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에듀진>이 마련한 이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2학년 최승호 씨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십니까, 에너지첨단산업의 경제 전문분석가를 꿈꾸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최승호(21세)입니다. 현재 휴학 없이 2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으며 아직 군대는 가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노원구 소재의 일반고인 상명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14학번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어쿠스틱 밴드 '경악'에서 보컬활동을 했으며, 현재는 바람직한 가치창출을 추구하는 비영리 단체 '국인'에서 11기로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제가 전공하고 있는 경제학과는 꿈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학과입니다. 어릴 때 꿈은 로봇공학자였지만 상경계열로 꿈을 바꾸게 되었고, 공학자의 꿈을 잊지 못해 ‘공학하는 경제학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제 꿈을 위해 선택한 학과였고, 어린 시절부터 경제에 대해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며 목표를 이루었기에 만족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가족들 또한 언제나 저의 꿈을 지지해 주었고, 다행히 경제 공부도 재미가 있어 학과 선택에 대한 고민이나 후회는 없었습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2녀 1남 중 막내이자 늦둥이로 중학교 때만 해도 참 가만히 있질 못하는 천방지축이었습니다. 공부를 하긴 했지만, 국영수 위주의 공부보단 음, 미, 체에 초점을 두어 공부하였고, 내신 1등상도 음악, 미술, 체육, 기술가정, 과학과 같은 실습 위주의 과목상만 수상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내신 산출을 할 때면 저의 부족한 국어, 영어, 수학 성적을 음악, 미술, 체육이 메꿔 주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1학기 때까지는 전교 30~40등을 유지하며 유쾌하게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에 저희 집 경제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고, 철부지였던 제가 깨닫게 될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꽉 깨물었습니다. 무엇이라도 부모님께 보여주고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성적만큼 제 노력의 결과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 일산 킨텍스 교육기부박람회 국인 부스 운영

어린 나이였지만 이러한 계기를 통해 꿈을 바꾸었습니다. 주변 분들께 여쭈어보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선 경영, 경제학과에 가야한다고 하시길래 상경계열로 진로도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 2학기에 전교 1등으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를 전교 종합 3등으로 졸업한 뒤 집안형편상 특목고는 꿈도 꾸지 못하고 일반고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일반고에서 성적을 따는 것도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린마음에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가 성장동력이 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존경하던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외할아버지께서 제게 해준 말씀은 "남자로 태어났으면 무언가를 보여 줘야지, 가족들 힘들게 하면 안 된다."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다시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하고 싶으나 기본기가 없고, 또는 돈이 없어 학원을 못 다닌다는 동급생 친구들 15명 정도에게 수업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친구들의 의지를 지켜주고, 나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되어야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최대한 친구들을 도와주며 공부했습니다.

친구들을 가르치며 공부하는 것은 개념을 철저히 하는 좋은 기회가 되어 그 순간부터 다시 전교 1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점점 일이 잘 풀려 감사하게도 삼성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모교인 상명고등학교 동문회에서도 많은 장학금과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학교장추천 전형으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합격하였습니다. 학교장 추천전형은 내신등급 상위권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티켓으로 더 높은 확률로 합격할 기회를 줍니다.

저의 내신 등급은 고려대 기준 1.11, 서울대 기준 1.09 이었습니다. 학교마다 과목과 학년의 내신 산출 가중치가 다르니 이 점을 꼭 유의하셔야합니다. 경영, 경제학과의 경우 추가합격 회전율이 타과에 비해 매우 높으므로, 추가합격의 여지가 있다면 과감히 넣어보는 것도 한 가지 전략이라 권해드립니다.

수험생 기간 내내 수시에 초점을 둔 준비를 하였지만 수능 공부에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하면 수시전형에 통과해도 합격할 수 없고, 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도 있었습니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원을 많이 다니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에 친분이 있던 수학학원 원장님께 제가 직접 사정을 말씀드리며 도움을 요청했고, 원장님께서 흔쾌히 절 받아주셔서 고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 과목의 경우 당시 연세대학교를 다니며 과외를 하던 큰누나를 졸라 유명한 유료강좌 선생님의 가장 싼 강좌를 무한 반복하였습니다. 이외에는 EBS 인터넷 강의의 도움을 받으며 자기주도 학습에 힘썼습니다.

