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행복, 부모에게 달렸다

   
▲ 충북교육청 '학부모 학교참여 지원사업 컨설팅' 현장 <사진 제공=충북교육청>


힘을 사용하면 힘에만 의존한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1학년 되는 두 아들을 두었습니다. 엄격한 집안에서 자라 제 아이들 역시 엄하게 키웠습니다. 어릴 때는 큰 소리만 쳐도 말을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차츰 효과가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회초리를 들었더니 얼마 동안은 힘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회초리의 힘도 약해져서 야구 방망이를 사용했습니다. 역시 처음에는 효과가 금방 나타나더니 차츰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야구 방망이를 맞아도 끄떡없이 버티고 서있는 아들을 보면서 얼마나 황당하던지요.

요즈음은 아들이 경찰에 신고할까봐 눈치만 봅니다. 더 이상 매도 쓸 수 없고, 그렇다고 큰 소리로 야단쳐도 소용없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어떤 때는 부모 노릇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 김향숙 박사 (행복발전소, 힐링센터 바디앤마인드 대표)

사춘기 자녀를 둔 한 아버지의 고백이다. 힘(power)의 한계에 대한 인정이기도 하다. 부모가 일평생 더불어 살아야 할 유일한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부모-자녀 관계이다. 이때 둘 사이에 작용하는 것이 힘이다. 이 힘의 크기는 자녀가 자람에 따라 변화한다.

자녀가 막 태어났을 때 부모의 힘은 최고로 크다. 반대로 자녀의 힘은 최고로 작다. 자녀는 먹기, 입기, 이동하기, 씻기 등 모든 것을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해야 한다. 아무리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

막강한 힘을 가진 부모는 자녀를 원하는 대로 마음껏 조종할 수 있다. 만화영화 보느라 정신없는 자녀에게 “야, 빨리 와서 밥 먹어! 셋 헤아릴 때까지 안 오면 맞는다. 하나, 둘, 셋!” 이렇게 소리치면 말을 듣는다. 벌떡 일어나 달려온다. 대신 속으로 구시렁거린다. “에이 씨, 이것만 보고 밥 먹으려 했는데. 엄마는 뭐든 자기 멋대로야.” 힘을 사용하면 말을 쉽게 들으니 힘에만 의존해서 자녀를 양육하게 된다. 힘을 오용, 남용, 과용하게 된다.

힘의 오용이란 힘의 정도를 말하며 힘을 잘못된 용도로 사용함을 의미한다. 남용이란 힘의 빈도를 말하며 힘을 시도 때도 없이 함부로 사용함을 의미한다. 과용이란 힘의 강도를 말하며 지나치게 강하게 사용함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 형태를 부모들은 종종 자녀 성적 올리기 용으로 활용한다. 수학 문제 1개 틀릴 때마다 1대씩 때리는 엄마, “야, 공부해, 책 읽어, 학원 가. 그러니까 성적이 그 모양 그 꼴 아냐? 멍청하게 있지 말고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워!”라며 자녀의 생활 전체를 성적과 관련시키면서 명령어를 남발하는 아빠. 이 중에 가장 부작용이 심한 것은 힘의 과용이다.

힘의 한계를 인정하고 권위를 회복하자
공부를 꽤 잘 하는 아이가 있었다. 문제는 사춘기에 접어들고부터 생겼다. 갑자기 성적이 뚝 떨어졌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아버지가 자녀 보는 앞에서 책을 불살라버리고 옷을 몽땅 벗긴 채 현관문 앞에서 1시간 가량 벌을 세웠다. 아버지는 이 정도 충격요법을 사용하면 정신을 차려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자녀는 정신을 차린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다. 마음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새겨졌다.

이처럼 힘은 마음에 대한 관심은 없고 행동 수정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관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많다. 관계가 파괴되었다는 말은 자녀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 즉 미움, 분노, 섭섭함, 억울함, 열등감 등이 많이 쌓여 부모를 싫어하는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관계가 파괴되면 자녀는 말을 듣지 않게 된다. 누구나 싫은 사람의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말을 듣지 않으니 억지로 말을 듣게 하려고 더 과도한 힘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니 관계는 더 많이 파괴되고 말은 더 안 듣게 된다. 또 다시 말을 듣게 하려고 이전보다 더 과도한 힘을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다. 특히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호르몬의 대반란과 함께 온갖 종류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힘은 학습장애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자발성, 주도성, 학습동기, 창의성, 주의 집중력, 건강한 마음과 몸, 안정된 가족관계 등이 학습의 주요인이 되는데 힘은 이 모두를 파괴시킨다. 갑자기 성적이 뚝뚝 떨어진다.

더 이상 회초리를 들고 감시한다 해서 성적을 올릴 수는 없다. 성격이 외향적인 자녀들은 부모와 끝없는 파워게임을 벌여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다. 술, 마약, 폭력, 가출 등 일탈행동을 한다. 성격이 내향적 자녀들은 인터넷 중독에 빠져들기도 하고 우울증이나 공항장애 등의 심리·정신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일시적으로 힘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힘의 장기적인 오용, 남용, 과용은 더 이상 안 된다. 힘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권위(authority)를 회복해야 한다.

힘과 권위는 다르다. 권위는 좋은 관계에서 나온다. 좋은 관계라 함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녀 마음속에 긍정적인 정서, 즉 편안함, 따뜻함, 존중감, 존경, 행복감, 평안함 등이 많이 쌓여있음을 의미한다.  부모가 좋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자발적으로 듣는다. 왜냐하면 권위는 자녀의 마음과 감정을 볼 줄 알기 때문이다. 마음에 대한 배려가 있다.

힘은 억지로 주장하는 것이지만, 권위는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힘은 마음에 대한 배려가 없다. 힘은 힘을 가진 사람이 눈 앞에 있을 때만 유효하지만, 권위는 힘을 가진 사람이 눈 앞에 없을 때도 유효하다.

무엇보다 힘은 방법이나 과정보다 결과만 중시하지만, 권위는 결과보다 방법이나 과정을 더 중시한다. 결국, 힘은 일탈행동을 유발한다. 그러나 권위는 행동변화를 이끌어낸다. 힘은 언젠가 반드시 효력이 끝난다. 권위는 유통기한이 없다. 행동을 수정하려다 관계를 파괴시키지 말고 관계를 회복시켜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

부모교육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이다. 이제 잃어버린 부모의 권위를 되찾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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