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서화숙 "한국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
언론인 서화숙 "한국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
  • 박지향 기자
  • 승인 2015.06.19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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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수학용어부터 쉽게 만들어야
   
▲ 지난 5월 28일 열린 수학 컨퍼런스에서 토론자로 나선 언론인 서화숙씨

교육부가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수학과교육과정'에서 수학 학습량의 20%를 줄이라고 했는데도 수학연구진은 오히려 10%를 늘려 발표했다. 이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각계 시민단체가 "수포자없는 세상을 만들어 행복한 교육을 해야 한다"며 교육과정 개편안을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개편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은 초기부터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오고 나오고 있었다. 원래 이번 교육과정개편은 수능이 주 논의 대상이었으나, 그 가운데 문이과통합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아예 교육과정을 개편하자는 쪽으로 교육부가 방향을 튼 측면이 있다.

관련 교육단체는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되면 차기 정부에서 또다시 교육과정개편을 해야 한다며 교육과정개편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5월 28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6개국 수학교육과정 국제 비교 컨퍼런스’에서 토론자로 나선 언론인 서화숙씨의 토론회 발표 내용이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화숙씨의 발표는 당일 컨퍼런스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사교육걱정이 전문을 공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서화숙씨는 자녀를 키워온 학부모의 입장에서 수학계가 진정으로 고민하고 반성해야 할 일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에듀진>은 수학과목이 지나치게 어렵고 학습량이 많다는 점 외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용어 등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공감하여 서화숙씨의 발표 전문을 싣기로 한다.

저는 아이들 셋을 한국에서 공립학교에 보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학원은 전혀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큰 아이만 고등학교 때 수학 학원을 다니게 했습니다. 그래서 공교육만으로 교육을 시켰다고 주장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고등학교에 가서는 입시를 위한 문제지를 많이 풀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사교육을 안했다 말할 수 있을까, 그게 좀 분명치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저 자신은 수학 포기자 즉 ‘수포자’였습니다. 아니 수학 포기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분 적분 때문에 수학에 대해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아이들은 수학공부를 비교적 꽤 잘 했습니다. 저는 함수 f(x)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f(x)라는 이름의 대중가수들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뜻을 알았습니다. 즉, 괄호 안에 있는 x의 숫자가 달라지는 것에 따라서 f 값이 달라지는 것을 f(x)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더군요. 제가 그것을 그제서야 발견하고 정말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왜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이것을 안 가르쳐 주셨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날 수학 교과서 내용은 기하와 대수로 크게 나뉩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75년에 들어갔는데, 그 때 기하의 뜻은 geometry 즉, 한자어로 ‘기하(幾何)’라고 붙여서 우리나라에서도 ‘기하’라고 부르는 것으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오늘 논찬 시간에 “수학은 한마디로 말해서 ‘모양과 셈’에 관한 학문이다”라는 말을 듣고, “아, 기하가 ‘모양’이구나. 내가 그것을 진작 알았으면 수학을 쉽고 재밌게 공부했을 텐데...”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 아이 기르면서 얻은 생각 : “한국에서 수학은 암기과목”
저야 이제 와서야 수학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수학을 참 못하는 사람입니다만, 저희 아이들이 수학을 공부하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니, 언제부터 수학을 잘했냐면 고등학교에 가서부터입니다. 특히 큰 아이 경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쯤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 시험을 봤습니다만, 그 때 거의 하위 10% 이내였을 것입니다. 아이들 성적에 신경을 안 쓰다 보니,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여하튼 80점 이상이 모두 절반 이상일 때 그 아이는 70점대를 받았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그런 아이가 대학에 가서는 1,000명 공대생 중에 40명 수학 우수자를 뽑아 심화반을 운영할 때, 그 그룹에 들어갔습니다. 일반고교를 졸업했는데도 그랬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 아이가 고등학교 가서야 비로소 수학을 따라갔을까 생각하니,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수학은 한국에서 암기 학문, 즉 언어에 대한 이해도를 굉장히 높게 요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할까 합니다.

