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_ 수업, 동아리 내 마음대로…자율성 원칙 강조

서울대·카이스트 등 최상위권 5개 대학 126명 합격

 

2010년 영국의 명문 이튼칼리지를 롤모델 삼아 개교한 자율형 사립고 하나고등학교는 공교육의 혁신을 통해 엘리트를 키우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고3 학생 200명 중 120명 이상이 수시 전형에 합격했고 외국 유학반을 제외한 180명가량이 국내 대학에 원서를 넣었는데 60%가 넘는 학생의 입학이 확정됐다.

서울대 45명을 포함, 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포스텍 등 최상위권 5개 대학에 126명을 합격시킨 놀라운 성과다. 하나고의 이러한 정책에는 학생이 듣고 싶은 수업을 찾아서 듣는다는 자율성 원칙이 큰 몫을 했다.

 

‘1인 2기’로 독서, 봉사, 수영 활동 자유롭게

하나고의 정규수업은 ‘선택형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의 선생님을 찾아가면서 공부한다. 학생은 자신의 지로에 따라 나

만의 맞춤형 교육과정을 짤 수 있다.

하나고 학생들은 학교 밖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학교 밖에는 아파트 단지의 단조로운 풍경으로 근처에는 학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도 학교 안에서 폭넓은 활동을 소화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하나 인증제라고 해서 예체능 프로그램을 선택해 익힐 수 있도록 했어요. 학교에서는 학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인증을 해주죠. 영어토론 동아리활동을 비롯해 독서와 수영, 외국어, 봉사 등 1인 2기 영역으로 자율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전인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 하나고는 대입 수시전형에 특히 강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교과 성적뿐 아니라 관심 분야에 대한 창의적 탐구능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키움으로써 각 대학이 눈독 들이는 인재로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하나고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하나 학술제’를 들 수 있다. 과제연구를 통해 학생들이 토론을 하고, 여기서 도출된 내용을 학술제에서 발표함으로써 지식을 공유해나가는 것이다.

또한 매년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열어 학생들의 영어 토론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 국제적 감각까지 체득할 수 있도록 한 점에 눈에 띈다.

 

자기주도학습의 롤모델을 만들다

하나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1학년 때 다양한 교내 활동을 통해 진로를 정하고 2~3학년 때 이를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

중학교 때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자율적인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하지만 친구들과의 자연스러운 경쟁 속에서 스스로 ‘멘탈’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활동과 실력을 겸비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고의 진로진학 지도방식이죠. 우선 학생들이 자신이 정말 어떤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지 돕고, 본인이 선택한 진로에 대해서 학력이나 기타 방법으로 실력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지도를 하고 있죠.” (김학수 교사)

공교육만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모든 학업 활동을 제공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키워간다.

 

교과 활동과 비교과 활동을 막론하고 스스로에게 필요한 공부를 찾아나가고, 실제 관심 분야의 체험과 조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연습을 하는 것.

이 때문에 하나고는 방학이 되어도 학생들이 학교에 그대로 남아 알아서 자율학습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김학수 교사는 “하나고 학생들은 방학 때 학원에 갈 생각을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부족한 과목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을 한다”며 “대학에 가기 위한 성적 올리기 차원이 아닌 미래의 구체적인 진로를 찾는 공부라서 교과과목뿐 아니라 다양한 공부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개발계획서에 중학교 활동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나고는 학생 선발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선 모든 학생을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하는 점에 눈에 띈다. 1단계 학생부성적(60점)과 서류평가(20점)로 2배수 인원을 선발한다.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과 면접(20점)을 종합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면접과정에서 체력검사를 함께 실시하기도 하는데 체력검사를 별도로 점수화하기보다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으로 적용한다.

하나고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면접 때문이다. 하나고는 1단계를 통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 두 번의 면접을 진행한다. 질문면접과 인성면접으로 나뉘어 다소 까다로운 편.

학생이 제출한 서류에 기반해 전문면접을 진행하는데, 실제 면접 전형에서 합격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자기개발계획서에 작성한 활동에 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했는지, 그리고 활동하면서 느낀 점과 배운점은 무엇인지, 활동을 통해 변화된 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수다.

김학수 교사는 “하나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인성이 무척 중요하다. 공동체 의식이나 친구들과 갈등상황에 대한 대처법 등의 질문이 면접에서 자주 나온다”며 “서류 면접을 통해 학생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고 엘리트를 만나다. (박 경 호  하나고 2)

하나고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 하나고에서 주최하는 국제학교 심포지엄에 참가해서 외국 학생들이 하나고 선배들과 토론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 ‘이 학교는 외국 학생들과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하나고가 교환학생 제도가 있어서 외국에 나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게 좋았죠.

 

하나고에 와서 진로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구체적으로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어요. 하지만 하나고에서 국제기구에 들어가 국제협력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세웠죠.

학년과 계열이 없고 교과활동과 비교과활동 구분 없이 제가 마음껏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일반고에 진학한 친구들을 보면 공부만 할 뿐 뚜렷한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하나고에서 영어 경시대회에 참여하고 각종 캠프에도 참여하면서 제 꿈을 찾은 것 같아요.

 

자신만의 공부법을 알려준다면?

중학교 때는 내내 전교 1등을 했는데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공부만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은 안 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면 성적에도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서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거나 스포츠클럽에서 운동하는 것도 그렇고요. 자신이 어떤 활동을 즐길 수 있다면 공부도 그만큼 즐길수 있다는 걸 알게 되죠.

 

하나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저는 국제학교 심포지엄을 꼽고 싶어요. 그때 중국 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함께 공부를 하면서 제 시야가 국내에서 국외로 넓어졌어요. 외국인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게 어떤 건지를 배웠어요.

환경이나 전쟁 같은 이슈에서 외국인들과 토론하면서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죠. 또한 제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해야겠다는 동기를 갖게 해주었어요.

 

마지막으로 하나고에 입학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하루에 얼마만큼 공부하기 전에는 안 자겠다는 고집이 있어야 해요. 최소 목표를 세우면 적어도 그만큼은 의무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여러 가지 경험을 쌓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학생의 본분이 공부라고 해서 수업만 듣기보다는 인턴십이나 여행 같은 활동을 통해서 시야를 넓히면 자기 진로가 뭔지도 알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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