고 불리는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 처음 1년은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년 뒤부터 방문자가 차츰 늘어났고, 2년이 지나자 그곳에 제법 익숙하고 능숙해졌다.

나는 블로그 스피어(세계)에서 ‘따뜻한 카리스마’로 알려져 있다. 이 닉네임은 ‘가정에 충실하고 인간미 있는 따뜻한 인물, 책을 많이 읽는 독서가, 유하고 지적인 캐릭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렇게 형성된 내 아바타로 가상의 판도라 행성인 블로그 스피어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2009년 대한민국 100대 블로거’, ‘2010년 블로거 대상 후보’ 뿐 아니라 매월 찾아드는 15만 명의 방문자들에게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는 키와 외모, 나이와 학벌, 직업이나 명예, 인격과 경제적 상황을 뛰어넘어 상대에게 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 실제적인 단점은 블로그 너머로 접어두고, 내가 잘하는 것에만 주력하면 훌륭한 캐릭터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결코 녹록치 않다. 부딪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화 『김씨 표류기』의 여주인공은 사이버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히키코모리(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 밖으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러한 현상 모두를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 우리말로는 ‘은둔형 외톨이’) 소녀다.

그녀는 예쁜 여자 사진을 자기 사진인 것처럼 미니홈피에 올리다가 들통이 나서 악플러들에게 사이버 테러를 당한다. 그 후 사람들이 두려워서 폐쇄된 자기 공간에서만 살다가 결국 그 공간에서조차 버림받게 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상공간을 벗어나 마주치게 되는 고단한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가상공간 안에서 누렸던 안락함과 우월감은 허상에 불과하다. 현실 속의 나는 여전히 돈도 없고, 인맥도 없고, 능력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별 볼일 없고, 실수도 많고, 사회를 변화시킬 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가망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가상공간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상했던 아바타처럼 완벽해질 수는 없을지라도 많은 이들이 그 공간 안에서 훨씬 진솔해지고, 훨씬 원숙한 공공의식을 가지게 된다.

또한 사색의 힘을 통해 성장하고, 도덕적으로도 성숙한 사람으로 서서히 변모해간다. 다만 그 균형을 맞추려면 현실 세계에서도 사이버 공간에서만큼의 힘을 기르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영화 『아바타』는 30여 년 전인 1977년도에 구상된 작품이다. 당시 스물두 살의 트럭운전기사였던 제임스 카메론은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스토리를 틈틈이 쓰곤 했다. 그걸 본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쓸데없는 짓거리 한다고 비난했을 것이다. 하지만 카메론 감독은 이때의 경험을 발판 삼아 『터미네이터』, 『에이리언2』에 이어 역대 최고의 흥행작인『아바타』까지 창조해냈다.

사람들은 영화처럼 한순간에 눈부시게 변신하는 환상을 꿈꾼다. 그러나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닌 한 편의 영화조차도 때로는 30여 년이 넘는 집념 끝에 탄생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나는 오늘도 판도라 행성의 막강한 캐릭터 ‘토루크막토’를 타고 사이버 공간을 날아다니며 내 안의 나를 다시금 창조하길 꿈꾼다. 강력한 아바타를 현실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오늘도 열정을 불태운다.

지금 내가 꿈꾸는 아바타의 모습은 어떤지, 그것을 현실세계로 가져올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내게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상공간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또 다른 성찰의 기회가 아닐까.
 

*참고문헌 : 도서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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