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시안 학습량 57% 감소 발표...'눈 가리고 아웅' 비판 쏟아져

현재 중1학생들이 3년 후 고1이 되어 배울 '통합사회' 과목이 2차 시안에서도 역시 내용 요소가 전혀 줄어들지 않아 학생들에게 여전히 심각한 학습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돼 우려를 낳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7월 30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15 교육과정 개정 2차 공청회' 통합 사회 시안을 분석한 결과 통합 사회 2차 시안이 명목상 학습량을 57% 줄였다지만 실제는 3배나  늘었다.

1차 시안 내용요소 총 77개 중 5개만 감축...학습부담 여전

2015 교육과정 개정 논의에서 등장한 ‘통합사회’는 학교현장에서 '누가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와 함께 ‘과도한 학습량’이 핵심적 문제로 제기됐다.

 통합사회의 원래 취지는 문이과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를 갖게 하고 나아가 인문학적 소양을 배양한다는데 있다. 이를 위해 학습량 감축과 학습부담 경감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왜냐하면 학습량이 많으면 학생의 다양한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학생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기보다는 교사의 강의식 수업을 통해 지식위주의 암기수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통합사회’ 과목 연구진들은 이번 2차 공청회 시안 발표를 통해, 지난 1차의 77개 ‘내용요소’를 이번 2차 시안에서는 33개로 즉, 57%인 44개의 내용 요소를 감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교육걱정의 분석결과 내용체계표 속 ‘주요 내용 요소’에서는 삭제되었지만, △‘내용(일반화)’과 △‘성취기준’, △‘성취기준의 해설’, △‘주요 학습요소’ 등의 부분에서는 거의 모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시안의 모든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 보니, 명목상 내용 요소는 77개에서 33개로 57.1% 감소했다지만, 이런 방식으로 내용을 살려서 실제적으로는 5개만 삭제되어 총 6.49%만 감소되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2009
통합사회
2015
연구진
1차 시안
2015 연구진 2차 시안 비고
내용
요소
14개 77개 (연구진)
명목 33개 감축
57.1% 감축 주요 내용 요소에 빠졌어도 내용(일반화), 성취기준,
성취기준 해설, 주요 학습 요소 등에 살아 있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실질 5개 감축
6.49% 감축

현재 고1 학생들이 배우는 ‘사회’ 교과와 비교할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즉, 현재 학생들은 ‘사회 교과’를 배우기 위해 주당 5시간을 배우는데 비해, 이번 통합 사회의 경우에는 여러 사회 과목이 더 많이 ‘통합 사회’ 과목으로 들어오느라 수업 시간을 주당 8시간으로 늘려 잡은 것이다.

즉, 주당 5시간에서 8시간으로 증가되었으므로 수업 시수는 60%가 늘어난 셈이다. 따라서 통합사회 과목의 내용이 늘어난 수업 시간만큼 더 들어올 수 있으나, 들어오더라도 현재 2009 고1 사회의 14개에서 수업 시수가 늘어난 60% 만큼, 즉 22.4개가 되는 것이 적당하다.

그러나 수업시간을 감안해 현재의 고1 사회 교과목과 2015 고1 통합 사회 교과목 내용 분량을 비교해 보니, 적정한 내용 요소 22개를 훨씬 넘어 72개로 3.2배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당연히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아무리 문이과 통합을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하지만, 기존 교과의 3배에 해당하는 무리한 내용을 배우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009 통합사회 2015 연구진 2차 시안
수업시수 5단위 (1주일 5시간 가르침) 8단위 (1주일 8시간 가르침)
내용요소 14개 72개 (3.2배 증가)
2009 사회와 비교해서 가르치는 시간을 고려한 적정 내용 요소 숫자는 22개

이러한 내용에 대해 지난 7월, 사교육걱정에서 마련한 통합사회 교육과정 전문가 간담회에 참여한 사회과 교사들도 한결 같이 백과사전식 지식의 나열이라며 개탄한 바 있다. 또한 과다한 내용은 현장전문가 포럼에서도 동일하게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2차 연구결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연구진은 명목상 77개에서 37개로 줄인 것처럼 했지만, 사실상 △‘내용(일반화)’과 △‘성취기준’, △‘성취기준의 해설’, △‘주요 학습요소’ 등의 부분에서는 거의 모두 고스란히 남겨둠으로써 2009 사회 과목에 비해 3배나 많은 내용 요소를 넣어버린 것이다.

