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되는 빈도에 따라 달라지는 꿈

   
▲ 한민고 현관 입구에 설치된 재학생들의 꿈을 적은 게시판 <사진=에듀진>

파주에 있는 한민고는 한 학년 400여명 가운데 전국의 군인자녀로부터 70%, 경기도에 사는 중학생 가운데 30%를 선발하는 학교다. <진로진학의 나침반 36.5도>가 지난 7월호에 보도했듯이 각 지역의 중학교에서 성적만큼은 최고인 학생들이 모인 곳이다.

이 학교 건물현관 입구에는 지금 2학년인 학생들의 꿈(직업)을 적어놓은 게시판이 있다. 성적이 우수한 군인자녀와 경기도 지역 중학교의 성적우수학생 가운데 뽑힌 학생들의 꿈은 무엇일까? 이 학생들은 성적이 뛰어나기에 성적 때문에 꿈을 포기할 가능성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많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학생들의 꿈을 분석해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성적으로 제한받지 않는 청소년의 꿈(직업)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민고 학생들의 꿈을 분석한 결과 336명의 응답자 가운데 58명(17%)이 의사를 직업으로 하고 싶다고 답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의사를 희망하는 학생의 절반 정도가 자신의 진료과목까지 적시해 응답했다. 

진료과목별로는 소아과 6명, 외과 3명, 암전문 1명, 안과 3명, 아동심리 1명, 정신과 2명, 임상병리 1명, 임상심리 3명, 치과 5명, 피부과 1명, 한의사 2명, 흉부외과 1명 등으로 나타나 학생들의 진로 탐색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세분화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희망 직업을 교사라고 답한 학생은 33명으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학생들은 교사 직업 또한 국어, 생물, 역사, 체육, 수학 등으로 세분화해 응답했다. 단 초등교사는 따로 분류해서 답을 받았다.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희망 직업을 군인으로 밝힌 학생이 22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간호장교로 응답한 5명, 전투기조종사로 답한 3명을 추가하면 군인이라고 답한 학생은 30명에 이른다. 학생의 70%가 군인자녀인 한민고의 특수성에 따라 노출빈도가 높은 군인 직업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준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으로 응답한 학생은 15명이다. 이 가운데 검사가 1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판사 2명, 범죄심리전문가 1명 등으로 돼 있다.

이밖에 경찰 14명, 외교관 14명, 초등교사 14명 등으로 응답했다. 간호사는 13명이 선택했는데 이 가운데 5명이 간호장교를 선택했다. 항공관련직도 13명이 선택했다. 이 가운데 조종사 7명, 전투기 2명, 항공관제 2명, 항공우주공학자 1명 등으로 응답했다.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는 14명이 선택했으며 정보보안 6명, 프로그래머 7명, 게임 1명 순으로 나눠진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학생 11명과 외교관 14명을 더하면 총 28명이 외교관 또는 국제기구에서 활약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 역시 ‘모의 UN 스피치 대회’ 등 콘테스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관련 직업이 노출된 결과로 보인다. 한민고는 UN교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 한민고 모의 UN 스피치 대회 <사진=에듀진>

방송인은 11명이 선택했다. PD 3명, 아나운서 5명, 방송작가 1명, 뮤직비디오 감독 1명 등의 순이다. 광고 관련은 6명이 응답했다.

이 가운데 광고기획은 3명, 디자이너 1명, 카피라이터는 1명이 선택했다. 아나운서는 6명이 선택했다.

화학자는 11명이 응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제약이 1명, 화학 및 생명공학이 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생명공학자 및 연구원은 10명, 교수 및 교육분야는 7명, 기자 7명으로 나타났다. 수의사로 응답한 7명 가운데 1명이 임상수의사, 1명이 소 임상수의사였다.

공무원은 5명이 골랐다. 이 가운데 1명이 ‘7급 공무원’을 명시해서 눈길을 끌었다.

순위 직업 인원수 순위 직업 인원수
1 의사  58명 17 기자 7명
2 교사 33명 18 광고 6명
3 군인 22명 19 공무원 5명
4 법조인 15명 20 건축 5명
5 경찰 14명 21 천문학자 5명
6 외교관 14명 22 기계공학 4명
7 초등교사 14명 23 물리학자 4명
8 SW 14명 24 약사 4명
9 간호사 13명 25 회계사 3명
10 항공 13명 26 항공승무원 3명
11 국제기구 11명 27 신재생에너지 2명
12 방송인 11명 28 작가 2명
13 화학자 11명 29 생화학자 2명
14 생명공학자 10명 30 연구 미지정 3명
15 수의사 7명 31 기타 직업 18명
16 교수 및 교육 7명   합계 336명 

건축과 통계관련 직업을 택한 학생은 각 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 가운데 통계학자, 빅데이터, 리서치 전문가가 각 1명으로 나타났다, 또 천문학자는 5명, 기계공학 4명, 물리학과 4명, 약사 4명, 회계사는 3명이 선택했다. 항공승무원은 응답자 3명 중 1명이 외국항공사로 답했다.

이밖에도 심리상담가 3명, 연구직 미지정 3명, 유치원교사 2명, 생화학자 2명, 신재생에너지 2명, 작가 2명(작가, 비문학작가)등이 있었다.

기타 꿈을 선택한 학생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꿈이 대통령과 영부인이라고 답한 사람이 각 1명으로 나타나 이채를 띠었다. 만화, 로봇, 반도체, 번역, 사회학자, 생물학자, 세무, 스포츠트레이너, 신약개발연구원, 투어플래너, 유전공학자, 음악심리치료사, 입법조사관, 컨벤션기획, 이공학계열연구원, 정책기술연구원, 식품생명공학자 등도 각 1명씩 응답했다.

조사 결과 눈길을 끄는 것은 성적우수학생의 경우 직업안정성에 대한 지향이 상당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 직업에 전체 학생의 17%가 집중된 것을 비롯해 학생들은 교사·초등교사·법조인 등에 집중적인 선호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한국의 미래 산업을 짊어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더 다양하고 창발적인 직업들의 노출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아울러 미래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새롭고 다양한 직업들을 보다 광범하게 미래 세대들에게 노출하는 시스템적인 확산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이면 열에 아홉은 자신만의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미래 보고 등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은 최고의 직업이라고 선택했던 직업들이 미래에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빅데이터, 3D프린터 등 첨단의 최신직업세계들도 더 많이 청소년들에게 노출해야 할 것이다.

한민고 학생들이 원하는 꿈과 직업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각각의 직업이 갖고 있는 사회적 사명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실천하는 학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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