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기획력, 시각물에 대한 식견 필요해요"

   
 

요즘 아이돌 그룹을 배출하는 몇몇 기획사에서는 쇼케이스를 통해 아이돌의 새로운 앨범을 소개할 때 홀로그램이라는 공연 기법을 사용한다. 홀로그램전시기획자는 이렇게 홀로그램 기법을 이용한 홀로그램 공연이나 전시 등을 기획하는 입체영상 전문 연출가다.

에이치투앤컴퍼니 엄혜윤 총괄이사를 만나 '홀로그램전시기획자'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 홀로그램전시기획자 엄혜윤 씨

Q. 홀로그램전시기획자로서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홀로그램을 활용한 전시를 기획하면서 전시 콘셉트를 잡고, 실제 홀로그램을 제작하는 일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통해 주어진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잘 보여주기 위해 전시의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고, 전체 전시의 공간 디자인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 홀로그램의 어떤 효과 때문에 각종 전시나 공연에서 많이 활용하는 건가요?
A.
홀로그램을 이용하면 기존 콘텐츠에 극적인 효과를 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높이 3m가 넘는 대형 심장이나 뇌를 홀로그램으로 공간에 띄운다고 하면 관객에게 작은 손짓으로 그걸 직접 움직여보고, 잘라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환상적인 직접경험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Q.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과학을 첨단 전시 기술을 통해 새롭게 보여주는 과학 전시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모형 중심의 과학 전시가 아니라, 홀로그램과 입체영상, 증강 현실 기술 등을 사용해 모든 전시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을 전달하는 전시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인체 속을 들여다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인체라는 소우주를 첨단기술로 재조명해보자’라는 취지로 전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A.
대학에서는 컴퓨터와 서양화를 복수전공했습니다. 개인 작업을 하던 중 보다 넓은 차원의 문화와 첨단 기술의 융합에 관심을 갖게 되어 카이스트 CT대학원(문화기술대학원)으로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정부 기관에서 콘텐츠 산업을 지원하는 일을 했었고요. 이후 콘텐츠를 직접 기획, 제작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Q. 특히 전시 분야로 진출한 이유가 있었나요?
A.
미대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아주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도 미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고, 전체 환경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관람객이 공간 속에 머물면서 몰입하려면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미술과 공간, 스토리텔링 등 여러 요소가 융합된 전시 분야로 관심이 갔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술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홀로그램의 매력에 빠져서 전시에도 홀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됐습니다.

Q. 이 분야로 진출을 하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요?
A.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방식에 대한 고민도 중요합니다. 같은 내용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고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죠.

지금 제가 맡은 전시 영상물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기존에는 의학에만 국한되었던 영상물이 홀로그램 기술과 융합되어 이렇게 전시에 응용되고, 좋은 교육 콘텐츠로 재탄생한 것처럼 서로 다른 분야를 융합하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어느 한 분야만 고집하지 말고 내 분야에서 다른 분야를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 또는 그 반대의 가능성은 없는지를 항상 생각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Q. 홀로그램 제작 업무와 홀로그램 기획 업무는 조금 다른 영역인 것 같은데요.
A.
홀로그램 제작은 만들어진 3D 영상을 제작하는 단계와 홀로그램을 스크린에 투사하기 위해 영상 시스템 및 스크린 구축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단계로 나뉩니다. 홀로그램 기획 업무는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어떻게 조직해 어떤 방식으로 홀로그램의 효과를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일입니다.

홀로그램의 경우 관객에게 몰입감과 마술적 효과를 전달할 수 있는 참신하고 좋은 기획과, 이를 보다 정교하고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한 첨단 기술이 똑같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기획과 기술의 결합이 결과물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홀로그램전시기획자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있을까요?
A.
기본적으로는 그림으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영상 제작 기술이나 시각물에 대한 식견이 있으면 좋을 겁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먼저 요구됩니다.

또 만들어질 결과물이 얼마나 대중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취향이나 수준을 읽어내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Q. 이 직업만의 매력은 뭔가요?
A.
홀로그램의 가장 큰 효과는 마술적인 쾌감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홀로그램 전시를 보면 거대한 건물이 한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좁디좁은 무대 뒤로 갑자기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는 다양한 연출뿐 아니라, 관람객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관람객에게 마술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상상력만 있다면 한정된 공간에서 무한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Q.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공장에서 물건을 제조할 때처럼 설계도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획자와 제작자, 기술자 사이의 정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 이런 느낌을 더해주세요’ 라는 식으로 표현되는 모호한 요구를 할 때 각자 받아들이는 게 다를 뿐더러,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안다고 해도 각자의 시각과 가치관이 달라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작자의 시각도 존중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홀로그램 분야는 고가의 외국 기술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자체적인 기술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어렵다는 점도 힘든 부분입니다. 기획자가 아무리 좋은 기획안을 갖고 있어도 기술적인, 비용적인 한계에 부딪혀 타협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Q. 그래도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많을 것 같습니다.
A.
지금 진행하는 전시를 예로 들면, 사람들에게 과학 전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 덜게 한 것 같아 좋습니다. 관객들이 홀로그램으로 표현된 생생한 인체 내부와 장기를 들여다보며 내 몸이 이렇게 신비롭고 조화롭게 움직인다는 걸 인식하고, 자신의 몸에 대해 숭고함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때도 보람이 큽니다.

Q. 앞으로 이 직업의 전망은 어떨까요?
A.
놀이공원에서도 4D 체험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홀로그램 관련 전시 사업이 점점 커지고 있고, 그에 따라 앞으로는 공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이런 사업이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술, 문학, 스토리텔링, IT기술 등 어떤 공간을 창조해내기 위한 거의 모든 것이 집약된 분야이기 때문에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도 3D 영화에서 4D 영화로 일종의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실제와 같은 가상체험, 마술적 공간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지고 있죠. 그런 공간을 연출하는 기술로써 홀로그램은 더욱 각광받을 겁니다.

Q.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평소 사물을 그냥 눈으로만 보지 말고 관찰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끊임없이 생각하는 훈련과 상상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다리가 없는 테이블을 만들 수는 없을까?’, ‘사람은 꼭 두 발로 걸어야 하나?’ 이렇게 생각을 전환하는 질문을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100이 아니라 110까지 준비할 수 있는 자세로 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10을 더 생각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상과 창조성이 나옵니다.

<기사 제공=한국고용정보원 '색다른 직업, 생생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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