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상담’ 및 업무과중 일상화로 밤 10시 퇴근 밥먹듯

   
▲ 4월 18일 한양대에서 열린 '수시 백전불태 설명회'에 참석한 진로진학상담교사들 <사진=에듀진>

- 학교 관리자, 동료 교사 이해 부족에 더 힘들어

진로교육이 태동한 지 5년이나 되었지만, 장애물은 아직도 너무 많다.

진로교사들은 진로교육에 대하여 진심어린 고민을 하는 데 반하여,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겉보기에 진로교사가 수업시수도 적고 시험문제도 출제하지 않으니까 마치 놀고 먹는다고 생각하는 시선도 아직 학교 현장에는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진로교사가 나름대로 진로와 관련하여 알찬 계획을 세워 보란듯이 교육하고 싶어도 “그게 우리 학생들 진학에 실제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다른 과목 교사들의 반대에 부닥치기 일쑤다. 특히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 가운데 한 분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도 일 추진은 몇 배나 어려워진다.

실제로 진로교사 10명 가운데 2명 정도는 진로에 대한 관리자의 이해부족 등에 따른 고충을 하소연하고 있다. 작년 7월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송창용 책임연구원이 조사한 ‘2014년 진로교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전체 5,300여명 가운데 4,204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진로교사들이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에 대해 매우 불만족하거나 불만족해 하는 비율이 16.2%를 차지했다.
 

<교장·교감의 진로교육에 대한 인식 만족도(%)>

구분 설문참가 매우불만족 불만족 보통 만족함 매우 만족 평균
전체 4,204 5.3 10.9 31.9 38.7 13.2 3.43


이와 달리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하다고 답한 교사는 51.9%였다. 10가운데 2명은 불만, 3명은 보통, 5명은 만족으로 분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족이 많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진로교사를 추가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묻자 압도적인 비율의 교사들이 추가 배치를 지지했다. “학교 규모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배치하여야 한다”는 응답이 78%에까지 이른다. 진로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학교 규모에 따라서 진로진학상담교사를 추가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는가?(%)>

구분 설문참가 아니오
전체 4,204 76.3 23.7


서울의 한 진로교사는 이렇게 토로했다. “사실 교사로서 3학년 진학교사 및 담임교사를 오래 해왔다. 그러면서도 늘 눈앞의 진학보다는 긴 안목에서 진로까지 아우르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진로진학상담교사를 자원했다. 진정 진로교사가 된다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교사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진로교사로서 여러 가지 장애와 시간부족 그리고 학교현장에서 주는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의욕상실에 빠지곤 했다.”

사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전과한 교사 중에는 한국의 미래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육이라는 인식을 갖고 참여한 교사가 적지 않다. 이른 바 ‘소명의식형’ 교사의 성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 현장에서 불필요해진 과목의 교사가 전과한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불필요해진 과목으로부터 전과한 교사라도 진로교육을 받아보면 다시 한번 교사로서 사명감을 되새기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왜냐하면 학교현장에서 별다른 문제의식이나 고민없이 그동안 해온 대로 진학에만 매몰돼오다가 ‘진로교육’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보람을 찾게 되는 교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 진정 고민하고 노력을 집중해야 할 분야가 바로 진로교육이라는 것을 깨닫고 더욱 더 이 일에 보람과 소명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 <사진=에듀진>

진로진학상담교사 지침에 보면 수업 10시간과 상담 8시간을 실시하라고 되어 있다. 외형적으로 수업시수는 적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는 ‘방과 중 상담’보다는 ‘방과 후 상담’이 진행되는 게 다반사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 7교시 수업 후 방과후활동을 2시간 하고 나면 교사들은 저녁식사를 한다. 그 뒤에야 상담을 하게 되는데 그 시간이 빨라야 19시30분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하루에 상담할 수 있는 학생은 많아야 2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월~금요일 가운데 4일 정도는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많은 학교에서는 5월까지 밤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는 진로교사들도 상당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진로교육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로교사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거기에 동료교사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하고, 진로교육에 대한 교장, 교감 선생님들의 이해부족까지 겹치면 진로교사는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지기 일쑤다. 그렇다고 달리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그 결과 명퇴를 선택하는 이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중고교 진로교사 가운데 진로교육을 포기하고 명퇴를 신청한 교사가 다른 과목교사보다 비율상 4배 정도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명퇴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아직 대상이 되지 않은 교사 가운데에도 사실상 진로교육에 대해 ‘포기 아닌 포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내몰리는 교사도 적지 않다. 정확한 통계로 집계되지 않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진로교사를 몇 년 맡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기도 하다. 야근이 많고, 신경쓸 요소가 산적해 진로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진로교육이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교관리자와 동료교사들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실제로 교장, 교감 선생님을 비롯해 동료 교사들의 인식만 우호적으로 달라져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진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

구분 설문
참가
성적과 입시위주의 경쟁 학부모의 무관심 진로교육자료,프로그램부족 진로교육사업예산부족 진로활동실, 진로상담실 등 부족
 전체 4,204 26.1 3.9 6.5 5.4 13.7
 구분 설문
참가
교육청의 진로 교육 및 지역네트워크외 자원부족 진로교육담당교사의 전문성부족 학교관리자(교장,교감)의 인식과 자원부족 동료교사의 인식과 자원부족 기타
 전체 4,204 11 4.2 10.9 12.7 5.7


‘진로교육에 대한 장애 요인’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학교관리자의 인식과 지원부족’이 10.9%, ‘동료교사의 인식과 지원부족’이 12.7%로 나타났다. 두 요소를 합치면 23.6%에 이르는 것이다. 두 요소만 해결되도 상당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설문에서 ‘진로 활동실, 진로 상담실 부족’이 13.7%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관리자나 동료교사의 도움을 받으면 해결방안을 찾기가 훨씬 쉬워질 수 있다.

법이나 시행령으로 이런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면 진로교육은 새로운 발전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진로교육법, 시행령 제안에 참여합시다!’ 캠페인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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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36.5도> 및 에듀진 http://www.edujin.co.kr/bbs/list.html?table=bbs_14 의 ‘진로교육법 시행령 제안에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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