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진학, 도전적·창의적 업종 진출 유리...학생 때보다 몇 배 이상 노력 필요

   
 

"요즘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비싼 돈 들여가며 굳이 이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다닌다고 뭐가 달라지는지 의문이 듭니다. 대학을 나온다고 좋은 직장에 취직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요?" 

"너나없이 대학을 다니는 사회 흐름을 무시하고 대학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네요. 사람들은 어딜 가건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데, 그 노력을 꼭 대학에서만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고 현장에 무작정 뛰어들어 경험과 실력을 쌓는다 한들 그걸로 얼마나 만족하며 살 수 있을지도 고민이 되고요. 이래저래 학교를 다녀야 할지 말지 모든 게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나대학 군이 풀어놓은 고민이다. 보릿고개 시절에 부모가 소 팔아 마련해준 등록금으로 대학 졸업하고 사회 기득권층이 된 세대들은 이런 신세대의 고민을 이해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간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대학생활에 회의감도 품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부모 그늘 아래서 지내는 미성년자로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다닌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다르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다르다. 자녀들이 학교를 그만두려 하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정작 자신들은 “사표, 쓸까 말까?” 고민하면서 왜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여기에도 그럴 법한 이유는 있다. 어찌 보면 부모로서는 당연한 마음으로도 보인다.

만일 아이의 소원대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자.

고등학교 이전에 학교를 중도포기하면 비행청소년이 될 확률이 높다. 진학률이 낮았던 과거에는 굳이 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아 문제 소지가 적었다. 또한 사회 경험을 먼저 쌓을 수 있으니 오히려 이것이 성공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예전에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고학력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대학 진학률이 80%를 상회한다. 학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나마 중·고등학교도 졸업 안 하면 ‘중·고등학교도 졸업 못한 놈’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닌다.

어울려 놀려고 해봐야 평범한 친구 찾기도 힘들어 결국 비행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과 달리 청소년들에게 일할 기회가 별달리 없는 구조적인 환경이나 문제도 한 몫 한다.

그렇다면 대학을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이 시기의 자퇴는 청소년 시절의 반항과는 다르다. 대학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어릴 때보다 좀 더 뚜렷한 이유와 근거로 갈등한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데 대학 다니기가 미안하다. 더 실제적인 것을 배우고 싶은데 대학은 그렇지 않다.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공부하는 게 단지 취직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직업훈련을 받고 싶다” 등등이 그 이유다.

   
 

사실 대학은 반드시 다녀야 하는 곳은 아니다. 지나친 입시 바람이 젊은이들을 대학으로만 내몰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여기에 편승해 교육은 뒷전으로 하고 눈 먼 돈만 쫓아다니는 일부 대학 재단들은 또 얼마나 안타까운가.

대학을 다니지 않고도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 다만 문제는 그 학생이 실제로 그런 일을 찾았는지의 여부다.

만일 대학 졸업장을 포기하려 한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큰 용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 졸업장이 주는 혜택을 뛰어넘을 만한 엄청난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만일 어영부영 시간만 보낼 생각이라면 시작도 않는 편이 낫다.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그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여러 구조적 제약을 만들어낸다. 학력에 따라서 직업 선택의 범위,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 심지어 배우자 선택의 범위까지도 달라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을 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럴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불이익들을 충분히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한편 대학을 포기해서 얻는 것도 있다. 바로 시간적 자유와 다양한 경험이다. 이 길을 택하면 주변 친구들보다 사회 경험을 일찍 시작할 수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실패로부터도 자유롭다.

다만 이것이 직업 경쟁에서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닌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겠다는 선택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려는 경우보다는 도전적인 일이나 창의적인 일을 할 때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학업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도 일종의 공부다. 다양한 사회 경험만 해도 배울 부분이 꽤 많기 때문이다. 창업이나 사업 또는 어떤 분야의 기술자나 전문가 과정에 몰입하고 싶다면 경우에 따라 대학을 그만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 실패해서 전문가가 되지 못한 채 다시 정상적인 경쟁 트랙으로 돌아올 경우, 사회가 걸어놓은 학력이라는 제약을 뛰어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수용하면 스펙으로 인재를 규정하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프리미엄이 주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한다.

가끔 이런 사회적 제약들이 사회 계층 간 이동이 잦을 경우 무너질 수 있는 사회적 평정을 지탱하기 위해 기득권이 만든 책략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이 보이지 않는 제약이 두려워서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이 같은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은 사람은 큰 열매를 얻게 마련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른바 작은 영웅으로 대접받게 되는 것이다.

즉, 대학을 포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자유롭게 결단을 내리면 된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한다.

그 결단을 실행하려면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만일 그럴 용기와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 오히려 더 뒤쳐질 수도 있는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 책임도 온전하게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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