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교육과정 개정 문제' 학부모의 적극적 행동 필요

   
▲ 목포혜인여중 학생들 <사진 제공=목포혜인여중>

9월 24일에 우리나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정 개정이 확정된다. 교육과정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다시 한번 사교육의 광풍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이런 문제에 학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학부모가 이 교육과정 개정 문제에 제대로 대처한다면 사교육에 들이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교육정상화에도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학습량과 학습성취도를 결정하고 이를 교과서에 반영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이 문제에서 결정권한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학부모는 미성년 학생들의 보호자인 동시에 교육의 실질적인 수요자이다. 공교육은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교육이라도 누구나 의무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따라서 이런 중대한 문제에 수요자인 학부모는 당연히 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학부모의 뜻을 모아 주도적으로 의견을 제안할 세력이 없다는 데 그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12년간 자녀의 학습 지원에 온 힘을 쏟고 그 이후에는 취업에 관심을 기울이느라 젊음을 자녀에게 바치고 산다. 그런데 교과서 개정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는 방관자가 돼버린다. 교과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에 따라 학생들의 행복지수, 성취지수, 자신감지수, 자기효능감 등이 달라지고 나아가 학부모의 삶의 질까지 바뀔 수 있는데도 말이다.

조금 더 수학이 쉬웠다면 내 아이가 판검사나 의사가 될 수도 있는데 불필요한 수학 공부와 짜증나는 학습량에 지쳐 포기했다면 그 모순적인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얼마 전 한 치과의사에게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사용해요?"라고 물었더니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대학에서 수학을 배운 적 있어요?"라는 질문에는 미분을 배웠다고 하는데 왜 배웠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답변했다. 치의학과는 전혀 무관한 과목이라 배워놓고도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한 은행 지점장에게 "수학 많이 사용해요?"라고 물으니 전혀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대학의 이공계 학과를 모두 조사한 결과 전공 공부에 미적분을 필요로 하는 학과는 이과 학생이 진학하는 전체 49개 학과(농생명 계열, 가정계열, 자연계열, 공학계열, 의약학계열) 중 57.1%(28개)이었던 반면, 미적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학과도 42.9%(21개)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5 고교 수학 교육과정 속 ‘미적분 Ⅱ’ 과목 적정성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 참여한 카이스트 수리과학부 한상근 교수는 대학 1학년 1학기에 가르치는 <미적분학>의 내용이 고등학교 내용과 중복되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에서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듣는 미적분은 고등학교 미적분과 중복된다. 대학교재와 고등학교의 수학교재를 비교했을 때 70~80% 동일하지만, 실상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놓고 보면 고등학교 수학과 거의 동일하다. 그래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배우는 미적분Ⅰ이 고등학교와 겹치다보니 그  시간을 노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 교육부는, 엄밀하게 말하면 수학연구진들은 수학 학습량을 20% 줄이라고 했더니 도저히 줄일 수 없다며 얼기설기 헤쳐서 교육과정에 꾸역꾸역 도로 넣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제 목소리를 내는 학부모가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학부모가 교육과정 개정 같은 복잡한 문제는 나와 관계 없다고 생각하는 집단최면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것이다.

학부모는 교육의 직접적인 수요자이며, 수요자의 권리로 부당한 교육을 받고 싶지 않다고 당당히 말해야 한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줄 사람이 없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행복지수와 직결되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내 자녀, 우리의 자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세력들에게 당하고 살 수 밖에 없다.

이번 2015 교육과정 개정에서 역사책 국정화 여부와 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의 내용과 학습량 등이 결정된다. 이는 우리 자녀의 행복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 발표로 교육과정이 확정되기는 하지만 학부모가 교육과정 개정을 끊임없이 요구한다면 다시 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학부모의 단합된 힘이 필요한 것이다. 

본지는 전국의 뜻 있는 학부모와 교원들과 함께 ‘한국교육환경운동본부’를 조직해 학부모의 대변자로서 교육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학부모와 교육 종사자들이 우리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자 뜻을 모아 만든 '한국교육환경운동본부'가 정식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강남, 서초, 양천, 강서, 분당, 일산, 안양, 안산, 오산, 천안, 대전, 전주, 부산, 춘천,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한국교육환경운동본부의 지역별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한국교육환경운동본부 www.all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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