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기능 보완하는 사교육까지 비난해선 안 돼

   
▲ 성남 성보경영고 기업홍보디자인과 컴퓨터그래픽 수업 <사진 제공=성보경영고>

2030년 공교육의 붕괴를 단언하는 유엔미래보서의 주장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알파고 출현의 메시지는 교육계에도 충분히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대학 구조조정에 탄력을 줬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학교에 자리 잡게 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서울 유명 대학들은 너도나도 SW교육을 교양필수로 지정하고 있지만, 이는 학생들을 달라진 세상에 적응시키기 위한 매우 기초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초중고에서도 내년부터 SW교육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이를 제대로 실시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생부에 반영되지 않고 수능에도 출제되지 않는 SW과목을 학교가 다른 교과목만큼 신경 써서 가르칠 것인가에 의문이 드는 것이다.

코딩을 비롯한 컴퓨터, SW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미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과제가 됐지만, 대학 가운데 이들을 선발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중고교 때부터 코딩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서야 코딩교육을 받은 학생들보다 더 창의적이고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인데도 말이다.

고양시 소재의 한 컴퓨터 학원은 이런 점에서 최근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학원에서 컴퓨터 관련 과목을 수강한 고교생 중 많은 수가 초봉이 2억 원이나 되는 구글에 취업했고, 이들 중 몇몇은 구글도 시시하다며 직접 창업에 뛰어들어 컴퓨터·IT 분야에서 보란 듯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제 2의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로 성장할 미래 인재들이다.

사교육의 폐해 가운데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공교육에서 이뤄지는 성적 줄 세우기식 경쟁에서 우위에 서도록 학생들에게 과중한 교과 학습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오로지 교과 학습에만 몰두한 채, 정작 인생에서 더욱 중요하고 가치 있는 진로 설계와 탐색 활동을 간과하기 일쑤다.

학원을 안 다니면 공부가 안 된다는 학생이 태반이 돼 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교과 학습 중심의 사교육은 공교육 발전의 저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왜곡된 교육 문화는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인 자기주도 학습능력과 창의력의 신장을 막고, 학생들을 오로지 성적 경쟁만을 위한 공부 기계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학업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학원 등을 통한 보충학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미래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진로 탐색은 외면한 채 오로지 시험 성적 1~2점을 올리기 위해 학교생활 외 시간을 학원 수강이나 과외를 받으며 모조리 교과 학습에만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공교육을 대신해 진로교육 기관의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는 사교육 기관까지 성적 지상주의를 공고히 하는 입시 학원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가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앞서 소개한 고양시의 컴퓨터 학원이 바로 그런 예다. 구글에 취업하고 컴퓨터·IT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컴퓨터를 배운 곳은 학교가 아니라 사교육 학원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거쳤거나 독학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공교육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관심 진로 분야에 대한 심화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맹점을 사교육 기관에서 보완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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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기관이 공교육 기관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정보 습득과 실현의 유연성이다. 사교육 기관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망 아래 특정 진로 분야 교육을 개척·개발하고 학생들을 교육한다.

이 교육이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면 얼마 안 있어 해당 교육 분야가 전문대학의 학과로 발전하고, 결국은 4년제 대학에서 정식학과로 승격되며 공식적인 학문으로 인정받는다.

요즘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활학과, 장례학과, 물리치료과 등이 바로 그런 예다. 결국 진로 중심의 사교육 기관은 보수적인 공교육에 변화를 요구하고 관철시키며 결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좋은 사교육, 나쁜 사교육
대학 중 대부분은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대학이고 중고등학교의 많은 수가 역시 사립학교다. 이들은 공교육 기관 본연의 역할을 하며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 위치해 있지만, 이윤 추구도 당연시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사교육과 공교육을 가를 수 있을까.

지금도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전문 교육 분야에 관한 책을 쓰고,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이윤을 추구하는 도서 출판은 공교육 행위가 아니라며, 교사의 출판 행위 역시 사교육으로 치부해야 하는 것일까.

또 다른 예도 있다. 일선 중고교에서는 매달 학부모를 초청해 진로진학 관련 강의를 진행한다. 그런데 진로가 아닌 진학 강연에만 유독 학부모가 몰리는 현실에서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진학 교육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런 강의에는 일반 교사들뿐 아니라 사교육 기관의 전문가들도 강사로 빈번히 초청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왜 지자체나 공교육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사교육 기관의 강사에게 맡기냐며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에는 다양한 시각과 유연한 사고가 요구된다. 공교육 내부의 시각만이 아니라 진로 진학 문제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외부의 시각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교육이 수행하지 못하는 진로 교육의 기능을 사교육이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으며 갈수록 사교육과 공교육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사교육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지양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에듀진>과 <나침반 36.5도>는 학생 개개인이 명확한 진로 로드맵을 설정해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도록 '드림캐처'와 '입시전략연구소'를 설립해 운영을 시작했다. 이들 연구소에서는 1대 1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 학생의 소질과 재능을 발굴해 진로 설계를 돕고, 현실적으로 공교육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구체적인 진로 컨설팅, 진로에 맞춘 진학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많은 학생들을 홀로 담당하다 보니 학생 개개인에 맞는 구체적인 진로 탐색과 로드맵 설정, 진로 상담 등의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따라서 현실의 공교육에서 충분히 제공해 주지 못하는 서비스를 드림캐처나 입시전략연구소 등에서 보완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자아실현을 해 가는 데 있어 조언하고 관리해줄 전문가와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공교육이 이 역할을 충분히 만족할 만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고, 공교육을 대신해 이런 기능을 맡아 수행하는 사교육 기관이 필요하다면 오로지 사교육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들을 비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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