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이 사랑한 요셉

요셉, 스탈린, 괴벨스, 티토, 풀리처

요셉은 영어식으로는 조지프로 발음된다. 스펠링은 ‘Joseph’이다. 이 이름은 고난을 받은 사람들, 신의 은총을 간구하는 사람들에게 빛과 희망의 이름으로 그 역사를 이어왔다.

이런 인기를 반영해 무수히 많은 사람이 이 이름을 썼다. 그 결과 성인으로부터 독재자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수많은 사람이 또다시 역사에 요셉(조지프 또는 요십, 요제프 등)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법적 아버지도 이 이름이다. 마리아와 정혼한 그는 마리아가 혼전에 임신한 셈인데도 ‘천사에게서 계시를 받고’ 그대로 결혼한다. 그는 성자로서 나중에 가톨릭교회 전체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다.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아버지도 이 이름을 썼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금융업과 조선업, 영화산업 등으로 백만장자가 된 조지프 피츠제럴드 케네디는 그 자신이 영국 주재 대사를 지내기도 했으며, 아들들이 각각 미국의 대통령, 법무장관, 상원의원이 됐다.

소련의 스탈린(Joseph Stalin)도 이 이름을 썼다. 레닌이 죽은 뒤 트로츠키와의 권력투쟁에서 이긴 그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30여년 동안 소련공산당 서기장, 총리로서 절대권력을 누리며 소련을 통치했다. 나치 독일의 선전상을 지낸 괴벨스도 요제프라는 이름을 썼다.
 

   
▲ 유고 지도자로 비동맹운동을 이끈 요시프 브로즈 티토 <사진=한겨레21>

유고슬라비아의 지도자로 비동맹운동을 이끈 티토도 정식 이름이 요시프 브로즈 티토(Josip Broz Tito)다. 나치 독일에 대한 빨치산 투쟁 등의 경력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지녔던 그의 죽음은 유고연방의 해체로 이어졌고, 그 결과 발칸반도 지역은 처참한 민족분규로 20세기 후반 대표적인 비극의 현장이 돼버렸다.

영국의 해양소설가로 콘래드(Joseph Conrad)도 ‘조지프족’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폴란드계의 이 작가는 <로드 짐>(영화로도 나왔음), <노스트로모> <어둠의 심장> 등의 작품을 남겼다.

미국 퓰리처상의 기원이 되는 언론인 퓰리처의 이름에도 조지프가 들어간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었던 조지프 퓰리처는 현대신문의 기초를 닦았으며, 그의 이름을 딴 상은 1917년 이래 미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저널리즘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 정보격차에 따른 시장이론의 기초를 세운 공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받은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도 이 이름을 쓰고 있고, <신화의 힘> <신의 가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 신화학의 걸작을 남긴 캠벨(Joseph Campbell)의 이름에도 조지프가 들어간다.

토마스 만이 사랑한 요셉

요셉의 이야기는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의 손으로 거의 4천년 만에 다시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인류 앞에 부활한다.

만은 장편소설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로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일반적으로 <마의 산>이 대표작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요셉 이야기를 다룬 <요셉과 그 형제들>을 최고의 걸작으로 꼽을 정도로 아끼고 사랑했다.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 토마스 만은 이 이야기를 깨알 같은 글씨로 7천장을 써내려가 4권의 소설로 만들었다. 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1926년 12월부터 1943년 1월까지 13년이 걸렸다. (중간에 <바이마르의 로테>를 쓴 4년 정도를 빼고 계산한 것이다.)

원래 요셉의 이야기는 많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많은 성화로 재현되곤 했다. 벨라스케스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세계적인 문호 괴테도 이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쓰고 싶어했다.

“(성서 속의 요셉 이야기는) 너무 짧다. …작가라면 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세세하게 그려내야 할 것만 같은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 <사진=한겨레21>

그러나 괴테가 아닌 만이 이 일을 완성한 것이다. 그는 이 대소설을 쓰기 위해 문헌연구나 답사여행도 엄청나게 해야 했다. 이렇게 투여한 기간까지 합치면 소설이 나오기까지 거의 16년이 걸린 것으로 집계된다.

모두 4권으로 된 소설의 첫 번째인 <야곱 이야기>는 1933년 나왔다. 바로 그해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했다. 당시 강연을 목적으로 국외여행 중이던 토마스 만은 체포령이 떨어져 귀국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전에 ‘반공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어리석음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꼬투리 삼아 나치 당국이 그를 마르크스주의자로 몰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공언했다. 공산주의자 논쟁이 아니더라도, 유대인을 주인공으로 하기에 이 소설은 독일에서는 출간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나치 당국에 의해 재산을 모두 몰수당하고 국적까지 빼앗긴다. 마치 자신이 요셉이 된 것 같은 고난을 겪으며 토마스 만은 대작 <요셉과 그 형제들>을 써나갔다. 만 자신도 힘든 상황을 이길 수 있게 도와준 것이 이 소설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역사·신화·유적 등은 물론 유럽의 지성사를 두루 섭렵하는 산고 끝에 소설이 세상에 나오자 평론가들은 맨 먼저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독서량에 혀를 내둘렀다. 나아가 같은 시대를 살던 헤르만 헤세,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격찬하는 등 소설은 세상의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온 + 오프 항해지도::

   
▲ <사진=한겨레21>

▶ 중고생
-<성경 창세기 35~50장>

▶▶ 대학생 이상
-<요셉과 그 형제들> 토마스 만/살림
-<구약 이스라엘의 역사 제사장의 나라> 유진 메릴/기독교문서선교회
-<구약성서배경사> 문희석/대한기독교서회(사진)
-〈JOSEPH〉Charles Swindoll/W Publishing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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