저는 오늘 발표하신 최수일 수학사교육포럼 대표의 발제문에 너무 공감을 합니다. 우리나라 수학 교과서는 지식을 점진적으로 가르치지 않고,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점점 심화시키며 가르치지 않습니다. 계속 나열식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어느 한부분에서 결핍이 생기면, 그냥 그 부분에서는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최수일 선생님은 교과서를 중심으로만 집중해서 분석 발표하셨습니다만, 실제 학교에서는 시험 때 매우 어려운 수준의 문제를 출제하면서 정작 그 내용을 수학 시간에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만 고득점을 받도록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학교 교육, 공교육만 따라가는 학생들은 공부를 잘할 수가 없습니다.

■ 소인수 분해 : "소인수를 분해? vs 소인수에 의한 분해?"
수학적 지식을 배워도 활용을 가능하게 하지 않고 실생활에 접목도 안 된다는 그런 최 선생님의 지적에 정말 크게 공감합니다. 덧붙일 바가 없습니다. 다만 저는 발제문에서 선생님께서 다루지 않은 이야기를 한가지만 언급하려 합니다. 한국 수학 교육의 문제는 사실 언어의 문제입니다.

수학이 왜 암기과목이냐 하면, 수학적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수학의 지식을 이해하지 못하게끔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까 최수일 선생님도 교과서가 약수와 배수의 정의를 뜻을 안 가르쳐 주면서 약수와 배수의 문제 풀이로 나간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선생님은 발제문 77쪽에서 우리 한국 교과서의 소인수 분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여러분은 ‘소인수분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드세요? ‘소인수를 분해’하는 겁니다. 한국말로 ‘자동차 분해’라고 한다면, 자동차를 분해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소인수 분해’라고 쓴다면 ‘소인수를 분해’한다는 말을 의미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수학에서 ‘소인수분해’는 사실은 ‘소인수로 무엇인가를 분해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헷갈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학은 일상생활 실제 언어생활과는 유리된 별개의 수학 언어를 사용합니다. 수학교육계에서는 ‘유리수’, ‘무리수’ 이런 용어들을 사용합니다.

영어로 ‘무리수’는 irrational number입니다. 즉,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숫자라는 말입니다. 유리수는 rational number 즉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숫자를 의미합니다. 그렇죠? 영어 사용 국가 사람들은 자기 나라 말인 영어를 이해하면 수학 용어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말을 이해하면 수학 용어를 충분히 이해합니까? ‘유리수’, ‘무리수’ 라는 말을 일상 언어로 씁니까? 전혀 안 씁니다.

‘기수’와 ‘서수’도 그렇지요. ‘순서’와 ‘양’을 뜻하는 말로 용어를 바꾸면 될 것을, 어려운 한자말을 고집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 언어를 이해 해야만 그 수학적 개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학 선생님들이 그 한자말 개념을 이해시키지 않고 용어를 계속 남발을 합니다. 가령 ‘소수’ 같은 경우 두가지 종류가 있잖아요. 한자로 말이죠. 그런데 이 ‘소수’도 저 ‘소수’도 다 ‘소수’라고 부르면서 진도를 계속 나갑니다. 확률은 무엇입니까? probability입니다. 즉 ‘그럴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일상용어에서 흔히들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오면 수학적 언어가 따로 있습니다. 이것은 수학만 그런 게 아니라 영어교육도 그렇고 국어교육도 그렇습니다. ‘귀납식’, ‘미괄식’ 등은 한자어 세대들을 아는 용어지만 젊은 세대들은 모르는 용어입니다. 그런데도 지금도 여전히 그런 식으로 계속 씁니다.

■ 연산, 기수, 서수, 근, 해 : "한국말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말"
그러니까 아이들이 수학을 접할 때는 ‘숫자’라는 별개의 언어가 있습니다. 그렇죠? ‘숫자’와 ‘도식’이라는 별개의 언어를 익혀야 되는데 이것이 한국말로 되어 있으나 일상적인 한국말로는 알 수 없는, 말만 한국말이지 별개의 언어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용어에 대한 정의도 없습니다.
 

   
http://goo.gl/bdBmXf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쓰게 된 것은 1945년 해방되면서부터입니다. 그런데 근대 교육과정이 거의 70년 80년 가까이 지나오는데도 수학학계와 수학교육계가 이 용어를 어떻게 우리말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하나도 내놓지를 않습니다. 어이가 없는 일이지요. 겨우 바뀐 것이 무엇입니까? 반올림, 내림, 덧셈, 뺄셈, 더하기, 빼기 이 정도입니다.