흔히 말하는 스펙으로는 오로지 교내활동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열거하자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내 경제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2학년 여름방학부터 3학년 4월까지 함께 공부했습니다. 매년 교내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수상했습니다. 1학년 당시 유일하게 받은 과목상은 물리와 같은 과학과목이었습니다.
 

   
▲ 지난해 여름 서울에서 전라도까지 친구들과 함께한 자전거 일주

1학년과 2학년 때는 학급회장을 맡았고, 3학년 때는 학급학습부장을 맡아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주었습니다. 교내에서 자습한 시간을 생활기록부에 적어주는 프로그램 있었고, 자습실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 모든 활동에는 대의명분이 확실했고,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입시학원에 다닐 수 없으니 자기소개서와 면접전형도 학교에서 준비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과 몇 주를 붙잡고 자소서를 완성했고,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아주 재밌게 잘 썼다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저만의 언어로 잘 다듬어 제출했습니다. 그렇게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서류전형을 모두 통과하였고 결과적으로 고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Q.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A. 자신이 가고 싶은 학과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에 가서 공부하기도 싫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자가 되고 싶다 하여 신문방송학과나 언론정보학과 등에 필히 입학해야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기자가 되고자 하면 경제학과에 입학해 언론학과를 이중전공이나 복수전공하는 것이 경제에 대한 전문성을 기를 수 있으니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학가의 트렌드는 이러한 양상을 띠기에 고등학교 시절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시절 꿈은 공학하는 경제학자였습니다. 이는 어린 시절의 굳은 결심으로 문과를 선택한 후 이공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설정한 저만의 목표였습니다.

고려대는 2014년 말부터 '설계전공' 제도라는 것을 신설했습니다. 지도교수님을 선정해 자신이 설계하고자하는 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제도를 통해 제 꿈을 실현하고자 '에너지경제학'을 1년간 준비해 설계하였으며,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각 대학의 특이점을 살펴보시면 대학진학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꼭 가고 싶은 학과에 합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공부하시고, 차선책으로 연계 가능한 학과에 입학하여 위와 같은 제도들의 효율적인 사용을 추천 드립니다.

   
▲ 고려대 경제학과 밴드 ‘경악’ 공연 모습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A. '공학하는 경제학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에 관한 준비를 점차 구체화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설계한 '에너지 경제학'은 계량경제학과 통계, 전기전자공학을 토대로 컴퓨터공학과 수학과를 섭렵하는 응용학문입니다.

승인이 난다면 국내 학부교육과정으로는 최초가 될 것이며, 커다란 도전이 될 것입니다. 학부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더욱 더 전문적으로 공부해 학문적 기반을 탄탄히 할 계획입니다. 

Q. 중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를 얘기하라면 전 주저하지 않고 '절실한 의지'라고 대답합니다. '집안 형편이 안 좋다, 학군이 별로다, 아이큐가 낮다'와 같은 말들은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는데 영향은 줄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여기까지 오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꿈이 간절하면 기회는 언제든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꿈이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거쳐야할 목표들은 구체적인 직업이나 대학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켜낼 힘을 갖고 열심히 베풀자.'였습니다. '국인'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며 저는 수많은 아이들의 입시와 진로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입시컨설팅과 수학교습에 재능이 있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학원에 출강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교육자선활동의 일환으로 가정형편이 좋지 못하지만 공부에 뜻을 둔 모교 후배들에게 유료 인터넷 강좌 프리패스권을 제 사비로 지원해주는 일도 시작했습니다.

꿈을 위해 해쳐나가야 할 것들은 일단 그냥 부딪쳐 보았습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고, 남들이 힘들다고 하면 '힘들게 그냥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돌파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후배 여러분, 걱정 말고 그냥 자신의 상황에서 절실하게 노력하시면 됩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듣고 누군가 비웃었다면, 그건 여러분의 현재 모습이 그 꿈과 목표에 적절치 못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것을 지표로 삼아 현재의 자신을 바꾸려고 절실하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모두가 인정하는 위치에 서게 될 것입니다. 제대로 된 ‘공부’를 오늘부터라도 시작해서 꿈에 차근차근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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