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 "분통 터져"

   
▲ 파주 한빛고 '세종대왕 탄신 기념 예술제' <사진 제공=한빛고>

자녀가 지방 A특목고에 다니고 있는 학부모 B씨는 최근 <나침반 36.5도> 7월호를 읽다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A고 선생님들로부터 교내 대회에 응시하면 응시 이력을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고 듣고, 아이에게 희망 진로와 무관한 대회까지도 거의 빼놓지 않고 응시하도록 했다. 운이 좋아 수상하면 스펙을 하나 얻게 되는 것이고, 만약 수상에 실패하더라도 응시 이력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침반 36.5도> 7월호 기사를 통해 올해부터는 학생부의 '수상경력' 항목에 교내 대회 수상 이력만 쓸 수 있고, 대회 참가 사실은 학생부 어디에도 기록할 수 없게 된 것을 알게 된 B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B씨는 당장 A고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문의했다. 그런데 A고의 반응은 B씨를 더욱 기함하게 만들었다. B씨는 당연히 기사가 오보라고 믿고 학교로부터 정확한 사실을 확인받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것인데, 확인 후 전화를 주겠다던 A고에서 문의한 지 서너 시간이 지나서야 전화를 해 와서는 "기사가 사실이고 학교가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고 털어놨다는 것이다.


B씨는 교과학습과 수행평가, 창체활동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든 아이에게 불필요한 교내 대회 준비까지 시킨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중대한 사항을 학교에서 1학기가 다 끝날 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져 견딜 수 없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우리 교육이 달라지기를 희망한다. 우리 교육이 성적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교육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입학사정관제(이하 입사관제)가 도입됐을 때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열광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그 환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진학에 있어 성적 줄 세우기식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기성세대에게 입사관제는 스펙으로 줄 세우는 또 다른 수능일 뿐이었다. 결국은 학생부에 기입할 학생의 스펙 쌓기에 혈안이 된 일부 학부모와 윤리를 저버린 사교육업체들이 학교 외 대회 수상경력을 수천만 원에 사고파는 등 입사관제의 부작용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다. 학교외 비교과 활동 중심이었던 입사관제에서 학교내 활동 중심의 학종으로 이름과 운영 방식을 대폭 변경해 새롭게 운영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어가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학종 운영상의 미비점과 보완점을 찾아 매년 학기 초 수정·보완된 '학생부 기재요령'을 각 학교에 내려 보낸다. 그런데 정작 일부 고교에서는 이를 제대로 숙지하는 교사가 없어 학생부 관리에 큰 구멍이 생기고 있다.
 

   
▲ 나침반 6개월 정기구독 이벤트 http://goo.gl/U9i9g7

지방 일반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 역시 "올해 바뀐 학생부 기재 방법을 우리 아이의 학교에서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학부모는 "선생님들이 이 같은 제도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학교가 개최하는 학부모연수회를 통해 이를 학부모에게도 제대로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학생부 변경 사항과 같은 진학 관련 주요 사항은 대부분 고3 부장이나 진학부장이 숙지하고 관련 교사들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실제로 교육부에서 학년 초에 변경된 학생부 기재사항을 발표하면 각 시도교육청은 관내 고교의 교무부장들을 불러 이를 교육해 주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각 학교에 변경 내용을 담은 공문도 발송해 준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학교와 교사가 교육청의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공문도 확인하지 않으며 교육 관련 정보 취득에도 소극적이라면 학교가 변경 사항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학종 대비에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일반고는 물론이고, 수능에 대비한 교과목 학습뿐 아니라 학종 대비도 철저하다고 알려진 일부 특목고조차도 이처럼 학종에 대해 무지한 상황이니,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종 준비는 해야 하는데 학교도 교사도 믿을 수 없어 어떡하라는 말이냐"고 항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인 변태우 교사(제주 대정여고)는 "실제로 적지 않은 교사들이 학종과 학생부 기입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며 "무엇보다 교사들이 입시에 대한 정보 취득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하며, 전형을 이해하고 학생들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 교사는 "대정여고는 학교 자체적으로 학생부 기록 방법에 대해 교사를 대상으로 6회 이상 연수를 실시했고, 이는 교장선생님이 진로 담당 교사들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히고 "학교를 변화시키려면 근본적으로는 교장선생님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최근 강사로 방문했던 고교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변 교사는 "입시를 설명하는 강의장에 그 학교 교장선생님이 참석해 2시간 동안 열심히 강의를 듣고 메모하시더라"며 "교장선생님 덕분에 학교 선생님들 모두가 강의에 참석해 열심히 강의를 들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장이 이처럼 솔선수범해 학종 대비에 열정을 보인다면 학교는 분명 변할 수 있는데, 이런 교장이 어디 많겠느냐"고 반문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종을 지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적만을 놓고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 진로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거기서 소질과 재능을 보인다면 대학은 학종으로 이 학생의 잠재 능력을 평가하고 선발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종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아무리 시스템이 갖춰지고 변화한다고 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변화하지 않으면 학종의 존재 의미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최근 보도한 '일반고 변화, 학교장 손에 달렸다'[기사 원문] 기사의 제천 세명고 교장처럼 영웅적인 카리스마로 학교의 변화를 이끌거나, 파주 한빛고 교장처럼 자애로써 학생들을 보살피고 관리하는 것, 바로 그것이 학교가 변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제보를 받습니다> 

<에듀진>에서는 수능 중심에서 수시 중심으로 교육 환경을 개선해 학생들을 학종형 인재상으로 키우고 있는 학교를 찾고 있습니다. <에듀진>의 취재를 통해 이런 학교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제보 전화: 070-4191-9350
e-mail: webmaster@edujin.co.kr 


-나침반 36.5도가 찾는 학교는?-

수행평가를 제대로 잘 운영하는 학교
동아리를 인원 제한 없이 활발하게 운영하는 학교
자율동아리를 학생들의 꿈만큼 다양하게 운영하는 학교
학생부를 상위권 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 기록해 주는 학교
학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학교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367
 

   
http://goo.gl/QCNW50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