그리고 더 웃기는 것은 ‘수학 익힘 책’ 같은 말입니다. 사실 ‘익힘’이라는 한글을 누가 그렇게 많이 씁니까? 공부나 학습이라고 표현해도 다 알아 듣습니다. 그렇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일상어는 폐기하고 한글로 바꾸려 하면서도 도대체 한국말로도 이해되지 않는 한국어를 수학적 언어라고 하면서 하나도 바꾸려 하지 않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수학도 어렵지만, 수학적 언어도 어렵기 때문에 수학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더 이야기해 봅시다. ‘연산’이 무엇입니까? calculation 즉, 계산입니다. 계산이라고 말하면 될 것을, 수학 교과서로만 들어가면 ‘연산’이 됩니다. ‘연산’이라는 말 우리 일상에서 씁니까? 왜들 이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고쳐야 됩니다.

‘인수분해’는 factorization 입니다. factor로 만들어 가는 것이 ‘인수 분해’다 그런 것이지요. 한국 아이들이 영국 가면 왜 수학을 잘합니까? 수학의 지식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용어의 벽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학적 특수 용어의 장벽이 없으니, 수치만 알면 되는 것입니다. ‘근’이라는 말도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일상에서 ‘근’이라는 말 언제 씁니까? 수학계에서는 ‘해(解)’라는 말을 씁니다. 박경미 교수님, 죄송하지만 아까 계속 ‘해’, ‘해’ 말씀하시는데, 평상시 누가 ‘해’라는 말을 씁니까? 수학에서 일상용어하고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고 있으니, 수학 지식보다 수학 용어가 더 어렵습니다.

■ 문이과 통합 : “통합한다면서 왜 배우는 것은 다른가?”
그리고 아까 최수일 선생님 발제문 중에 문과 이과 수학을 이야기를 하셨는데, 현재 교육과정이 문이과 통합을 지향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결국엔 다 같은 것을 배우자는 이야기인데, 제가 이런 말을 할 분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예 수학 과목을 문과 이과 동일하게 배우는 것을 주장하는 통합은 왜 발제문에 넣지 않으셨는지, 그 부분이 의아합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어차피 공학에 필요한 수학은 대학에서 따로 가르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이렇게 많이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최수일 선생님의 발제에 지극히 공감을 하고요.

다만, 수학 배우는 내용을 줄이자고 하면서 교과 이수 시간을 줄이자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만, 다루는 내용도 줄이고 이수 시간도 줄이면 결국엔 지금하고 똑같이 됩니다. 그래서 이수시간은 남겨 두어야 합니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매우 중요한 과목입니다. 다만 배울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면서 가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문이과 통합 이야기 나온 김에 한마디 더 말씀드리자면, 이과 학생들이 제일 어려운 학과가 어딥니까? 의대입니다. 그러나 사실 의대 과목은 수학 혹은 수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멉니다. 거기는 암기가 제일 중요한 곳입니다. 한편 문과에는 경제학과가 있습니다.

그곳은 문과이면서도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곳입니다. 근데 문과 수학을 해서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문이과 분리 시험은 영 잘못된 시험 제도인데, 이게 거의 20년 간 문이과 통합한다 통합한다 하면서도 전혀 통합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웃기는 것은 문과형 영어, 이과형 영어로 수능시험이 분리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엄밀히 말해서 교과과정에서 고등학교 학생은 이 정도는 배우고 나가야 된다는 것에 대한 기준과 관련해서, 우리나라 정부가 전혀 고민이 없다는 뜻으로도 봅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본 영상은 YouTube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R-I6j9F_SAU
 

   
http://goo.gl/QCNW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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