예컨대, 2차 공청회 자료를 보면 1차 보고서에는 있던 ‘통합적 관점’의 대단원이 삭제되고, ‘행복’ 단원에서도 ‘참된 행복과 도덕’ 등 6개 내용요소도 3개 줄어들어 총 4개로 줄어든 것처럼 정리돼 있다.

그러나 아래 표를 보면 애초의 내용요소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내용(일반화)’ 항목, △성취기준, △성취기준 해설 및 학습 요소 등에 살려두거나 이동해서 사실상 삭제가 아니라 유지시킨 것을 알 수 있다.

   
▲ <자료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위의 첫번째 표를 보면, 첫 번째 대단원인 ‘통합적 관점’이라는 대단원 아래에는 7개의 내용요소가, 두 번째 대단원인 ‘행복’이라는 대단원 아래에는 6개의 내용요소가 있다. 그런데 이 13개의 내용요소가 2차 공청회 시안에서는 단 4개의 내용요소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 대단원이었던 ‘통합적 관점’은 단원 자체가 삭제되었고, 두 번째 대단원이던 ‘행복’의 내용요소는 4개로 줄어들었다. 마치 9개의 내용요소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1차 연구보고서에 비해 2차 공청회 시안에서는 내용요소를 대폭 감축한 것처럼 꾸민 것이다.

그러나 이번 2차 공청회에서 발표된 ‘성취기준’과 ‘주요 성취기준 해설 및 학습요소’를 살펴보면, 삭제된 것처럼 보이는 9개의 성취기준이 단 한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제 교육과정 속에 살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차 공청회 시안 중 ‘성취기준’과 ‘주요 성취기준 해설 및 학습요소’>

   
▲ <자료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결국 1차 보고서의 첫 번째 대단원이었던 ‘통합적 관점’ 아래에 있던 7개의 내용요소 중 무려 6개는 2차 공청회 시안의 첫 번째 대단원인 ‘행복’의 ‘통합적 관점’이라는 내용요소로 압축되어 이동하고, ‘윤리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하나의 내용요소만이 삭제된 것을 알 수 있다.

1차 보고서의 ‘행복’ 대단원 아래에 있던 6개의 내용요소도 각기 ‘참된 행복’, ‘행복도시’, ‘민주주의’ 라는 3개의 내용요소 중 일부로 병합됐다. 13개의 내용요소 중에서 단 1개만이 삭제되고, 실제로는 4개의 내용요소 안으로 적당히 합치고 쪼개어 들어간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수정을 내용요소 대폭 감축이라고 주장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셈이다.

‘선택과목과 중복되는 요소’는 타 선택과목으로 올려야

2차 시안의 또 다른 문제는 2015 교육과정의 선택과목 내용과 통합사회 내용이 중복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교 선택과목의 내용과 성취기준이 일치하는 부분은 선택과목으로 내용요소를 올려야 할 것이다.

사교육걱정이 분석한 결과 통합사회 내용요소 중 18개 정도가 다른 선택과목의 성취기준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사회와 선택과목 사이의 내용과 성취기준의 중복으로 인해 과다한 학습량이 발생하며, 내용 반복으로 인해 학습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현재 논의 중인 2015 교육과정에서 공통사회 과목은 10개 대단원에 72개나 되는 내용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통합교과를 추구하는 미국 교과서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대단원 개수는 각 주별 대단원 평균 개수가 6.56개에 내용요소의 수가 훨씬 적고, 지식 숙지보다는 적용과 활용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과정 운영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단원 내 내용요소 간 질적인 연계성을 유지하여 수업의 질을 확보하고, 단원수를 줄여 학습량을 줄일 수 있도록 8단원 이하로 단원을 줄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단원수를 8단원으로 줄이고 삭제된 내용요소와 일치되는 성취기준 내용으로 통합사회 전체의 내용을 재구성할 때 학습량의 적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내용이 중복되며, 삭제하였다고 하지만 성취기준 등에 남겨두는 것일까? 사교육걱정은 그 이유를 "수능에서 ‘통합 사회’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행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배우고 있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우겨넣은 것"이라고 말한다.

통합사회는 문이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었던 과목 내용을 다루고, 자연계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도록 신설됐다. 그러나 이런 방대한 학습량이 통합사회에서도 포함된다면, 이것이 진정한 융합형 인재 양성의 교육과정 개정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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