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성의 우등생보다 스마텔리트(SmartElite)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신학기가 다가오면 자녀들의 교육과 진로에 대해 의례적으로 던지는 질문이라는 것에 많은 공감을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질문이 아이들의 진로와 인생의 비전 그리고 앞으로 사회에서의 성공여부를 종합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왔는데요.

저 또한 여느 부모님들처럼 이러한 질문을 일상적으로 해왔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과연 지금 청소년기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 21세기에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가지고 인생을 설계해도 괜찮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중년에 있는 우리 기성세대의 진로설계는 적성에 맞는 유망한 직업군을 선택하고, 그 직업을 얻기 위해 걸맞은 대학에 진학하여, 취직 후 열심히 일해서 진급하며, 은퇴 이후 퇴직금과 연금으로 여생을 보장받는 형식이었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방식이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잘 준비하는 것에도 똑같이 효과를 발휘할까요? 우리는 종래에 해왔던 ‘직업선택’이란 과제를 미래의 진로설계라고 여기는 것이 이제는 조금 낡은 생각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과거 10여 년 전부터 선진국들은 이미 진로, 직업이란 것의 인식을 확연히 바꾸었습니다. 이것은 그들의 진로교육 정책이나 일선의 학교 프로그램 등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요. 그 중 가장 큰 변화된 점은 기존 직업분야에다가 나를 맞춰 개발하는 형식에서, 현대에는 자신을 발굴해서 최적의 직업을 창출해내는 형식으로 바꾼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직업세계는 고용의 안정성이 점점 퇴색되어 임시고용직이 늘어나고, 직업간의 융합과 새로운 직업군의 탄생으로 빠른 재취업이 요구되며, 수명연장으로 은퇴 후 1인 기업이 유행하고, 기업의 구조도 관료적 형태에서 비전과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어느 한 직장인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털어놓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요.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진로에 관한 해묵은 생각의 차이를 또 다시 선명하게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법대와 의대에 나란히 합격했습니다. 두 과의 성격과 학문적 소양이 확연히 다른 것을 보면, 대학 원서를 쓸 당시 저는 제 적성과 흥미를 ‘물질적 풍요’로 해석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의대생이 되었지만 한 학기를 못 채우고 자퇴를 했습니다. 공부가 어렵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신입생들보다 더 많이 빨리 배우고 싶어서 선배들이 듣는 전공과목을 들으며 두 배로 공부했습니다. 그 덕분에 내가 선택한 진로가 어떤 것인지 더 빨리 경험하고, 공부를 계속 할지 말지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 해에 다시 원서를 쓴 곳은 영어교육과였습니다. 왜 영어교육과를 갔는지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았습니다. 대답은 항상 같았습니다. “그게 더 재미있으니까요.”

고시에 합격한 친구들은 왜 저더러 고시를 하지 않느냐고 물어 보고, 높은 연봉을 받는 친구들은 경영이나 금융을 공부해서 억대 연봉을 노려보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전 친구들에게 이렇게 얘기해 줍니다. “지금 하는 일이 제일 재미있어.”

지금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1. 다음의 공식을 먼저 깨세요. “흥미와 적성 〉 연봉과 명예”
의사 친구들이나 고액 연봉을 받는 친구들이 가끔 부러울 때도 있죠. 하지만 그 친구들은 오히려 저를 부러워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과로에 시달릴 필요도 없으니까요. 본인이 원치 않는 진로인데 단지 연봉이나 명예 때문에 고르는 것이라면 여러분의 몸과 마음은 버텨내지 못할 겁니다.

2. 10년 후가 아닌 50년 후를 생각 하세요.
몇 해 전, 판사가 되었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가 법대 친구에게 조언을 해 주면서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서류를 수천 장씩 쳐다보고 있는 게 체질에 맞는다면 판사로 지원을 하라”고요.

남들이 선망하는 법조계의 일이라도 자신의 흥미, 적성이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10년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겠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 여러분의 청춘을 되돌아 볼 때, “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어. 내 인생은 즐겁지가 않았어.”라는 후회가 밀려든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진로설계의 최종 목표는 선망 받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것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진로교육은 직업을 선택하는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되고, 나의 생애 계획(Life-Planning)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내가 열정을 바치고 싶은 일, 내가 도전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바로 나의 인생에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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