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8' <사진 제공=tvN>

‘응답하라 1988’ 12월 19일 방송에서 덕선이의 응급처치 장면이 화제다. 고3이 돼서 새로 만난 덕선이의 짝꿍은 반장이면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아이다. 그런데 그 반장이 뇌전증(간질) 환자였다.

이 친구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지만 아무도 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덕선이는 쓰러진 친구를 보자 마자 주위의 위험한 물건들을 치우고 토사물로 기도가 막힐 것을 염려해 친구의 목을 옆으로 뉘였다. 또 셔츠의 상단을 풀어 숨을 쉬기 편하게 해주는 등 침착하게 응급조치를 취했다.

반장 어머니의 당부도 있었지만 갑자기 쓰러진 친구를 보고 당황스럽기도 했을 텐데, 덕선이는 침착하게 잘 대응했다. 그리고 양호실에 다녀온 친구가 부끄럽고 쑥스러울까 봐 전과 똑같이 스스럼없이
친구를 맞아 주었다. 덕선이의 이런 태도는 매우 현명하고 본받을 만한 것이다.

응급처치를 배운 친구들이라면 쓰러진 친구를 안전하게 보살필 수는 있지만 친구의 마음까지 헤아린 속 깊은 배려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번 덕선이의 에피소드는 우리 학교 교육이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모범 답안의 하나를 감동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사고가 있기 전 반장 어머니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아이의 병을 말하며 보살핌을 부탁한다. 담임 선생님은 덕선이를 짝꿍으로 추천하면서 “아주 똑똑한 아이입니다.”라고 소개한다. 그 말을 들은 반장 어머니는 “공부를 잘하나 보죠?”라고 묻는다. 담임 선생님은 “아뇨. 공부는 못하지만 똑똑해요.”‘라고 답한다.

   
<사진 제공=tvN>

많은 사람들이 똑똑하다면 으레 공부를 잘할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공부를 잘해도 똑똑하지 못한 친구가 있고, 반대로 공부는 못해도 현명하고 영리한 친구가 있다.

사회에 나오면 성적이 아닌 전혀 다른 잣대, 예컨대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대인관계능력 등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지만 학교 교육은 이를 무시한다.

사회에서는 공부를 잘한 학생들이 꼭 성공하고 바람직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고3까지의 모든 기준은 성적이고 그것은 국영수탐 과목을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만 들어가도 일단 수학으로부터 해방되며, 고교 수학 과정 공부가 필요한 학과도 많지 않다.그래서 중고교의 성적 중심 평가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깨지기 일쑤이다.

똑똑하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아둔하다고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제각기 잘하는 것이 있으며 학교가 아닌 사회는 자신이 잘하는 능력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과 성적이 나쁘다고 좌절할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 한다고 우쭐할 것도 없다.

학교에서 꼭 배워야 할 것은 제대로 된 인성을 키우는 방법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선제적 공부를 하는 방법이다. 목표가무엇이냐에 따라 자신의 공부 방향과 길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려면 의대에 진학해야만 하기 때문에 무조건 공부를잘해야 한다. 그러나 판검사가 되려면 공부를 무조건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공부를 못했더라도 고교 때와는 전혀 다른 시험과목으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고교성적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진 제공=tvN>

얼마 전 서울대 졸업생이 9급 공무원 시험을 치러 합격한 사례가 방송을 탄 적이 있다.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해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서울대를 졸업한 사람이 평범한 성적의 고등학생들도 합격하는 공무원 9급이 되기 위해 시험을 치른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바로 고등학교 성적이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포기하지 않고 그 일에 매진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면 된다. 성적에 맞는 대학을 가서, 그곳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면 된다.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대부분의 자격증은 특정 대학, 특정 학과를 나와야만 취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시험과목도 고등학교 때와는 전혀 달라서 고교의 국영수탐 성적은 이들 시험과 거의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고교생활에서는 학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역량,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이 평생을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고교시절 가장 중요한 것임을 명심하자.

세상의 수많은 덕선이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나침반 36.5도> 1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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