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성의 '우등생보다 스마텔리트(Smart+Elite)'

어느 고3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공지합니다.
"자! 여러분! 다음 수업은 체육시간인데 자습시간으로 대체할 거예요."

"에이~ 왜 체육시간은 다 자습이에요?"

운동장에 나가서 활동하고 싶은 학생들의 아쉬운 한탄이 새어 나왔지만, 이내 담임선생님이 이 모든 상황을 일축해 버리는 한 말씀을 던집니다.
"고3이 무슨 체육이야! 공부하는 1분이 아쉬운 이때에!"

여러분도 과거 고3 학창시절을 지냈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본 상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혈기왕성했던 청소년기의 고교생활에서 대학입시에 가까워질수록 체육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시간 같은 예체능 수업이 수험공부 시간으로 대체되었던 기억이 있을텐데요.

추억을 더듬어 그때의 분위기를 상기해 보면 어쩌면 그런 융통성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고,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조치였다고 공감하게 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대학입시라는 일생일대의 관문 앞에 서 있는 고3 학생에게는 체육수업의 효용성이 별 의미가 없다고 여겼을테니까요.

요즈음 학교의 체육수업 풍경은 20~30년 전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리고 지금 청소년기를 보내는 학생들에게 운동이나 학교의 체육시간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과연 체육시간이나 운동이 학생들에게 정말로 불필요한 것일까? 그리고 체육은 전문 스포츠 선수가 되는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일까?’라고 말입니다.

   

▲ 송민성 작가강사

운동은 성장기 아이들의 뇌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실은 현대 의학이나 생리학 분야에서 운동과 뇌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에서 엿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과 학습을 병행한 학생이 학습만 진행한 학생보다 새로운 신경세포가 2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운동이 학습활동과 관계된 생리적 반응이 더 잘 되게 만들어 준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학습활동을 해야 하는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는 운동의 필요성이 보다 더 중요해 보입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학생들에게 어렵고 복잡한 교과목 시간 바로 직전에 체육수업을 진행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는데요. 어려운 교과목 바로 직전에 체육수업을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어휘력, 계산능력 등이 무려 20% 높게 나타났고, 평균 성적도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운동이 학생들의 뇌를 학습하기 좋은 상태로 바꾸어 놓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데요. 이런 사실은 우리 학교교육에서 체육수업이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공부법의 개발차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운동이나 스포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놀이나 여가시간을 보내는 활동 정도였습니다. 말하자면 운동은 학습과 전혀 관련이 없고, 그저 몸을 튼튼하게 하거나 건강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그 효용성을 인정해왔던 것이죠.

심지어는 운동을 잘하는 학생은 공부를 잘할리가 없고, 또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운동은 방해가 된다는 선입견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당시 학교의 진로진학 측면에서도, 운동부 학생이 학업을 포기하고 우등생이 운동을 포기하게 했던 이분법적 지도가 이를 잘 역설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의 엘리트 운동선수만을 양성하는 스테이트 아마추어(State Amateur) 방식이 학교체육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운동의 효용성은 별로 연구되지 않았는데요. 선진국들은 이미 체육이나 운동이 가지는 놀라운 효과들을 학교교육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부정적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정신을 맑게 해 줍니다. 특히 운동은 학습활동과 유기적으로 병행될 경우 기억력과 집중력, 그리고 인지기능과 지능까지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는데요. 미국이나 핀란드는 학교수업에서 체육시간의 비중을 다시 늘리는 추세이고, 학생들에게는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그 효율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치열한 입시문화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도 학생의 절반 이상이 학교의 스포츠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것입니다.

운동과 스포츠는 놀랍게도 뇌의 학습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와 리더십, 그리고 협동심을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시뮬레이션이기도 합니다. 학교수업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고 여러 명이 협동해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제한이 많습니다.

그러나 운동과 스포츠에 참여하게 되면, 짧은 시간 동안에도 승리와 패배, 희생과 배려를 실제상황에서 몸으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과 스포츠는 21세기 세계인재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 '집단지성'과 '리더십'을 키우는 좋은 학습도구로 활용됩니다. 방과후 스포츠활동을 강조하는 영국의 톤브리지스쿨, 어드바이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캐나다의 트리니티 칼리지스쿨 등이 그 예입니다.

이제 학습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학습은 항상 신체의 생리적 상호작용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운동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잠자는 시간, 영양공급 등이 원활하고 균형이 맞을 때 더 효과를 내게 됩니다.

머리가 좋아진다는 출처 불분명의 약재를 고가에 구입하는 것보다, 운동으로 아이들의 뇌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과학적인 방법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스마트한 인재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과 혁신적인 교육에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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