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는 자가 이긴다"

   
▲ (주)톱텍 방인복 사장 <사진 제공=고용노동부>

 

(주)톱텍 방인복 사장은 30년 간 기계 설비와 장비 제작 기술자로 해당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을 이어 온 결과 설비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숙련 기술인이다. 방 사장은 설비 전문회사를 창립하여 설비 분야 기술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16년 1월 고용노동부에서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방인복 사장의 30년 기술 인생 스토리를 함께 들어 보자.

어려서부터 기계를 가지고 놀기를 즐겨했던 방인복 사장은 가정 형편상 대학진학은 포기하고 취업을 목표로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부산기계공고는 기계를 좋아하는 적성에도 맞고 교육비가 국비 지원이 되는 학교였다.

그는 재학 시절 특히 기계 설계에 뛰어난 실력을 보였고 졸업 후 학교 선배의 추천을 받아 태진ENG에 졸업과 동시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교 동창이자 지금의 톱텍을 함께 일군 창립멤버 이재환 회장과도 조우하게 됐다.

“이 회장과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꽤 친하게 지냈죠. 그런데 처음 입사한 회사도 같은 거예요. 군대도 같이 갔기 때문에 서로 많은 의지가 됐습니다. 회사를 함께 창립하게 된 것도 이런 인연이 계속 이어진 결과이고요. 어릴 때 농담처럼 1억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때 함께 꿈꿨던 것들을 대부분 이루었습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톱텍은 지난해 매출 2천억 원을 넘긴 최우수 기업으로 성장했다. 톱텍은 브라운관(CRT)을 시작으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를 거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디스플레이 분야의 산업 성장을 이끌어 오고 있다. 고교 동창이 23년에 걸쳐 이룩한 값진 성과이다.

“저희는 친구로서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도 성격이 잘 맞았기 때문에 사업 영역도 자신의 강점 분야 쪽으로 확실하게 나누었습니다. 이 회장은 추진력이 강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대외적인 경영 부분을 맡았고, 저는 직접 기계를 만지고 설계하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이라 엔지니어링 사업부장을 맡았습니다.”

자동차 팬벨트 국산화 성공...디스플레이 분야로 사업 확대
1992년 두 사람은 열 평 남짓 되는 작은 사무실을 열고 톱텍을 창립했다. 사업 초반 회사는 자동차 팬벨트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당시 팬벨트는 대부분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 사장은 자동차 팬벨트를 국산화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다.

“매일 같이 새벽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면서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2~3년을 보냈지요. 그리고 마침내 팬벨트 국산화를 성공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회사의 기술력이 업계에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어요. 사업 영역을 확장시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창립한 지 3년 째가 되던 해 브라운관, 지금의 ‘디스플레이’ 분야 사업을 시작했지요.”

방 사장은 다른 업체의 하청을 받아 브라운관을 생산하던 중 해당 업체의 소개로 삼성전자의 브라운관 설계 제안을 받게 됐다. 이를 기회로 그는 브라운관의 메인 설계부터 제품 출시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이후 톱텍은 삼성전자의 협력사로서 23년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아무런 연고 없이 오로지 기술만으로 이러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방 사장의 경영 철학에 있었다.

“경쟁력 있는 회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단가에서 경쟁력을 지키고 품질과 납기를 반드시 지키는 겁니다. 단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최소한의 부품으로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술자의 역할이 중요한 거죠. 전문 지식을 갖춘 기술자가 아니면 솔루션을 제안하기 어렵거든요.”

