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보다 스마텔리트(Smart+Elite)

   
 

“방금 얘기한 것도 기억을 못하니? 머리가 안 좋은 거니, 일부러 그러는 거니? 정신을 다른 데다 팔고 있으니까 이 모양이잖아! 내일까지 꼭 외워서 검사 받아!”

아마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한 번쯤은 선생님께 이렇게 혼이 난 경험이 있거나, 같은 반 친구가 꾸중 듣는 것을 지켜본 일이 있을 텐데요.

과거 이런 상황을 자세히 떠올려보면, 선생님께서도 답답한 마음에 화가 난 상태로 보였고, 지도 받는 학생도 창피함 때문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나머지 학생들도 불안한 감정으로 경직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모두 다 정신 바짝 차리고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동시에 두려움에 눈치만 보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교실 분위기가 부정적인 상태로 바뀌어버린 것입니다.

여러분의 학창시절에서도 이와 흡사한 상황을 떠올렸다면, 아마도 그때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은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학습내용보다 당시에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더 기억에 남아 버린 셈이죠. 이는 학습자의 부정적인 감정상태가 학습기억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여러 연구결과들을 상기시킵니다.

가정에서 부모님이 자녀의 학습을 도울 때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데요. 부모-자녀 간의 학습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학교 선생님보다 감정적으로 더 깊게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무래도 가족끼리는 1:1 방식의 학습지도가 이루어지므로, 학교보다 더 밀착된 지적, 감성적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부모-자녀 간에 부정적 감정상태로 학습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자녀의 학습기억력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학습기억력은 좋은 학습환경에서 더 향상됩니다. 즐겁고, 서로 격려하며, 흥미롭고, 협력하고, 서로 믿는 분위기 같은 긍정적 학습환경은 엔돌핀을 증가시키고 뇌의 전두엽을 자극하여 학습에 더 몰두하게 만듭니다.

반면에 나쁜 학습환경에서는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져 오히려 학습동기마저 무너뜨릴 수 있는데요. 다그치고, 야단치고, 비난하고, 고립시키는 분위기의 부정적인 학습환경은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킵니다.

이 호르몬은 불안감을 증가시키고 학습을 회피하려는 반응을 초래해서, 결국 책상에만 앉아 있을 뿐 학습한 내용을 거의 기억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학생 그리고 학생-학생, 가정에서는 부모-자녀의 관계가 긍정적인 상태에 있는지가 좋은 학습환경의 관건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좋은 학습환경을 만드느냐 나쁜 학습환경을 만드느냐는 학습을 이끄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습환경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어떠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또 어떠한 교수법을 적용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학교 선생님이거나 학부모라면, 현재 교실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학생(자녀)과의 학습환경이 어떠한 상태인지 총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학습내용이 학생(자녀)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게 하는 방법으로 ‘감성마침표’(Emotional Punctuation)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감성마침표는 학습환경에서 학생(자녀)의 감정을 강화시켜주는 감성터치 행위인데요. 긍정적인 발언이나 몸짓, 미소, 그리고 축하, 신나는 음악, 웃음, 이름 외쳐주기, 칭찬, 고개 끄덕임, 하이 파이브, 미리 정해진 축하의식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선생님 혹은 학부모님이 학습환경에서 긍정적인 상황을 자주 조성하고, 긍정적인 감성마침표로 마무리할 때 아이들의 기억력은 놀랍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종래에는 학교 수업시간이나 공부하는 시간은 항상 조용하고 엄숙해야 하며, 긴장감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자칫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는 경우도 많아, 현대에는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학습을 게임이나 놀이에 융합하고 있습니다.

‘거꾸로교실’ 같은 방식이 학교수업에서 그 효과를 거두고, 기업의 복잡한 재무회계 교육도 보드게임으로 제작해서 교육성과를 내는 것은 감성마침표를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학습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주목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라며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선생님도 계시고, 우리 아이 공부 가르칠 땐 성질만 난다고 하는 부모님도 계실 텐데요. 선진국에서도 ‘교실은 아이들을 어떻게 선생님에게 주목시킬 수 있는지의 경연장이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는 비단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문제만은 아닌가 봅니다.

처음부터 기대할 만한 실효를 거둘 수는 없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작은 것에서부터 감성마침표를 활용하여 긍정적 학습환경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실제로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선생님과 학부모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글은 <나침반 36.5도> 10월호 [진로탐색] 섹션에 실린 송민성 작가강사의 칼럼입니다.

송민성 님은 모티베이터, 작가강사, 교육컨설턴트, CS리더십 전문가, 서울디지털대학교 학생지원팀장으로 일을 하면서 <나침반 36.5도>와의 인연으로 진로교육에도 참여하여 학생과 학부모 강연도 열정을 다해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저서: <비하인 더 커튼(Behind the Curtain)> (연경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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