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원하는 최상위권 학생만 불리하게 작용

수학능력시험 응시자들을 비교분석해보니 과탐II (물리II, 화학II, 생명과학II, 지구과학II)응시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질적인 원인은 난이도 적정성 결여, 서울대 자연계만 의무적으로 과탐II를 반영하고 나머지 대학들은 과탐I, II 8개 과목전체에서 구분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어렵게 공부하고 점수는 과탐I보다 적게 나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연고대 입시에서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학생들이 하는 것이지만 교육목적상 도입된 과탐I, II 는 결과적으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6 수능 과탐 영역에서 어려운 과탐II 과목(물리II, 화학II, 생명과학II, 지구과학II) 응시자 총 수 및 비율이 17.9%(II과목 합계, 4만 1천 263명)에 불과하여 2005 수능(96.4%, II과목 합계 18만 8천 215명) 이후 역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16 수능 과학탐구II 과목별 응시자 수 및 비율 비교

구분 과탐 응시자 물리II 화학II 생명과학II 지구과학II 과탐II[소계]
2016 수능 230,729 3,479 3,936 23,405 10,443 41,263
비율  -1.5% -1.7% -10.1% -4.5% -17.9%
2012 수능 237,589 19,080 36,238 72,263 25,016 152,597
비율  -8.0% -15.3% -30.4% -10.5% -64.2%
2005 수능 195,182 25,469 79,823 65,595 17,328 188,215
비율  -13.0% -40.9% -33.6% -8.9% -96.5%

특히, 올해 어려운 과탐II 과목의 응시자는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 및 백분위가 과탐I 과목에 비하여 대체로 낮게 나타났고, 물리II 만점자의 경우에는 표준점수 및 백분위가 63점, 93에 불과하여 생명과학I 만점자 표준점수 및 백분위 76점, 100과 비교하여 표준점수 최대 13점 차이, 백분위 최대 6점 차이가 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구과학II 과목도 표준점수 8점, 백분위 4점 차이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 주요 대학들이 탐구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백분위 기준의 탐구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한다고 해도, 물리II 만점자(변표 점수 64.15점)는 물리I, 생명과학I, 지구과학I 만점자(변표 점수 68.37점)에 비하여 최대 4.22점의 차이가 났다.

지구과학II 만점자도 물리II보다는 덜하지만 과탐I 만점자(물리, 생명과학, 지구과학)에 비하여 백분위는 4점, 변표 점수로 3.35점 뒤진다. 화학I 과목도 만점자 백분위가 99이지만 물리II 만점자에 비하여 백분위 5점, 변표 점수로도 2.85점 앞선다.

이러한 결과는 2016 수능 과탐 영역에서 역대 수능에 비하여 가장 심하게 나타나 2005 수능부터 2016 수능까지 만점자 백분위 차이가 6점이나 난 것은 2016 수능이 유일하다.

올해 과탐 과목별 만점자 비율을 보면, 물리II가 11.56%(만점자 백분위 94)로 가장 많았고, 지구과학II 8.02%(만점자 백분위 96), 생명과학II 2.50%(만점자 백분위 99) 등으로 II과목 만점자 비율이 대체로 높았던 반면에 생명과학I 0.04%(만점자 백분위 100), 물리I 0.37%(만점자 백분위 100), 지구과학I 0.87%(만점자 백분위 100) 등으로 I과목은 대체로 적게 나타났다.

화학I 만점자 비율 2.15%(만점자 백분위 99), 화학II 0.84%(만점자 백분위 100) 등이었다. 과탐 과목별 난이도가 일정하지 못하고 기복이 컸던 점도 문제가 되는 점이기도 하다.

이상은 만점자(50점 만점)만 비교한 것이지만 과탐II 과목에서 1문제(2점 또는 3점)를 틀려 48점, 47점울 받았거나 올해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생명과학II에서 3점 짜리 두 문제를 틀린 44점을 받은 학생들까지 고려하면, 어려운 과탐II 과목 응시 자체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만점을 받았던 그보다 못한 점수를 받았던 간에 올해만큼은 큰 재앙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연계열은 과탐 영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연대, 고대, 성대, 한대, 중대 등 주요 대학들이 30%에 달하여 과탐 한 과목에 대한 비중도 15%에 이른다고 볼 정도로 높은 편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대학들은 자연계열 과탐 응시에서 과탐I과목(물리I, 화학I, 생명과학I, 지구과학I) 4개와 과탐II과목(물리II, 화학II, 생명과학II, 지구과학II) 4개 등 8과목 중에서 자유롭게 2과목을 선택하여 응시할 수 있게 한다.

그렇지만, 서울대가 교육 목적상 서로 다른 I, II과목을 의무적으로 응시하게 하여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불가피하게 II과목을 응시할 수밖에 없어 상위권 수험생일수록 과탐II 과목 선택 여부에 따라 유불 리가 너무나도 크게 나타나는 점이다.

연세대는 II과목를 의무적으로 응시할 필요는 없으나 서로 다른 과목을 응시하게 하고 있고, 고려대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아서 어떤 조합도 가능하다.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대부분의 의학계열 등도 자유 응시이고, 한양대는 자유 응시이나 II과목 가산점을 3% 가산하여 부여한다. 일부 특성화 대학 중 군외 모집 대학인 유니스트 II과목 10% 가산점, 디지스트 II 과목 10% 가산점을 부여하지만, 정시 모집인원이 극히 적어 실제로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 중에서 서울대를 목표로 II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은 실제로 응시자 인원이 적어 상위 등급을 받기가 어렵고, 응시 집단 수준이 I과목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보니 웬만한 수준으로 출제되어도 평균 점수가 높게 나타나 표준점수, 백분위 등도 I과목에 비하여 낮게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탐 II 과목 응시자 수 및 비율은 탐구 최대 선택 과목수가 4과목, 3과목, 2과목으로 감소하면서 급격하게 줄어 2005 첫 번째 선택형 수능으로 실시할 때, 화학II 과목은 7만 9천 823명(과탐 응시자의 40.9%)이 응시하였지만 2016 수능에서는 3천 936명(과탐 응시자의 1.7%)이 응시하여 무려 1/20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물리II도 2005 수능 2만 5천 469명 (13.0%) 응시에서 2016 수능 3천 479명(1.5%)로 급감하였다.

과탐II 과목 응시에 따라 거의 만점 수준으로 점수를 받지 못하면,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을 1∼2등급 수준으로 잘 보았다고 해도 과탐II 과목에서 2, 3등급 이하를 받는 수험생도 상당수 나와서 2016 정시에서 국수영+탐구1 과목 정도에서는 서연고 수준이나 의치한 대학을 수월하게 갈 수 있는 수험생 중에서도 과탐II 과목을 응시한 것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하거나 이보다 크게 기대에 못미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경우가 올해 정시에서는 비일비재하였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과탐II 과목에 대한 특단의 가산점 부여나 의무 응시 등의 조건이 부여되지 않으면, 갈수록 과탐II 과목 응시자는 더욱 줄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운 과목을 공부하여 응시하는 과탐II 수험생들에게 그만큼의 혜택은 고사하고 오히려 불이익이 크게 나타난다면 누가 II과목을 응시하라고 권장하겠는가'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다고 하면, 과탐 II 과목 응시 자체가 큰 모험이 따르는 선택으로 ‘모 아니면 도’식의 교육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가장 기초 과학에 해당되고 심화 학습이 필요한 물리, 화학 과목에 대한 기피까지도 가져오게 되어 교육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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