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언덕' 문소리-카세 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영화계에서 화젯거리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그가 구축한 독특한 영화세계가 관객은 물론 배우와 다른 감독에게도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 배우들이 홍상수를 찾는다. 그의 영화에서 자주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준상, 이선균, 김태우, 김상경, 문소리, 정유미, 윤여정, 고현정, 문성근, 김상중 등이 홍 감독과 함께했다. 2011년 작 '다른 나라에서'에는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하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의 16번째 영화 '자유의 언덕'에도 깜짝 놀랄 만한 배우 한 명이 출연했다. 일본의 톱스타 가세 료(40)다.

이 뜬금없는 캐스팅은 말 그대로 홍상수 감독과 가세 료가 일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이루어졌다. 홍 감독의 영화가 일본에서 개봉하게 됐고, 일본 매체와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가세 료를 만난 것이다. 홍 감독과 가세 료는 그날 함께 담배를 피우면서 같이 작업하기로 했다.

"2012년 말인가, 2013년 초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요, 그때 일본에서 인터뷰를 했어요. 가세 료씨가 평소 제 영화에 관심이 있었나 봐요. 어떤 분의 중재로 제 인터뷰를 가세 료씨가 하게 된 거죠. 사람이 정말 좋더라고요. 속으로 반했어요. 인터뷰 대강 끝내고 복도에서 담배 한 대 피우다가 같이 하자고 했죠.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홍 감독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가세 료를 "곱고, 생각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판단했다. 평소 홍 감독은 캐스팅 제의를 갑작스럽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우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어 1주만 시간을 비워달라는 식이다. 그는 가세 료를 만나고서도 "좋은 사람이어서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하고 영화 하나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가세 료 또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가세는 홍 감독의 팬이라고 한다. '북촌방향'(2011) '옥희의 영화'(2010) '해변의 여인'(2006) 같은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

가세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 "신뢰할 수 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감독이 영화에서 보이는 인간에 대한 시선이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 또한 솔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홍 감독의 영화는 "마음속에 뭔가 남겨 놓는 게 있다"고 봤다.

가세는 홍 감독의 촬영 방식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해본 적이 없는 신비한 체험이었다"고 전했다.

홍상수 감독은 배우에게 줄 대본을 촬영 당일 아침에 작성해 주는 걸로 유명하다. 또 배우와 감독이 함께 술을 마시면서 작업한다는 것 또한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가세 료는 "나 자신이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대본을 촬영 당일에 받다 보니 어떤 캐릭터를 구축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연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세는 자신이 연기한 '모리'라는 인물을 "나이기도 하고, 홍 감독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술을 마시고 촬영했던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 의식하지 않았던 행동이 연기로 나오는 것을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면서 "신기한 체험이었다"고 답했다.

가세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복잡하다. 체험하려고 하고, 경험하려고 하면 영화가 마음 속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자유의 언덕'은 '권'(서영화)이라는 여인이 '모리'로부터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권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모리가 한국에서의 여정을 일기 형식으로 적은 편지가 순서를 알 수 없게 뒤섞이면서, 권은 무작위로 모리의 편지를 읽게 된다.

가세 료를 비롯해 문소리, 윤여정, 김의성 등이 출연했다. 9월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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