방 사장은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필요할 때면 언제나 사장 직함을 내려놓고 현장 기술자로서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톱텍은 삼성전자의 협력사로서 중국, 팔레스타인, 베트남 등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독자적으로 중국 진출에 성공해 수출 판로를 넓혀 가는 중이다. 생산품목도 다양하게 넓혀 HD, 반도체 등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방 사장은 융복합 시대에 발맞추려면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정 공정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회사의 경쟁력이 커지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상의 변화를 민감하게 잡아내야 기술자로서도 도태되지 않습니다. 제가 현장을 계속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무엇보다 첨단 기술 분야는 남들보다 한발 빨라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경영자이기 이전에 기술자로서 기술의 진보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톱텍은 현재 주 사업 분야인 평판디스플레이패널(FPD) 사업은 물론이고 자동화 산업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터치패널과 플렉시블 생산설비의 선행 개발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진행해 물류와 공정설비의 설계와 생산을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 톱텍 방인복 사장과 직원들 <사진 제공=고용노동부>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기술 제휴를 맺고 휴대폰 라미네이션 설비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라미네이션이란 대상이 되는 물체에 1겹 이상의 얇은 레이어를 덧씌워 표면을 보호하고 강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방 사장은 라미네이션 설비 개발을 성공시켜 기존 설계보다 부품을 절반 이상 줄였고, 원가도 30%가 넘게 절감했다.

삼성전자는 톱텍의 기술력을 인정해 삼성에서 선정하는 ‘2015년 올해의 강소기업’으로 톱텍을 선정했다. 한편, 톱텍은 이 사업으로 지난해 ‘7천만 불 수출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회공헌 활동, 고용의 양과 질 향상 의지 커
톱텍은 창업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성장세 속에서 4년마다 사업장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는 경북 구미시와 충남 아산시 두 곳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 규모만 키운 것은 아니다. 회사가 커나가면서 그에 따른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하며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부산기계공고 재학생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장학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지역 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고 복지기금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사회공헌은 기업이 사회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원래부터 사회 공헌에 대한 의지가 컸습니다. 아직까지는 대규모로 진행되는 건 아니지만, 회사 성장과 더불어 복지기금에 대한 지원도 계속해서 늘려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특성화고와 한국기술교육대 능력개발교육원, 한국폴리텍대학 홍성캠퍼스 등과 산학협력사업도 펼치고 있다.

“저희 회사는 2012년부터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직업교육훈련 협력사업 지원협약’을 맺고 채용을 전제로 학생들을 장기 현장 실습생으로 받고 있습니다. 현재 5명 정도가 이 제도를 통해 저희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한국폴리텍대학 홍성캠퍼스와 함게 ‘취업연계 맞춤 교육훈련’을 실시해 현재 6명을 이 과정을 통해 채용했습니다.”

톱텍은 이외에도 동아마이스터고와 부산 자동차고, 부산기계공고 등의 졸업예정자 가운데 추천을 받아 채용한 후,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 교육훈련을 위탁하고 있다. 물론 방인복 사장만의 채용 원칙은 있다.

“저희 회사는 직원 채용 시 열정과 인내심이 있는 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학교에 부탁합니다. 기술직이란 게 단시간 내 생산품을 만들어야 하는 빡빡한 근무환경에 놓여있다 보니 도중에 이탈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열정과 인내심이 필요하죠. 제가 작년 회사 슬로건을 '열정'으로 내걸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톱텍은 ‘사원 중심 경영의 꿈과 희망이 있는 기업’이란 경영이념을 토대로 고용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 임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톱텍에는 직원만 해도 30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방인복 사장은 회사가 꾸준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 이름이 ‘인복’ 아닙니까? 이름처럼 제가 인복이 정말 많아요. 저희 회사의 인재 인프라는 어느 곳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민도 많아요. 제 역할은 회사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특허가 많다고 해서 회사가 잘 되는 건 아닙니다.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때문에 방 사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을 ‘333’으로 내걸었다. 매출 3,300억 원 달성, 새로운 시장 3곳 개척, 원가 혁신 33%를 상징하는 숫자이다. 이 슬로건에는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 진출을 확대해 보다 많은 직원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겠다는 방 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가장 강한 회사란 끝까지 살아남는 회사라고 설명한다. 기술인도 마찬가지이다. 숙련기술인이 되기 위해서는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의지와 인내가 필수이다. 방 사장은 성공한 우수 숙련기술인이자 기업가로서 후배들에게 힘들더라도 끝까지 버틸 것을 주문했다.

“버티다 보면 반드시 길이 보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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