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서령고의 '이유 있는' 대변화

   
▲ 서산 서령고 학생부 기록 마감일 교무실 풍경 <사진 제공=서령고>

8월 29일 서산시 서령고 교무실. 평상시에는 한산하던 교무실 안이 학생들로 온종일 붐볐다. 이날은 학생들이 1학기 동안의 학교생활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생부를 확인하고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너도 나도 교무실을 찾았다.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학생부 기록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었다.

서령고는 올해 학생 교육과 교사 연수는 물론 학부모 연수까지 진행하며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나갔다.

학생부 기록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평소에 워크북을 충실히 기록하도록 지도했으며, 3월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의 워크북 관리와 학생부 관리 요령을 안내하는 교사 연수를 세 차례나 실시했다.

이와 함께 학생 중심 수업을 위한 연수도 세 차례 열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수업 방식에 변화를 주도록 유도했고,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학부모 대상 연수도 진행해 진학과 관련한 학부모의 이해의 폭을 크게 넓혔다.

교육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학생들 사이에 독서 열풍이 불었다. 책 읽는 학생들이 엄청나게 늘었으며, 학생 대부분이 학교에서 직접 제작해 나누어준 워크북을 금과옥조로 삼아 교과내·외 활동들을 해나가며 활동을 세심하게 기록하고 정리했다.

   
▲ 서산 서령고 고3 학생의 워크북 <사진 제공=서령고>


교사들의 노력도 대단했다. 선생님들은 평소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과정, 결과물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독서 활동 상황도 면밀히 체크했다. 담임교사나 진로 담당 교사는 물론이고, 교과 담당 교사들도 진로 지도와 상담 등을 통해 학생들이 명확한 계획 속에서 학생부 관리를 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또한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변화시켰고 학생들도 매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달라진 학교 풍경은 방학 중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체능 담당 교사들까지 학교에 출근해 학생부 기록을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결과는 학생부로 드러났다. 내신 상위권 학생뿐 아니라 7, 8, 9등급 학생들까지도 탄탄하게 채워진 학생부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학생부 기재 내용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으며 대단히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기록됐다.

서령고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최진규 교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교사, 학부모 사이의 소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령고는 최 교사의 주도로 학생부 관리와 기록의 새판을 짰다. 교육 주체 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의 교류의 기회를 수시로 가졌다. 자유로운 소통 과정 속에서 학생부를 좀 더 풍성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에 옮겼다.

학생들은 뚜렷한 진로 계획 아래 성실하게 학교생활과 활동을 해가며 이를 빠짐없이 정리했고, 학부모는 학생들의 활동과 기록에 관심을 쏟았으며, 교사는 학생과 부단히 소통하며 학생의 활동을 공정하고 성의 있게 학생부에 기록했다.

최 교사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가 있어야 변화할 수 있고, 학교 시스템의 변화로부터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서령고는 학생들의 활동 기록과 학생부 기입을 학생이나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밀어두지 않았다. 날짜를 정해 학생들에게 활동을 기록할 시간을 준 다음, 학생의 기록 내용을 교사 전체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의견을 담임교사와 관련 교과 교사들이 함께 나누는 식으로 기록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잘못된 것은 걸러내면서 기록의 신뢰도를 높였다. 학생부 작성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확인할 시간을 준 다음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줬다.

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놀라웠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까지도 자신의 활동 기록이 꼼꼼하게 학생부에 기록되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자 학생들의 자존감과 학업 의지가 급상승했다. 그러면서 모의고사 성적도 크게 올랐다. 평소 학교에 불만이 많았던 학생들도 이제는 학교와 교사들에게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한양대 입학처 http://goo.gl/ogsoQX


대학 신입생의 70% 이상을 수시로 선발하게 되면서, 수시 중심 입시 체제로 변모하기를 주저하던 일선 고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고수해 오던 정시 중심 입시 체제를 버리고 당장 수시 중심으로 변화하라는 요구는 일선 고교에 대단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학교,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의해 입시 당락이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고교 간 수시 대응 능력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학생들의 입시 결과를 ‘복불복’으로 만드는 고교 간 수시 대응 능력 격차를 줄이는 일은 교육계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지방 소재 A대학의 입학처 관계자는 “대학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아도 잠재능력을 가진 우수한 재원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딱 잘라 말한다.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학생이나 학교 모두 학생부 관리에 무신경해 부실한 학생부를 제출하기 때문에, 학생부로는 학생의 잠재능력을 전혀 유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북돋는 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현실은 성적 상위 학생들에게만 학생부 관리와 관심을 몰아주고 있는 학교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입시는 상위권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적이 낮은 학생도 자신의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전공·학과를 찾아 대학에 진학하거나 진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고교의 학생부 관리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세심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령고의 대변화는 일선 고교에서 본받아 따를 만한 모범이 돼 주고 있다.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 대입 성공의 길 알려주는 '나침반36.5' 매거진 정기구독 이벤트 [배너 클릭]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