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동물을 매개로 병이 낫는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과 가까운 동물들은 사람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어떤 명한 약보다 더한 처방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물매개심리사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도우미 동물 사이에서 매개자 역할을 하는 전문심리치료사다. 

한국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 박은영 팀장을 만나 '동물매개심리사'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 한국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 박은영 팀장

Q. 동물매개심리사로서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한국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 치료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동물을 활용한 치유를 배우는 교육생들 교육과 임상현장에서 실습을 진행하고, 치료도우미견 테스트 심사를 합니다. 더불어 치료를 필요로 하는 기관에 방문해 동물을 통한 치유에 대한 설명과 홍보를 위한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교육기관에서 비장애 청소년들을 위한 반려동물 인식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동물매개치료의 주요 대상은 누구인가요?
A. 동물매개치료는 심리치료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비롯하여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들, 독거노인들, 병원에서 투병하는 분들, 장애인,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장애가 있으신 분들, ADHD 환자 등 정서적 ·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개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분들도 두려움을 단계적으로 해결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Q. 도우미가 되는 동물도 다양한 것 같던데요. 기준이 있나요?
A. 도우미견은 타고난 성품도 중요하지만 질병 문제가 없고, 협회에서 인증하는 도우미견 테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두 항목을 통과해 인증서가 나오면 교육생들이 하는 임상실습처럼 치료현장에서의 적응과정을 통해 도우미견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A. 원래 유아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3년 동안 활동하면서 유치원에서 1년 정도 근무를 했습니다. 그때 제 제자 중 한 사람이 현재 한국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 훈련팀장님입니다. 현 한국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 회장님의 권유를 받고 자격증을 취득해 2009년부터 치료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준비와 노력을 통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저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2013년에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내년에는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입니다. 현장에 가면 항상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분야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해야 하고 다방면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먼저 다양한 동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동물 훈련, 관리법, 건강, 동물의 심리, 동물의 발달에 대한 것을 배워야 합니다. 동물만이 아닙니다. 인간의 발달, 장애, 심리학, 사회복지학, 상담학 등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 다학제적인 학문입니다.

Q. 이 직업만의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A. 동물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저 자신도 항상 치유를 받고 긍정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Q. 힘든 점도 있을 텐데요. 반대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을 것 같고요.
A. 클라이언트의 보호자들이 마음을 열지 않을 때 어려움이 있습니다. 장애가 있고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는 가족구성원이 있을 경우,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과 상처로 마음을 못 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생기거나, 클라이언트를 위한 긍정적 환경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보호자가 마음을 열지 못할 경우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여는 데도 시간이 걸려 치료의 진행이 더뎌집니다.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치료를 진행하면 클라이언트의 심리를 읽어내면서 적절한 환경을 구성해주는 동시에 도우미 동물도 주시해야 합니다. 때로는 격하게 몸을 써서 활동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지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클라이언트와 보호자들에게 변화가 보일 때는 힘들다는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Q.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동물과 함께 하려고 온 한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에게 사랑이나 관심을 받지 못해 문제행동이 심해진 상태였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와 상담을 할 때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안했지만 어머니는 아이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그 후 꾸준히 아이와 동물의 만남을 주선했는데 어느 날부터 저희 쪽에 올 때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거나,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선생님 말씀을 경청한다고 하더군요. 그 후 그 아이의 어머니가 찾아와서 아이가 많이 달라졌다며 자신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Q. 앞으로 이 직업의 전망은 어떨까요?
A.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과 부담감은 날로 커지고 있어 인간의 정서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치료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직까지는 동물을 통한 치유를 원하는 기관수에 비해 치료사가 많지 않은 상황으로 이런 프로그램 진행기관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됩니다.

Q.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동물만 좋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도 좋아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걸 문제행동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타인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또 클라이언트에게 건강한 치료환경을 주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건강해야 합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꾸준한 자기관리와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마음의 여유를 함께 가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사 제공=한국고용정보원 '색다른 직업, 생생한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